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기술] ①채권은 처음이지? 금리부터 쉽게 풀어드립니다

경제와 자산시장 읽는 법…숫자 너머의 시그널 주목

2025-05-11     안중열 기자
채권은 금융의 언어이고, 금리는 그 문법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익숙한 개인에게 채권은 여전히 낯선 자산이다. 그러나 경제 흐름과 자산시장의 방향을 제대로 읽고 싶다면 채권부터 이해해야 한다. 채권은 단순히 이자를 받는 수단이 아니다. 경제의 맥박을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직관적인 도구다. 이 시리즈는 채권의 기초부터 실전 전략까지, 시장을 해석하는 감각을 키우는 길잡이다. [편집자주]
[그래픽=안중열 기자]

[직썰 / 안중열 기자] 시장 흐름을 읽는 능력은 결국 ‘금리’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금리의 움직임을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자산이 바로 채권이다. 채권은 이자수익 이상의 의미를 가진 금융 도구다. 금리 구조, 자금 흐름, 자산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까지 연결되는 출발점이자 기준축이다. 경제의 맥락 안에서 금리의 의미를 읽고, 이를 투자로 연결하려면 채권이라는 ‘금융의 언어’부터 익혀야 한다.

◇채권은 ‘돈을 빌려준 계약’…시장금리의 직접 수신기

채권은 정부나 기업이 외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채무 계약이다. 이 증서를 산 투자자는 발행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대가로 약속된 이자(쿠폰)를 정기적으로 받는다. 만기일에는 원금이 반환된다.

발행 주체에 따라 국채, 지방채, 회사채로 구분되며, 만기도 수개월에서 수십 년까지 다양하다. 특히 대부분의 채권은 발행 후 유통시장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되며, 금리나 시장 심리에 따라 가격이 수시로 바뀐다. 즉, 채권은 고정이자 외에도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는 능동적 자산이다.

정기영 한국은행 채권시장팀 과장은 “채권은 금융기관의 대출과 유사한 구조로, 정해진 조건에 따라 이자와 원금을 지급하는 금융 계약”이라며 “시장 금리 변화에 따라 이 채권의 현재 가치가 실시간으로 재조정된다”고 설명했다.

◇금리와 채권 가격, 왜 반대로 움직일까

채권과 금리는 반비례 관계에 있다. 금리가 오르면 기존 채권의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가격은 상승한다. 이는 ‘할인율’ 개념 때문이다. 채권의 미래 현금 흐름인 이자와 원금 현재 가치로 환산되는데, 이때 적용되는 할인율이 바로 금리다.

예컨대 시장금리가 3%에서 5%로 오르면, 기존 채권이 주는 3% 이자는 매력이 떨어지므로 그 가격이 하락한다.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고정 이자를 지급하는 기존 채권의 가격이 올라간다.

이러한 움직임은 ‘만기수익률(YTM)’에 그대로 반영된다. YTM은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연평균 수익률로, 금리 수준뿐 아니라 시장의 기대심리까지 포함해 실시간으로 조정된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립자는 “실질 금리가 올라가면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며, 채권은 이 변화의 최전선에 위치한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금리는 어떻게 결정되는가…경제의 가격표, 기준금리

금리의 최상단에는 중앙은행이 설정하는 ‘기준금리’가 있다. 이는 단기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거래 가격이며, 시중금리와 채권금리, 기업 대출금리 등 전반적인 자금조달 비용에 영향을 준다.

기준금리는 경기, 물가, 고용 등 거시지표에 따라 결정된다.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를 인상해 수요를 억제하고, 경기가 둔화되면 금리를 인하해 유동성을 공급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앙은행은 경제의 과열을 진정시키거나 침체를 부양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최근처럼 인플레이션과 금리 간 상호작용이 복잡한 시기에는 시장금리도 기준금리에 선행하거나 역행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기준금리 발표뿐 아니라 중앙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 즉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시그널을 주목한다.

◇채권 수익은 두 갈래…이자수익과 시세차익

채권 투자의 핵심은 이자수익과 시세차익이라는 두 가지 수익원이다. 고정된 쿠폰 이자를 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얻는 동시에, 금리 변동에 따른 가격 변화를 통해 매매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금리가 하락하면 고정 이자를 제공하는 기존 채권의 매력도가 올라가면서 시장 가격이 상승한다. 반대로 금리가 상승하면 신규 채권은 더 높은 이자를 제공하게 되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기회가 된다.

정기영 과장은 “채권의 수익률 곡선은 미래 금리 방향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며 “수익률이 오르면 가격이 하락하고, 수익률이 떨어지면 가격이 상승하는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전략적 대응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금리 사이클에 따른 전략…듀레이션과 신용 리스크

채권은 금리 환경에 따라 전략을 달리할 수 있는 자산이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기에는 만기가 짧은 단기채가, 금리 하락기에는 만기가 긴 장기채가 유리하다. 이는 채권 가격이 금리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투자자금의 평균 회수기간(듀레이션, duration)’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

듀레이션이 길수록 채권 가격은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금리 하락이 예상되면 장기채가 시세차익에 유리하고, 반대로 금리 상승이 예고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단기채가 합리적이다.

또한 발행 주체의 신용등급도 중요하다. 국채나 AAA 등급 채권은 안정성이 높은 대신 수익률이 낮고, BBB 이하 회사채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는 대신 신용위험이 따른다.

박지훈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표면적으로는 투자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라도 업황 악화나 유동성 위기 등으로 부도 위험이 존재할 수 있다”며 “신용등급 외에도 기업의 사업 모델과 유동성 구조, 산업 사이클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채권과 주식,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채권과 주식은 자본시장 안에서 서로 다른 역할과 리스크 구조를 가진다. 채권은 ‘돈을 빌려주는’ 계약이며, 주식은 ‘지분을 보유하는’ 투자다.

즉, 채권은 채무자의 지급 능력에, 주식은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각각 의존한다. 채권자는 원금과 이자를 우선적으로 회수할 수 있지만, 주주는 기업의 실적에 따라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감수한다.

또 채권은 만기 시점이 명확하지만, 주식은 투자 회수의 타이밍이 불확실하다. 특히 파산 상황에서는 채권자가 우선 변제권을 갖는 반면, 주주는 변제 순위에서 가장 뒤로 밀린다. 이 같은 구조적 차이는 투자자가 감수해야 할 리스크의 종류와 강도를 가른다.

같은 기업에 투자하더라도 두 자산의 수익 기대 구조와 회수 메커니즘은 완전히 다르다. 이는 자산 배분 전략에서 채권과 주식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에 중요한 기준이 된다.

◇금리는 시장의 언어…채권은 그 움직임의 나침반

금리는 단순한 금융 지표가 아니다. 자산 가격의 기준이자, 경제 전체의 자금 흐름을 결정짓는 ‘가격의 가격’이다. 채권은 이 금리를 가장 먼저,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는 자산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단기채에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물가를 억제해 장기채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금리 인하 기조는 주식과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도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채권금리는 경제 전체의 자금 조달 비용을 드러내는 핵심 지표”라며 “이 흐름을 해석할 수 있어야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상춘 한국경제 논설위원은 “채권은 금융의 언어이고, 금리는 그 문법”이라며 “시장 흐름을 파악하고 투자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할 기초 체력”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