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마스터 봉준호 감독은 공상을 좋아하던 소년이었습니다. 1969년 대구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그는 학창 시절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 이런저런 상상 하며 놀기를 즐겼습니다. 디자이너였던 아버지 서재에서 외국 서적을 보며 그림을 그렸고, 중고 비디오점에서 희귀 영화를 찾아보는 것이 그의 일상이었습니다.막연히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그는 (쓸데없이 공부를 잘해) 연세대 사회학과에 진학한 뒤 고민하다가 이장호, 배창호 감독을 보면서 굳이 영화학과를 나오지 않아도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는 군 복무 이후 연
은 스파이더맨이 마침내 마블로 돌아왔다고 알리는 신고식이다. 귀한 자식 되찾아온 것을 반기듯 마블은 영화에 '홈커밍'이라는 부제를 붙였다.마블이 낳은 스파이더맨은 지난 15년간 소니의 품에서 자랐다. 마블은 9년 전부터 자사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슈퍼히어로 영화를 직접 만들어오고 있지만, 철모를 때 입양 보낸 스파이더맨은 소니와의 영구계약 때문에 먼발치에서 바라만 봐야 했다. 결국, 의붓자식을 폼나게 키우는데 '어메이징'하게 실패한 소니가 양육권을 조건부로 넘기자마자 마블은 스파이더맨을 'MCU(마블 시네마
사랑은 예술가에게 창작의 자양분이 된다. 처음 홍상수 감독의 스캔들이 터졌을 때 일상을 영화의 프레임 안에 담는 데 능숙한 감독이니만큼 우디 앨런처럼 자기 이야기를 분명히 영화로 만들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이처럼 연속으로 만들 줄은 몰랐다.와 는 명백히 홍상수 감독 자신의 스캔들을 연상시킨다. 그는 자신의 스캔들에 대해 대답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택했다. 영화에는 스캔들 이후를 연상시키는 상황들이 등장한다. 는 사회적 지탄을 받는 여자의 고통을 그린 이야기이고, 는 불륜에 빠
* 이 글에는 영화 후반부 스토리가 포함돼 있습니다.논란의 영화 가 6월 29일 드디어 전국 70여 개 극장과 넷플릭스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봉준호 감독의 여섯 번째 영화인 는 미국 뉴욕의 도축시설로 끌려가는 유전자 조작 슈퍼돼지 옥자를 구출하기 위해 떠난 강원도 산골 마을 소녀 미자의 모험극이다. 의 감수성으로 찍은 이라고 할 정도로 기존 봉준호 영화의 세계관이 집약돼 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미야자키 하야오식 긍정적 판타지에 가깝지만, 공장식 도축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겸비해 재미와 의
이 영화를 보려면 각오해야 한다. 영화가 어렵거나 잔혹해서가 아니다. 그녀의 사고방식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들기에 그녀의 행보를 예측할 수 없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하게 된다.감독은 폴 버호벤, 주연은 이자벨 위페르다. 등 인간 본성을 무자비하게 파헤치는 게 장기인 네덜란드 감독이 프랑스 대표 여배우로부터 의 이미지를 끄집어낸다. 위페르는 수많은 영화를 찍었지만 에서 가장 강렬했다. 제자와 사랑에 빠진 교사가 결핍을 채우기 위
제우스의 후손이자 아마존의 전사로 지구를 지켜온 원더우먼이 돌아왔다. 윌리엄 몰튼 마스턴이 마가렛 생어의 페미니즘 이론과 그리스 신화를 참조해 그린 만화를 DC코믹스에서 연재하기 시작한 것이 1941년, TV 시리즈로 제작돼 큰 인기를 얻은 것이 1975~1979년이니 대략 40년 만의 컴백이다. 원더우먼이 극장판 실사 영화로 제작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DC필름스는 배트맨, 슈퍼맨과 함께 왕년에 DC코믹스 세계를 주름잡던 슈퍼히어로들을 차례로 스크린에 부활시키고 있는데 은 DCEU(디씨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의 네 번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았다. 영화감독이라면 한 번쯤 그를 주인공으로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그의 인생은 신화학자 조셉 캠벨이 범주화한 신화 원형 속 영웅들의 삶의 궤적을 연상시킨다. 그들은 대개 평범하게 자라다가 현실에서 추락을 경험하고 어떤 계기로 각성에 이르러 특별한 세계에 진입한다. 이후 숱한 시련을 겪지만 뚝심 있게 필살기를 연마해 기어이 영웅에 등극한다. 스타워즈, 매트릭스 등 할리우드 영웅담이 캠벨의 연구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이를 노무현에 대입해보자. 잘 나가던 변
프랑스의 올리비에 아싸야스 감독이 2년 간격으로 내놓은 영화 (2014)와 (2016)는 소재는 전혀 다르지만, 주인공이 자신의 내면에 내재한 욕망을 마주하는 과정을 담았다는 점이 닮았습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맞물리다가 자연스럽게 합쳐지는 구성, 페이드아웃의 잦은 사용,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화려한 삶의 이면, 남성을 배제한 여성의 이야기 등 아싸야스 영화만의 특징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고 완성도도 꽤 높습니다. 또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누군가의 도우미 역
