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가게 문을 닫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 중순부터다. 엄마는 그냥 별볼일 없는 자영업자였다. 통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뉴스는 '재난이 사회적 취약층을 먼저덥쳤다'고 말했다. 엄마는5월까지 쭉 영업을 쉬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이었겠지만 자영업자는 더 하다. 수입이 0원이 아니라 마이너스가 된다. 가게세 등 기본적으로 나가는 돈이 2~300만원 정도 되었다. 여기에 생활비를 더하면 매월 500씩 빠져나갔다. 코로나 때문에 벌지 못하는 돈은 별개로 쳐도 두달 동안 거의 천만원 가까이 까먹은 셈이다. 이때까지만
예전에 선거 관련 일을 할 때 본의 아니게 관리 계정으로 올라오는 ‘아고라발’ 글들을 많이 봤다. 그 때는 세월호 사건이 막 터졌던 2014년 4월이었다. 여러 가지 설이 난무했다. 국면 전환용 자작극이란 말부터 시작해서잠수함 충돌설까지. 모든 설은 그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나름의 근거들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때 올라오는 거의 모든 설들을 의도적으로 믿지 않았다. 이야기사이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빈자리는, 누가 어떻게 메우느냐에 따라 결론이 쉽게 달라질 수 있었고그 당시에는 이 사건과 관련한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았다. 내
2014년, 지방선거가 있던 그해 나는 선거 컨설팅 회사에 다녔다. 말은 컨설팅회사지 선거 떳다방에 불과했다. 요식적인 컨설팅이 있긴 했지만 그걸 빌미로 명함, 홍보물 등을 만드는 게 대부분이었다. 광역 급 후보나, 기초 후보 중에서도 시장급 후보는 대부분 자체 인력풀을 돌리고 신뢰할만한(경험이 많은) 업체를 끼고 선거를 한다. 내가 다녔던 회사 같은 작은 곳에 그런 후보들이 일을 맡길 리 없었다. 우리 회사는 보통 기초의원들이나 작은 지자체 군수급 정도가 찾아왔다. 이렇게 말하는 게 옳은 건 아니겠지만, 단위가 작아질수록 선거에
대힛-트 음원들의 초라한 성적표 2012년, 대힛-트를 치며 싸이를 미국으로 강제 진출시킨 ‘강남스타일’의 국내 음원 수익이 3,600만 원에 불과하단 기사가 쏟아졌다. 당시 싸이가 강남스타일 한 곡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100억 원가량으로추정됐는데 국내 음원 수익은 그중 1%가 채 되지 않았다. 때문에기사를 본 (아주 일부) 사람들은 분노했고 그 여파로 문화체육관광부는음원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그래서… 개선은 됐다. 문체부는곡당 스트리밍 단가 하한선을 3.6원은 맞추겠다고 했다. 다운로드단가의 배분율을 60%에서 70%로
화가 난 섬 하시마 섬으로 들어가는 배 안에서 가이드는 여행객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으레 그랬던 것처럼 자극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게 맑은 날에도, 이 섬은 쉽게 들어가지 못한대요. 갑자기 이 근처만 다다르면 파도가 세진다나? 아무래도 강제 징용된 우리 선조들의 분노한 영혼이 서려서 그런 걸까요?” 보통 이런 자연현상은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뻔하고 지루한 인과관계를 싫어한다. 하시마 섬 근처의 성난 파도를 두고, 조류가 어떻고 하는 말이 덧붙여졌다면 누가 그 설명을 귀담아들었을까. 굳이 비행기를 타고
동성혼은 아무것도 망치지 않는다“이에 따라 (동성 커플도 이성 커플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 간에 법률상 배우자 관계가 형성되고 배우자 간의 권리의무도 부담한다.”지난 5월 24일 대만 헌법재판소는 동성 커플의 결혼을 금지하는 현행 법제도가 위헌이라고 판결을 내렸다. 이로써 대만은 아시아 최초로 동성혼이 가능한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헌법재판소는 판결에서 “성적 지향은 바꾸기 어려운 개인의 특성”이라고 전제한 뒤 “결혼이 제공하는 친밀하고 배타적 성격의 영속적 결합”은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모두에게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한 장의 공문,‘여기서 죽게 하지 마라’2012년 6월, 대구교육청은 지역 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한 장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학생들의 자살이 잇따르자 창문을 20cm만 열게 하라는 지시였다. 이 일이 있기 이전에도 대구교육청은 학교 옥상에서 자살하는 학생이 늘자 옥상 출입문을 자물쇠로 잠그라는 지시를 내렸다. 학생들의 잇따른 죽음에 대한 해법은 고작 그들의 자살을 물리적으로 막는 것뿐이었다. 학생들의 잇단 죽음의 외부적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는 없었다.대구 교육청이 공문을 내려 보낸 그해 9월, 서울시는 마포대교에서 ‘생명의
