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 하면 우리나라와 관련이 없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특히 30대 이하 젊은 세대는 아프리카에나 사는 동물 정도로 여기기 십상이다. 그러나 5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 표범이 살고 있었다. 그것도 경남에. 야생 표범이 마지막으로 잡혀 죽은 데가 바로 경남이기도 하다. 지난 3월 4일은 그로부터 딱 50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날 숨을 거둔 최후의 한국 표범을 기리는 마음을 이 글에 담았다.그것은 경남에서 일어난 일이었고 대한민국 야생에서 잡힌 최후의 표범이었다. 1970년 3월 6일 자 경향신문은 이렇게 보도했다.“경남 함안에
지난해 절친 둘에게서 똑같은 질문을 받았다. 한 사람은 연초에 물었고 한 사람은 연말에 물었다. “훤주씨, 책을 왜 나눠주는 거죠?”, “거 하나 물어봅시다. 책을 왜 그렇게 나눠요?” 처음 질문에는 “그냥요”라고 답했고 두 번째 질문에는 “집이 좁아서요”라고 했다.내가 이렇게들 대답하자 다시 묻지는 않았다. 아마 나름 자기 방식으로 이해하고 짐작했겠지. 지금 나는 책을 다 읽고 나면 페이스북을 통해 곧바로 남한테 주고 있다. 줄잡아도 8~9년은 되는 것 같다.처음에는 내가 몸담은 경남도민일보 구성원을 상대로 그렇게 했다. 책이 곧
한국 사회 폭력성의 뿌리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유독 폭력 당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개인적인 폭력이 대부분이지만, 집단적인 폭력도 있었다. 10대였던 70년대는 물론 20대였던 80년대도 한국 사회는 폭력이 지배했다. 개인이 감당해야 했던 폭력도 많았고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짊어져야 했던 폭력도 공존했다. 우리 사회가 공동으로 감당해야 하는 폭력은 특정 집단만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경우였다.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당하는 폭력은 당연히 개인의 몫이었다. 군부독재정권에 대항했기 때문에 당하는 폭력도 어쩌면 개인의 몫이었다. 대항을 포기하면
지방의회 최초 핵피폭 유전병 관련 발언한은정 창원시의회 경제복지여성위원회 위원(더불어민주당 소속)이 7월 24일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피폭 대물림, 그 끝없는 고통을 함께 공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얘기했다. 의원 본인의 생각을 내용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발표하는 자리다. 1945년 8월 6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미군이 잇달아 터뜨린 핵폭탄으로 말미암은 핵피폭 유전병의 대물림 고통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한은정 의원의 이번 발언은 핵피폭 유전병 관련으로는 우리나라 모든 지방의회를 망라해 가장
7월 16일 마침 시간이 나 함양으로 걸음 했다. 8월 초순 지인들과 물에 발 담그는 약속을 했는데 함양 화림동 골짜기가 알맞은지 알아보자는 생각이었다. 화림동 들머리 농월정은 주차장에 늘어선 대형 버스들을 보고는 질려버렸다. 줄잡아도 50대는 넘을 것 같았고 자가용 승용차도 적지 않았다. 주차장만 보고도 콧잔등에서 다른 사람 땀 냄새가 났다. 물론, 이렇게 농월정을 지나친 것은 화림동 상류 동호정·거연정·군자정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정자들은 농월정처럼 엄청난 인파가 몰릴 수 있는 지형이 못됐다. 생각은 틀리지 않아서
1. 한은정 의원의 전화 연락한은정 더불어민주당 창원시의원7월 13일 저녁 한은정 더불어민주당 창원시의원한테서 연락이 왔다. 예상하지 못한 전화였다. 내가 경남도민일보 7월 11일 자에 데스크 칼럼으로 쓴 ‘김형률특별법과 탈핵’을 읽었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의논하자는 전화였다. 2. 핵 피폭 2세 김형률의 유전 불치병 김형률은 핵 피폭 2세다. 어머니 이곡지가 1945년 8월 9일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에 노출됐다. 다섯 살 나이였다. 그러나 겉으로는 탈이 없었다. 이곡지가 결혼해 낳은 자식이 김형률이었다. 김형률의 이
합천 가야산 해인사에 가면 국사단(局司壇)이 있다. 가야산 산신령을 모시는 전각이다. 천왕문(봉황문)을 지나면 오른편에 앉아 있다. 우리 전통신앙에서 산신령은 산에 있는 모든 생명과 무생물의 질서를 관장하는 신령이면서 동시에 토지에 관한 모든 것을 관장하는 토지신이기도 하다. 국사단은 외래종교인 불교가 우리 전통신앙과 타협한 자취가 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해인사를 짓기 위하여 땅을 빌리는 대신 가야산 산신령을 국사대신으로 모셨던 것이다. 국사단은 원래 해인사 중심 전각인 대적광전의 왼편 학사대 전나무가 있는 아래 언덕에 있었다.