제목에 쓰인 '피겨스(figures)'에는 중의적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숫자'를 뜻하고, 또 하나는 '사람', 특히 저명인사 혹은 거물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이 영화의 제목은 '숨겨진 숫자' 혹은 '숨겨진 사람'으로 동시에 해석됩니다. 제목 자체가 영화를 다 보여준다고 할 정도로 참 잘 지은 제목입니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역사 속에서 숨겨진 숫자를 다룬 숨겨진 인물을 보여줍니다. ⓒ 숨겨진 수학 천재, 세 흑인 여성 이야기캐서린 존슨, 도로시 본, 메리 잭슨을 아시나요?영화를 보기 전엔 저도 이들의 존재를 몰랐습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역사학자 데이비드 어빙(티모시 스폴)이 책에서 자신을 비판한 데보라 립스타트(레이첼 와이즈)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다. 히틀러 연구자인 어빙은 히틀러가 유대인을 학살한 적 없다고 주장하며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학계에서 배척당했지만 독일 네오나치들에게 지지를 받고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니 적당히 타협하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립스타트는 어빙과 법정에서 싸우기로 결심한다.미국 법정과 달리 영국 법정에선 명예훼손의 무죄 추정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피고인이 고소인의 주장이 거짓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 사건
"우리 흑인은 세상 어디에나 있어. 어떤 노파가 이렇게 말하더라. 달빛 아래 흑인 소년은 푸른색으로 보인다고."마이애미에 사는 샤이론은 말수가 적은 흑인 소년이다. 학교에선 왕따를 당해 숨어 지내고 엄마는 남자친구와 마약에 빠져 있어 집에 가는 게 싫다.늘 혼자인 샤이론에게 두 남자가 다가온다. ‘아빠’와 같은 존재인 후안 그리고 유일한 또래 친구인 케빈이다. 후안은 샤이론에게 바닷가에서 수영을 가르쳐주며 이렇게 말한다."스스로 나아가야 해. 아무도 네 결정을 대신 해주지 않아."케빈은 학교에서 호모 같다고 놀림받는 샤이론에게 "넌
지난 24일 발표된 미국 아카데미 영화상 후보작 명단에서 눈길을 끈 작품 중 하나는 다.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등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14개 부문 후보에 오른 의 싹쓸이를 막을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철학과 과학을 접목한 기발한 상상력으로 최고의 하드 SF 작가로 추앙받는 테드 창의 단편 ‘네 인생의 이야기’(1998)를 캐나다의 떠오르는 거장 드니 빌뇌브 감독이 스크린에 옮긴 (원제 'Arrival')는 원작 소설 만큼이나 지적인 SF 영화다. 언어학과 물리학을 넘나드는 복잡한 이론을
밟을수록 강해지는 건 잡초뿐만이 아닌가보다. 영화계 블랙리스트, 부산국제영화제 예산 삭감, 세월호 관련 영화 배급사 사찰 등 정권 입맛에 맞는 영화만 남기기 위해 박근혜 정부에서 무수한 압력이 있었음이 최근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한국영화계는 굴하지 않고 꾸준히 현실비판 영화를 만들고 있다.대한민국을 피비린내 나는 지옥에 비유한 , 원전 위험을 고발한 에 이어 이번엔 검찰을 겨냥한 이다. 이 영화는 5년마다 바뀌는 정권보다 더 악랄한 무소불위의 권력은 검찰이라고 콕 집어서 말한다. 우병우, 김기춘 등 검찰에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표주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일곱 번째 애니메이션 이 지난 4일부터 한국 관객을 만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흥행수입 200억엔, 관객 수 1700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순위 2위에 오른 작품이다. 1위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2001, 308억엔)이다.은 제목부터 독특하다. 물음표나 말줄임표 대신 마침표가 있다. (일본어 원제도 한국어 제목과 같다.) 제목의 마침표는 주의를 환기한다. 마침표가 있는 것과 없는
켄 로치의 영화를 보는 것은 바른 말 하는 '꼰대'에게 설교를 듣는 것과 같습니다. 그의 관심사는 일관적입니다. 영화계의 버니 샌더스가 있다면 그가 바로 켄 로치일 것입니다. 언제나 블루 칼라, 언제나 노동자,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 언제나 토리당(보수당)의 반대편, 언제나 약자들, 언제나 세계화의 뒤쪽, 언제나 시골마을, 언제나 사회 부적응자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킵니다.젊은 시절 그의 영화는 노동자들의 파업과 시위로 시끌벅적했습니다. 아무리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라도 자막 없이는 알아듣기 힘든 지역 사투리를 그대로 대사로 썼습니다.
