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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최저임금? 당신도 5,580원으로 살아보라

  • 입력 2015.06.23 10:04
  • 기자명 김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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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가 열렸다. 이 날 회의에서는 근로자 생계비 기초 자료인 '가구 생계비 병행 조사' 포함 여부를 논의했다고 한다. 최저임금 결정 기준선이 미혼 근로자의 생계비로 결정되던 것에 '가구 생계비'를 포함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에서부터 양측의 의견이 대비된다. 이번 회의에서 경영계는 전년대비 동결인 시급 5580원을, 노동계는 시급 1만 원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풍경은 지난해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와 흡사하다. 작년에도 근로자 위원 측에서는 전년대비 최저임금(5210원)보다 28.5% 폭 상승한 6700원을 제시했으나 사용자 측에서는 동결을 제시한 바 있다.
고용 측에서는 최저임금을 한 푼도 올려줄 수 없다는 얘기다. 사측은 인상 최소화, 노측은 인상 최대화로 맞서는 형국이다. 결국 지난해에는 공익위원이 표결에 부친 5580원 인상안이 확정됐다. 이는 370원(7.1%)이 인상된 수준이다. 사용자측의 2.1% 인상(5320원)과 노동자측 14.9% 인상(5990원)으로 폭을 좁혔으나 끝내 노사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체감을 위한 기사들
내년도 인상안을 놓고 최저임금위원회 회의가 한창인 6월, 관련 기사들이 잇달아 보도됐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으로는 <시사IN>과 <SBS 뉴스>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주간지 <시사IN>은 신입기자 3명에게 각각 최저임금으로 책정된 한달 월급을 지급하고서 주거와 끼니를 해결하도록 했다.
체험기로 작성된 기사는 <다음 뉴스펀딩>에서도 큰 반응을 얻었다(관련기사 : 최저임금으로 한달 살기). 현재 6회까지 연재된 기사에서는 주휴 수당도 없고 근로계약서도 없는 알바 현장, 매장에 손님이 적다는 이유로 직원을 퇴근시킨 뒤 임금을 삭감하는 '꺾기' 관행 등을 살펴볼 수 있다.
한편 <시사IN>은 고전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를 패러디한 온라인 기사도 선보이며 내용을 시각적으로 재구성하기도 했다(관련기사 : 이 게임은 왜 해피엔딩이 없어?). 게임에서는 침대 구매와 금연 여부, 어버이날 선물 구입 등의 선택으로 생활비가 차감된다. 이는 신입기자들이 직접 작성한 체험 기사의 내용을 고스란히 게임에 옮겨놓은 것이다. 결국, 게임은 최저임금으로 생계를 꾸리면서 살아가기 힘든 현실의 '웃(기면서도 슬)픈' 재현인 셈이다.

▲ 지난 19일 <SBS 뉴스>가 보도한 '2시간 최저임금으로 장보기' 기사 사진. 왼쪽 위의 사진부터 시계 방향으로 네덜란드-프랑스-한국-영국의 장바구니를 추렸다. ⓒ SBS 뉴스


<SBS 뉴스>는 더욱 간결한 기사를 선보였다. '최저임금으로 2시간 일해서 번 돈'으로 장을 본다면 어떤 물건을 살 수 있을지를 조사한 것이다(관련기사: 최저임금으로 '밥상차리기'... 각 나라별 사진 화제). 이는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가 자신의 SNS를 통해 영국 최저임금 2시간치(13.4파운드/약 2만 3천원)로 구입한 식료품 사진을 업로드한 글에서 시작됐다. 홍 교수가 "한국의 2시간 최저임금 11600원으로는 무엇을 살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세계 각지에서 비교 사진을 올렸고, <SBS 뉴스>가 보도한 기사는 이런 풍경에 착안한 기획인 것이다.
돼지고기와 맥주 한 병, 1.1리터 우유와 오렌지주스 1병, 감자 1봉지, 양상추 1개와 버섯 1통, 토마토와 딸기, 요거트까지 구매한 영국의 장바구니. 비록 어느 정도 차이가 있더라도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국가도 풍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한국의 장바구니 사진이 생수 1통, 바나나, 라면 2개, 양파 1개, 감자 두 개와 고기 한 팩을 산 것에 그친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두 기사의 핵심을 짚어보자면, '과연 최저임금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점이다. 게임 기사에서는 매번 적자를 면하기 쉽지 않다. 장보기 기사에서는 한국의 식탁이 유독 빈곤한 수준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과 사진, 글로 정리한 최저임금의 삶은 겨우 '생존'만 가능할 정도의 궁핍함에 가까운 듯 보인다.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절한 수준일까