삼강행실도의 무시무시한 그림들거제 칠천량해전공원 전시관에는 무시무시한 그림들이 있다. 조선시대 삼강(三綱)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열녀도들이다. 삼강은 알다시피 임금에 대한 신하의 도리, 남편에 대한 아내의 도리, 어버이에 대한 자식의 도리 셋을 이른다. 주인은 임금과 남편과 어버이다. 종속된 것은 신하와 아내와 자식이다. 는 광해군 시절 만들어졌다. 앞서 세종 때는 , 중종 때는 가 만들어졌었다. 광해군 시절은 임진왜란이 끝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다. 임진왜란은 참혹한 전쟁이었다.
핵폭탄 피폭 피해자 1세 이곡지1945년 일본엔 두 방의 핵폭탄이 떨어졌다. 8월 6일엔 히로시마, 9일엔 나가사키였다. 전체 피폭자는 69만 1,500명이었고 폭사한 사람은 23만 3,500명이었다. 살아남은 피폭자는 45만 8,000명이다. 두 도시에 거주하는 조선 사람은 7만 명이었다. 그중 4만 명이 폭사했고 3만 명이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조선 사람들 가운데 2만 3,000명은 한국으로 돌아오고 7,000명은 일본에 남았다. 살아남은 조선인 피폭자 가운데는 다섯 살배기 이곡지도 있었다. 히로시마 후나이리가와구치 정에서 피폭
5월 15일자 ‘대선 특집호’ 을 받아보았다. 이번 호의 주제는 '촛불이 대통령에게'이다. '‘박정희 세대’가 바라본 촛불 대선'이라는 문장도 눈에 띈다. 이번 특집호에 대해 길윤형 편집장은 편집장 칼럼('만리재에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오늘 아침에 1면을 보는데 눈물이 울컥 솟아올랐다. 민주주의운동을 진정 온몸과 온 마음으로 해온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민주주의운동을 함께한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지금 이 시대를 함께 살아내는 인간들에 대한 존중이 없으면 할 수 없는 표현이 담겨 있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인간의 문장이었다. 1. 해결되지 않은 비극의 역사와 동시대 내가 본 것은 이었다.
4차 산업혁명과 안철수의 경제 대통령론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는 4월 4일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 가는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3월 22일 일자리공약 발표에서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기회가 많은 신성장산업과 첨단수출 중소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환경·신재생에너지, 비즈니스서비스 등 고용창출 효과가 큰 신산업을 육성하고, 국책연구소가 신소재·정밀기계 중심의 부품·소재 중소기업 창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안철수는 4차 산업혁명에 가장 걸맞은 적임자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IT(정보기술산업) 기
노조 생기면 회사 접어야죠2014년 3월 25일 에 기사가 실렸다. "‘노조 생기면 회사 접어야 한다’ … 안철수 과거 발언 논란”이다. (안철수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였다) ‘물뚝심송’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박성호씨(딴지일보 정치부장)가 “안랩의 CEO 안철수가 직원들에게 했던 말 한마디를 인용”한 내용이었다.몇몇 직원들이 안철수에게 "만약 안랩에 노조가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안철수의 답변은 이랬다고 한다. "회사 접어야죠" 직원들은 말문이 막혔고, 대화는 여기서 중단되었다. 이 기사를
1. 즐겁지 않은 홍준표홍준표 경남도지사를 입에 올리는 건 즐거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 번은 필요하지 싶고 지금이 적기인 것 같다. 그의 수많은 막말을 미러링해보자. 그가 숨기고 싶은 진면목이 제대로 드러날 수도 있다. "민주당 1등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 했다. 이를 홍 지사에 맞춰 재구성하면? "자유한국당 1등 후보는 불법 정치자금 먹고 유죄판결 나면 자살을 검토할 사람"이다. 이번 서울고법 항소심 무죄 판결 취지는 '받은 적이 없다'가 아니라 '받았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이니까. 1억원 전달자는 오