2016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올해 개봉작 중 흥행에선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이대로 묻히기엔 아까운 영화 4편을 골라 소개한다. 혹시 놓쳤다면 뒤늦게나마 꼭 챙겨보시길.1. 우리들 한 마디로: 아이의 감정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다감독: 윤가은출연: 최수인(선), 설혜인(지아), 이서연(보라), 강민준(윤)올해 한국영화계의 보석 같은 발견이다. 작은 이야기에서 큰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방식이 탁월하다. 초등학교 4학년 여자아이들의 세계는 어른들의 세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돈, 가족, 친구에 따라 편이 갈라진다. 가난한 집 아이와
*해당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누군가는 꿈을 꾸고, 누군가는 그 꿈을 이루고, 또 누군가는 계속해서 꿈을 향해 도전하며 살아가는 곳. 거리에서는 스텝이 맞는 사람들이 춤을 추고, 카페마다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늘은 보라색으로 물듭니다. 최근 의 매력에 푹 빠져 찾아오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련했습니다. 라라랜드 입국에 앞서 꼭 알아둬야 할 사항들입니다.1. 라라랜더들에게 춤과 노래는 필수라라랜더들은 언제 어디서나 춤추고 노래할 줄 알아야 합니다
미국 드라마 의 한 장면국회에서 연두교서를 발표하던 대통령이 사라진다. TV를 통해 연설을 지켜보던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톰 커크맨은 당혹스러워하며 창문을 연다. 멀리 불타고 있는 국회가 보인다. 잠시 후 검은 슈트 차림의 건장한 남자들이 찾아와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백악관으로 가셔야 합니다. 지금부터 당신이 대통령입니다."넷플릭스의 새로운 오리지널 시리즈 는 어느날 갑자기 미국 대통령이 된 남자의 이야기다. 인기 미드 의 잭 바우어 요원 역할로 친숙한 키퍼
뉴스타파의 ‘최순실+박근혜 40년 우정 동영상 발굴’ 영상 캡처. 1979년 6월10일 한양대에서 열린 ‘제1회 새마음 제전’에서 촬영된 영상으로 당시 박근혜 27세, 최순실 23세였다. ⓒ뉴스타파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하 박근혜)이 대통령의 자질이나 능력이 없다는 것은 그간의 미디어 등을 통해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리분별까지 못하며 살아왔을 줄은 아마 청와대와 여권 쪽에 있는 소수의 부역자들을 제외하곤 누구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박근혜는 틈만 나면 하극상, 국기문란, 정직하지 못함, 나쁜 사람
옛날 옛적 월트 디즈니는 이렇게 말했죠.우리는 돈 벌려고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영화를 만들려고 돈을 버는 것이다.영화가 먼저냐 돈이 먼저냐.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질문 같지만, 어쨌든 디즈니는 돈보다 영화가 먼저인 사람이었기에 애니메이션 (1937)를 만들 때 있는 돈 없는 돈을 모두 긁어모아 쏟아부으며 공을 들였습니다. 아무도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돈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던 시기였죠.그 결과는 어땠냐고요? 디즈니를 지금의 디즈니로 만들어 준 결정적 한 방이 바로 이 영화입니다. 극장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