▲ 지난 5월 보도한 <한국일보> 기사 '우리들의 일그러진 월급통장'. 최저임금으로 받는 월급인 116만 원을 입력하면 '상위 80%'라는 결과가 나온다. ⓒ 한국일보

<한국일보>가 지난 5월 11일 보도한 기사 '우리들의 일그러진 월급통장'은 독자가 빈 칸에 숫자를 입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당신의 월급은 대한민국 몇%입니까?'라는 문장 뒤의 빈 칸에 세전 수입을 입력하면, 해당 임금이 한국 노동자들 중 상위 몇 퍼센트의 위치에 해당하는지 그림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최저임금으로 209시간 가량 일했다고 가정했을 때의 월급인 116만 원을 입력하면 '당신은 대한민국 임금 노동자 중 상위 80%의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온다.
그림과 함께 덧붙여진 기사 내용은 '한국의 높은 임금 격차'와 '쉽게 빠지고 벗어나긴 힘든 저임금의 늪'으로 이어진다. 저임금 노동자의 현실과 질 낮은 일자리가 늘어나는 한국의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정부의 고용유연화 정책으로 양산된 비정규직 문제, 낮은 최저임금도 본문에서 거론한다.
기사의 마지막에는 "1년 내내 일해서 버는 1만 5천 달러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고 믿는가? 그렇다면 당신이 시도해보라"고 말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연설 장면이 동영상으로 추가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해당 연설 이후 7달러 25센트(약 7800원)인 현 미국 최저임금을 10달러 10센트(약 1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말은 곧 '과연 현재 최저임금이 적절한 수준인가'하는 물음으로 연결된다. 또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직접 해보라"는 말은 날카롭게 핵심을 관통한다.
지금까지 읽은 내용을 다시 돌아보면, 2시간의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한국에서 장을 보면 장바구니는 텅 비어있다. 어버이날 선물을 사는 일조차 망설여지고, 오르는 물가에 친구들을 만나 술 한잔 기울이는 일도 버겁다. 이런 상황을 낳는 요인 중의 하나인 최저임금,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
최근 청년유니온과 알바연대 등의 단체들이 주장하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도 월급으로 따져보면 160만 원 정도다. 현재의 최저임금보다 높아서 큰 금액 같지만, 사실 이 정도 임금은 지급되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수준이 아닐까? 계속 오르는 물가와 세금,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탄식이 점점 팍팍해지는 생활 형편에서 나오는 것을 돌아보면 더욱 그렇다.

최저임금 동결, 우리도 "그 돈으로 살아보라"고 말하자


ⓒ 청년유니온

지난 최저임금위원회 5차 전원회의에서 "노동자의 삶은 충분히 안정적이다"라는 발언과 함께 '임금 동결' 주장이 나왔다고 한다. 2000년 이후 대폭 물가가 상승했음에도 최저임금은 여전히 5000원 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황당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최근 2년간 고작 시급 720원이 오른 최저임금으로 꾸려가는 생활은 '안정'이 아니라 '침체'에 가까울 정도니까 말이다.
지난 10일,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15달러(약 1만 6600원)로 인상하는 법안을 미국 LA 시의회가 통과시켰다. LA 뿐 아니라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두자리 수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방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경제 활성화 정책을 시도하고 있으며, 독일도 지난해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하여 전체 노동자 임금의 중간 임금의 58% 수준 지급을 시행하고 있다.
'최저임금으로 한달 살기' 체험기를 썼던 기자는 후기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단언컨대 불가능하다"라고 정리했다. 생존도 힘든 금액으로 더 나은 삶을 계획하는 일은 그야말로 꿈꿀 수 없는 지경이라는 것이다. 기사에서는 보증금 없이 최소비용이 드는 주거지로 고시원을 찾는 것에서부터 이미 한달 임금의 상당 부분이 소비되는 상황이 묘사된다. 시뮬레이션 게임은 생활비 지출로 인한 적자 때문에 게임 오버를 피하기가 힘든데,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해서 더욱 씁쓸한 부분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마지막 회의는 다가오는 25일에 열린다. 이 날의 6차 전원회의에서 정해진 내용으로 29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의결한다. 이후 열흘동안 노사 이의제기 기간을 거친 다음 노동부장관이 최종결정·고시하게 된다. 과연 2016년도 최저임금은 얼마로 정해질까?
어쩌면 지금, 오바마 대통령이 그랬듯이 우리도 최저임금위원회의 사측 위원들에게 말해야 할 때인지도 모른다. "동결된 최저임금이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 그 돈으로 살아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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