1. 잘못 예측해 죄송합니다지난 2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자유한국당 후보로 대선에 나서리라고 예상하는 글을 쓴 적 있다. (관련기사: 나가 떨어진 반기문, 황교안은 어디까지 갈까?) 이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황교안은 지난 15일 대통령 선거를 5월 9일 한다고 발표하면서 자신의 불출마까지 함께 밝혔다. 엉터리 예측을 했으니 글을 읽으신 분들께 민망하다. 죄송하다, 사과드린다. 스스로에게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촐싹대지 말아야겠고, 좀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한다.엉터리 예측을 했으면 기분이 좋지 않아야 마
1. 박 전 대통령을 존대하다니박근혜 처지가 현직 대통령에서 전직 대통령으로 바뀌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의 대통령 관저에 머물 자격이 없어졌다. 더이상 대통령이 아니고 자연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관저를 즉각 떠나야 했으나 하루 이상 미적거렸다. 박근혜가 돌아간 서울 삼성동 그 집을 두고 보도매체에서는 '사저(私邸)'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저'라는 낱말이 나는 불편하다. 왜일까 생각해 보니 거기에 분명한 존대의 뜻이 들어 있는 것이 첫째 이유였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집을 거기 사는 사람들의 지위나 신분에 따라
1. 김무성의 족쇄 대선 불출마 약속반기문이 나가떨어졌다. 반기문의 낙마는 지난달 13일에 쓴 '반기문은 대선 본선 완주 가능할까?'에서 밝힌대로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반기문의 대선 준비 정도와 이미 드러난 자질에 비춰볼 때 결론은 빤히 나 있었다.반기문은 나가떨어진 뒤에조차 '남 탓'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 "각종 가짜 뉴스", "일부 정치인들의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를 대선을 중도에 그만두는 원인으로 꼽았다. 옹졸하고 늘 푼수 없는 반기문이라 하겠다.어쨌거나 이로써 가장 타격을 입은
나는 박정희가 싫다. 5·16 군사쿠데타, 10월 유신, 계엄령·위수령, 비상사태·긴급조치, 중앙정보부, 공포통치 등 객관 사실 때문에도 그렇지만 개인 경험만으로도 나는 박정희가 너무 싫다. 나는 1963년생이다. 1970년에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박정희는 이태 전인 1968년 12월 5일 국민교육헌장을 발표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박정희는 전체주의에 따라 사회 모든 분야를 군사화했다. 그것은 조그만 시골 국민학교 교실에까지 관철됐다. 학교 정문을 통과할 때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했다. 입학식 하는 첫날 배우지
뭣이 중한가? 대한민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아파트동별 대표자보다 못하게 만들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3일 반기문 전 총장 대선 출마 관련해“국내에 5년 이상 거주한 사실이 있는 40살 이상 사람이면 누구나 대통령 선거에 후보로 나설 수 있다”고유권해석했다. 세상에, 40살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국내에 5년도 살지 않은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 그래서 이렇게 법률로 규정해야할 만큼 문제가 될까. 어쨌거나 이로써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을 떠나 유엔 본부가 있는미국 뉴욕에서 살아온 반기문은 대통령 피선거권을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연합뉴스냉정하게 말하면 반기문의 정치 밑천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유엔 사무총장=‘세계 대통령’을 10년 동안 지낸 인물이라는 명성이고 다른 하나는 고향 충청도라는 지역 기반이다. 그런데 이 둘만으로는 대통령 선거를 감당하기는 불가능하다. 정책과 조직이 더 있어야 한다. 여태까지 한 발언 가운데 정책 관련한 부분은 거의 없었던 걸 보면 반기문은 정책을 제대로 갖추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정책 부재는 치명상이 아니다. 얼기설기 구성하면 그럭저럭 땜빵할 수 있는 것이 정책이기도 하다. 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