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우리 정치에서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30년 전 만들어진 10호 헌법을 개정하자는 논의는 이 헌법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논쟁이었다.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지루한, 그러나 중요한 논쟁이 다시 점화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 초에 개헌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를 치뤄 헌법 개정을 완료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이 정국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올 초부터 국가인권위원회는 ‘기본권보장 강화 연구포럼’을 구성해 헌법개정안 작성
국가기구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알 때, 과연 그것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겠다.- 요제프 괴벨스, 나치 선전장관 -시대가 차오르고 있다2013년 2월 25일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3년 반이나 흘러갔다. 임기는 이제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퇴임까지는 이제 500일도 남지 않았다. 시간이 이쯤 되면, 어느 정권이든 레임덕이 오기 마련이다. 대통령의 발언이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당내에서도 대통령에 대한 반발 여론이 나오기 시작하며, 측근들의 이탈도 시작된다. 흔한 일이다.그런데, 이번엔 조금 심하다. 박근혜 정권은 어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처리 이후 집권여당 대표가 국회의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진행했던 단식이 일주일 만에 종료됐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사퇴하지 않았으며 이정현 대표의 리더십은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가 결의한 김재수 장관 해임안을 거부했다.경찰의 물대포에 쓰러진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 논란이 일고 있다. 검경이 신청한 부검 영장을 법원이 조건부로 발부했다. 한때 병원 영안실 앞까지 경찰이 진을 쳤다.미르재단-K 스포츠재단의 비리 의혹이 최순실 비선 논란으로 확장되고 있다. 창조경제
성주에 방문했다 군민들로부터 계란 세례를 받고 피신하는 황교안 총리 ⓒ민중의소리세상은 요즘 딱 두 군데만 뜨거운 듯 보인다. 성주와 종편.지난 13일, 사드(THAAD)의 배치 지역이 최종 공개됐다. 성주군이었다. 국방부는 설명단을 파견했지만 군민들의 저항은 거셌다. 국무총리가 직접 내려가 사태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더 큰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총리는 6시간 동안 버스 안에서 움직이지 못했다.이같은 저항이 이어지는 사이, 종편은 성주에 ‘외부세력’이 침투해 있다는 투의 보도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민주시민언론연합의 발표에 따르면,
“요즘 저도 무수한 비난과 저항을 받고 있는데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불안해집니다.”“저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기 위해 해야 할 것은 최선을 다해 지켜낼 것입니다.”“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는 비난을 피해가지 마시고, 고난을 벗 삼아 당당히 소신을 지켜 가시기 바랍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안전보장회의 발언, 2016년 7월 21일청와대는 요즘 안팎으로 시끄럽다. 내부의 분위기야 정확하게 파악하긴 무리지만, 이런 정국에 분위기가 좋을 수 없다.우선 사드(THAAD) 문제가 있다. 갑작스럽게
지난 19일,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는 교육부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에 대한 파면 처분을 의결했다. “민중은 개, 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영화 에 나왔던 이 대사는, 정작 영화가 아니라 이 고위 공직자의 입을 통해 온 국민이 아는 클리셰가 되었다.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 36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 등을 거친 이 고위 공무원은 이 발언 하나로 공직자로서의 삶을 끝마치게 되었다. 별다른 재심 청구가 들어가지 않으면, 나향욱 전 기획관은 공직자로서의 신분을 잃는다. 5년 동안은 공직에 취직
국회의원 특권, 그거 알고 보면 특권 아니다20대 국회가 개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국회 내에선 ‘특권 내려놓기’ 경쟁이 치열하다. 세비를 절반으로 삭감하겠다거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거나, 면책특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민 사이에 퍼져 있는 정치혐오를 떨치고자 하는 노력의 일단이다.하지만 ‘특권 내려놓기’는 의회가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일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국회의원이 어떤 특권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2014년 자유경제원은 국회의원 특권이 200여 가지에 달한다고
최근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놀란 경험이 있다. “학교 끝나고 저녁 때 친구들과 놀러 나가곤 했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다시 한 번 친구에게 확인했다. “초등학교 때? 중학교 때?”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란다.단지 학교 끝나고 친구들과 놀러 나갔다는, 아무렇지도 않은 말에 놀란 이유는 무엇일까. 나에게는 “학교 끝나고 저녁”이라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시간을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나는 중학생 때 야간자율학습을 시작했다. 물론 강요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학원도 다니지 않았고, 집에 있는 것보다야 저녁
ⓒ연합뉴스TV지난 29일, 국민의당회의장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안철수 대표가 자신의 거취 문제를 다루겠다고 말한 최고위원회의가 9시에 예정되어 있었다. 회의는 한 시간 미뤄져 10시에 시작됐다. 회의가 열리자마자 안철수 대표는 비공개를 선언했다.회의장 안에선 격론이 오갔다. “그러시면 당이 와해됩니다”라는 김영환 사무총장의 발언이 문 밖으로 새어 나왔다. 결국 몇몇최고위원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긴장감이 고조됐다. 잠시후 회의장 문이 열렸고, 안철수, 천정배 두 공동대표는 대표직에서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곧 박지원
안녕하세요,저는 대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아, 그쪽 소개는 해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이미 언론에서 끔찍할 정도로 많이 말해주었으니까요. 스물. 만열아홉 살의 비정규직 노동자. 컵라면 한 그릇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던 스크린도어 수리공.생각해보면 우린 동갑이에요. 저도 당신도 모두 1997년에 태어났으니까요. 다만 저는 학교에 일찍 들어가 한 학년을 앞서 생활했습니다. 흔히 이런 상황을 ‘족보가 꼬였다’고 하는데 우리가 친구였다면 호칭을 두고 입씨름을 벌였을지도 모릅니다.이제 당신은 더는 나이 들지 않는 스무 살이 되어버렸지만 말이죠