백남기 선생에 대한 추모를 '시체팔이'라 명명해 논란이 된 뉴데일리의 기고글. 유가족이 부검에 동의하지 않는 것이 의심스럽다는 내용의 이 글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사고 당시 영상을 두고 '빨간 우비를 입은 신원불명의 남성이 백남기 씨를 때렸다'고 단정하며 "전태일 분신'자살' 사건, 미선이 효순이, 세월호, 그리고 백남기. 또. '시체팔이'가 시작됐다."고 했다.이상한 말들이 나돈다. 그 죽음에 이유가 있다는 이야기다. 야속할 만큼 잔인한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내뱉는 독설들은 그 자체로 화가 나고 슬프지만, 이들이 지탱하고 있는 그
미국 농장에서 일하던 흑인 노예들모든 인간은 평등하지 않았다 "흑인노예는 미국 시민으로 볼 수 없고 연방 법원에 제소할자격 또한 없다."Dred Scott vs. Sandford Case 미국에 노예제도가 남아있던 1857년, 일신의 자유를 요구했던 노예 드레드 스콧에게 내려진 판결이다. 이판결이 나오기 이전, 미국 헌법의 기초가 되었던 독립선언문(1776)에는자연법사상에 의거한 평등권(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이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합의는 흑인 노예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다수의견을 작성한 연방 대법원의 로저 타니는 "
살생부가 등장했다 티셔츠 하나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더니 결국 이 티셔츠를 인증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살생부까지 등장했다. 온라인에서만 끝나는 어뷰징은 아니었다. 누군가는 하던 일을 타의로 그만두어야 했다. 지난 7월 18일 성우 김자연씨가 자신의 SNS에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는 문구가 박힌 티셔츠였다. 이 티셔츠는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가 페이스북의 부당한 페이지 삭제정책에 법률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소셜펀딩의 형식으로 판매한 물품이었다. 이 소셜펀딩은 애초의
게임이 영화화되는 사례는 이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영화 2차 예고편의 한 장면한국에서 게임관련 이슈가 이렇게나 주목 받았던 적이 있었을까? 블리자드의 신작 FPS 게임 가출시와 동시에 압도적인 인기를 끌더니, 같은 장르의 게임 는 여성캐릭터의 과도한 성적노출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한편구글의 자회사인 나이언틱 랩스가 만든 는속초에 포켓몬이 출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사람들이 버스표를 예매해 속초로 이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질 정도로 흥행하고 있다. 게임이 중요한 문
‘다들 힘들다’는 이유로 ‘여성’이 죽는다지난 17일 새벽, 한 여성이 칼에 찔려 사망했다. 곳곳에서 ‘나는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안도 섞인 공포가 터져 나왔다. 피해자의 피살 이유가 그저 ‘여성’이라는 점이 알려진 뒤, 우연히 ‘여성’이었던 이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무례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들이 나돈다. 어떤 이는 ‘모든 남성이 가해자는 아닌데 왜 성별 대결로 몰고 가느냐’고 되묻는다. 또 어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봐야지 남성과 여성을 보면 안 된다’고 훈계한다. 몇몇 사람일지 모를 존재들은 ‘남자들
예수는 2,000년 전에 사형을 당했습니다. 죄목은 ‘유대인의 왕’이었습니다. 물론 문자 그대로 왕이기 때문에 사형을 받은 건 아니었습니다. 유대인들을 실질적으로 이끌며 내란·선동을 주도했기 때문이었습니다.교인들이 외는 사도신경에는 ‘본디오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예수를 처형한 주체는 본디오빌라도였습니다. 당시 로마 총독이었죠. 로마가 지배하고 있던 여러 나라 중 유대인들은 조금 특이한 민족이었습니다. 유독 로마에 대한 저항이 심하기도 했죠. 그래서 로마는 유대인들의 자치를 폭
ⓒ JTBC작년 4월이었다. 장동민이 과거 어떤 팟캐스트에서 ‘개보년~’ 어쩌구 했다던 이야기가 불거져 나왔을 당시, 나는 어떤 매체에 여성혐오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지극히 익숙하고 관성적인 반론들에 부딪혔다.낙인찍기와 ‘일베’ 밖 남자들 (직썰, 2015. 4. 12.)당신들도 몰랐던 당신들의 기득권 (직썰, 2015. 4. 19.)‘차별하지 말자’, ‘혐오하지 말자’는 주장에 ‘우리는 책임감 없는 일부 여자들을 공격할 뿐’이라거나, ‘여자는 꽃이다라는 말은 칭찬인데 그게 왜 성차별이고 혐오발언이란 소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