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기술] ④금리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수치보다 방향, 방향보다 맥락…수익률 곡선과 신용 스프레드의 구조
| 채권은 금융의 언어이고, 금리는 그 문법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익숙한 개인에게 채권은 여전히 낯선 자산이다. 그러나 경제 흐름과 자산시장의 방향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채권부터 이해해야 한다. 채권은 단순히 이자를 받는 수단이 아니다. 경제의 맥박을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직관적인 도구다. 이 시리즈는 채권의 기초부터 실전 전략까지, 시장을 해석하는 감각을 키우는 길잡이다. [편집자주] |
[직썰 / 안중열 기자]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시장금리와 정책금리의 괴리,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 변화, 실질금리의 전환은 자산시장 전반의 구조를 뒤흔드는 신호다.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금리를 암기하는 일이 아니라, 그 배경과 구조를 해석하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건 예측보다 이해, 수치보다 맥락이다. 금리를 전략적으로 해석하는 네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투자 사고의 깊이를 넓혀본다.
◇기준금리는 구조적 맥락이 담긴 종합 신호
기준금리는 단순한 행정 수치가 아니다. 이는 물가, 성장률, 유동성, 정책 스탠스 등 거시경제 조건이 압축된 종합 신호다. 같은 3.5%라는 숫자라도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긴축일 수 있고, 명목 성장률에 수동적으로 반응한 결과일 수 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는 콜금리, 환매조건부채권(RP), 단기채 금리를 거쳐 시장금리로 전이된다. 이 구조적 흐름을 파악하면, 기준금리 발표 이후 시장금리와 채권 가격이 왜, 어떻게 움직이는지 자연스럽게 해석할 수 있다.
◇수익률 곡선과 신용 스프레드는 시장 기대심리의 반영
수익률 곡선은 채권 시장의 심리와 경기 인식을 반영한다. 곡선이 평탄화되거나 역전될 경우, 이는 향후 경기 둔화와 금리 하락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뜻한다. 여기에 신용 스프레드 확대가 동반되면, 시장 전반에 위험 회피 성향이 퍼졌음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는 듀레이션 리스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년물 단기채와 10년물 장기채를 혼합한 이른바 ‘바렛 전략(barbell)’은 금리 급등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 기회를 유지할 수 있다. 또한 금리에 연동해 이자가 변동되는 채권(FRN)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면 금리 상승기에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신용 스프레드 확대 국면에서는 ‘선별력’이 곧 ‘전략’
스프레드 확대는 기회와 리스크가 동시에 존재하는 구간이다. 특히 BBB급 회사채는 위험이 높지만 스프레드가 축소될 경우 수익률이 급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만, 투자에 앞서 몇 가지 조건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해당 기업이 구조적 침체에 빠진 것이 아니라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야 한다. 둘째, 정책 당국의 유동성 공급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존재해야 하며, 셋째로는 해당 기업이 자구책을 실행하고 리스크를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소통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실제로 2023년 PF 위기 당시 B건설은 동일 등급 대비 스프레드가 160bp 이상 벌어졌지만, 사업장별 현금흐름과 담보 상태를 상세히 공개하고 계열사 지원방안을 발표한 뒤 IR을 세 차례 진행하며 신뢰를 회복했다. 스프레드는 한 달 만에 75bp 수준으로 축소됐고, 시장은 등급보다 회복 설계의 정합성과 투명성에 반응했다.
◇금리 흐름은 자산배분 전략의 출발점
금리 해석은 자산배분 전략의 설계와 직결된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는 구간에서는 듀레이션을 확대해 장기채 중심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면 금리 고점 논쟁이 지속되거나 방향성이 불투명한 구간에서는 물가연동국채(TIPS)와 단기채를 혼합해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방어할 필요가 있다. 이후 물가가 안정되면 TIPS 비중을 줄이고 전통적인 장기 국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립 포트폴리오의 기준으로는 물가연동채 2030%, 일반 국채 7080% 비중이 적절하다. 이후 경기 및 물가 흐름에 따라 이 가중치를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국내 투자자의 경우, KTB 물가연동국채, 채권 ETF, 연계형 DLS, 스왑형 펀드 등을 활용해 이러한 전략을 현실화할 수 있다.
◇금리 파생상품은 전략적 설계의 핵심 수단
금리 리스크에 대응하는 실전 전략으로 금리 파생상품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금리선물은 단기금리 변동에 베팅할 수 있고, 이자율스왑(IRS)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금리 방향성에 따른 손익을 설계할 수 있다. 금리옵션은 박스권 장세나 급변동 시기에서 수익과 방어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수단이다. 리자드형 DLS처럼 금리 범위 안에서만 수익이 확정되는 구조도 고정 수익 전략에 적합하다.
최근에는 스왑형 ETF나 파생펀드를 통해 개인 투자자도 금리 파생상품을 간접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이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상품은 포트폴리오 설계의 정밀도를 높이며,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 전략적 완충 장치로 작동할 수 있다.
◇금리는 전략의 문법
금리는 단순한 이자율이 아니라 자산시장과 투자 전략의 언어다. 이를 해석하는 능력은 투자 성패를 가르는 문법이다. 듀레이션은 회피가 아닌 통제의 대상이고, 스프레드는 배제가 아닌 선별의 기준이다. 금리를 읽는 방식이 달라지면 전략도 달라진다. 수치가 아닌 구조를 읽고, 구조보다 시장의 기대 심리를 해석하는 능력이야말로 투자자의 무기다.
이 질문들은 금리를 전략의 문법으로 바꾸는 실용적 해석 도구다. 이제 채권 투자는 금리를 외우는 일이 아니라, 그 배경을 이해하고 전략으로 전환하는 감각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