영국에서 기독교 탈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 영국 지는 세인트 메리 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인용, 영국 내 무교도가 기독교도의 수를 앞질렀다고 전했다. 전통적인 기독교 국가였던 영국에서 종교를 버리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조사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즈 지역에서 집계된 무교 인구는 전체의 48.5%였다. 개신교와 가톨릭 신자를 모두 합한 기독교 인구는 43.8%였다. 근소한 차이로 무교 인구가 앞선 것이다.특히 무교 비율은 급격하게 증가했다. 2011년에 집계된 무교 비율을 보면, 25% 정도에 그친다. 몇
지난 25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은 2014호파1842 사건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이 사건의 요지는 간단하다. 지난 2013년 12월 11일, 부부의 인연을 맺은 두 남성 김조광수 씨와 김승환 씨가 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를 했다. 하지만 서대문구청은 두 사람이 동성이라는 이유로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에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는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은 처분이 부당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서부지법은 김조광수 부부가 낸 소송을 각하했다. '동성 간의 결혼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서부지법은 “이제까지 혼인 제도가 다양하게 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한국 사회는 수많은 재앙을 겪어 왔다. 한국전쟁부터 시작해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 성수대교 붕괴 사건, 그리고 최근에는 해병대 캠프 사망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세월호 참사, 강남역 살인사건도 있었다.대형 참사는 한 사회에 있어 크나큰 비극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졌던 생명이 우리 곁을 떠나간다는 점에서 비극적이지만, 사회 전체의 거대한 빈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그렇다.참사가 벌어졌을 때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은 망자에게 조의를 표하고 그들은 잊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참사를 만들어낸 사
페미니즘에 대해 논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페미니즘의 핵심 명제는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고, 어디까지가 성적 다양성에 대한 인정인지를 규명하는 것은 대단히 민감하고 정치적인 문제다.이 글은 그 경계를 설정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메갈리아를 비롯해 성차별에 대한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최근의 한국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는 것이다. 남성으로 살다 보면 여성이 일상적으로 당하는 차별을 인지하긴 쉽지 않다. 차별
“제가 머리가 좋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기억을 하지, 머리 나쁘면 기억도 못 해요.”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월 13일에 있었던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질의응답 시간에 기자들이 여러 개의 질문을 한꺼번에 하자 던진 농담이었다. 회견장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하지만 막상 이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질문을 기억한 것은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질문이 사전에 정해져 있어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기자회견 도중 국민TV는 뉴스K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들의 질문 순서와 그 질문
사전투표가 끝났다. 오늘이면 선거운동도 끝난다. 이제 길었던 선거판의 끝이 보인다. 결단의 순간이 찾아오고 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은, 유권자들의 투표와 그 표를 직접 헤아리는 개표가 장식할 것이다.이미 사전투표를 한 사람도 있겠고 선거일을 기다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4월 13일에 생애 첫 투표를 할 예정이다. 그런데 그 역사적인 투표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내 머리 속에 하나의 질문이 스쳐가기 시작했다.왜 투표해야 하는가?나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4월 13일에는 일어나자마자 집 바로 옆에 있는 투표소로
20대 총선이 채 보름도 남지 않았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는 27개라는, 놀라운 숫자의 정당이 후보자를 냈다. 거대한 정당도 있으며, 아주 작은 정당도 있다. 하지만 어느 언론도 이 21개 정당을 모두 설명해 줄 여력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시점이야말로 나 같은 영세 블로거가 나설 시점이 아닌가! 2016 총선에 출마하는 정당들을 비례대표 기호순으로 파헤쳐 보자. 비례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은 마지막에 제시했다.다만 이미 잘 알려져 있는 거대 정당들은 이 글의 목적에 맞지 않기에 제외했다. 노동당이나 녹색당, 민중연합당,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스스로를 비례대표 2번에 공천했다가 큰 역풍을 맞았다. 비례 1번은 여성이 가져가도록 되어 있으니, 비례 2번은 김종인 대표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순번이다. ‘추악한 노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20일 비례대표 명단을 확정하는 중앙위원회에서, 김종인 대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하지만 오히려 김종인 대표는 “나를 모욕하지 말라”며 당무 거부에 들어갔고, 당대표직 사퇴까지 운운했다. 문재인 대표가 이를 말리려고 상경했고, 일단 김종인 대표는 당무에 복귀했다.20대 국회의 비례대표 의석은 47석이며,
“너희들은 나중에 크면 꼭 2번을 뽑아라.”부음을 들었다. 누가 오늘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아니고, 몇 년 전인가 암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이제야 들었다. 그 분을 생각할 때마다 같이 떠오르던 이야기 하나가 있어 말하고 싶다. 그 이야기부터 시작하자.아주 어렸을 때의 일이다. 벌써 십 몇 년은 지난 것 같다. 나는 지금 대학생이니, 그때의 내 나이가 대충 짐작이 가리라 믿는다. 그 분은 학원 선생님이었다. 학원에 들어가면 벽 한 쪽에 큰 거울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인가, 거기에 누군가의 사진이 걸려 있었다. 어렸을 때였으니
총선이 다가오니 여기저기 시끄럽다. 여와 야를 가리지 않고 말이다. 하지만 뭐 그런 이야기야 할 기회가 여러 번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니 오늘은 조금 마이너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하자. 진보정당 이야기다.▲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여기에 최근 출범한 민중연합당까지 진보정당의 범주에 있는 정당이다.진보정당의 과거사실상의 양당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진보정당을 세워 일정한 세력을 가진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특히 보수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가 많은 정치 지형에서, 진보정당을 새로 세운다는 것은 진보적 정치의 영향력을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