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직썰] 금리 전환기, 채권의 반격이 시작됐다
국고채 안정성 vs 회사채 수익성, 투자 전략이 갈린다 전략 자산 급부상…금리 피크아웃·ESG·디지털 3각축
| 우리 사회는 금융의 영향 아래 놓여 있습니다. 자금의 흐름에 따라 가정의 살림살이부터 기업의 흥망, 국가 경제의 성패까지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를 소개하고, 그것이 사회 전반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짚어보려 합니다. [편집자주] |
[직썰 / 안중열 기자] 채권시장이 되살아나고 있다. 금리가 정점을 지나면서 예측 가능한 수익이라는 채권 고유의 장점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동결,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종료 시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고정 등 주요국 통화정책이 전환기를 맞으면서 채권은 전략 자산으로 재조명되고 있다.
그간 주식과 부동산의 그늘에 가려졌던 채권은 이제 자본차익, 저변동성 수익,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및 디지털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다차원적 투자수단으로 진화하고 있다.
◇예측 가능한 수익, 낮은 변동성…채권 본연의 가치 부각
채권의 가장 큰 강점은 수익의 예측 가능성이다. 연 4% 고정금리 국고채에 5년간 투자할 경우 복리 기준 약 21.7%의 누적 수익이 확정된다. 주식처럼 시세 등락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과 이자를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다.
국고채는 정부가 발행하며 사실상 무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연간 가격 변동성은 5~7% 수준으로, 코스피(약 17%)나 S&P500(약 20%) 대비 현저히 낮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연기금, 보험사, 고령층 투자자들은 국고채 비중을 늘리고 있다.
신용등급 AA 이상인 회사채도 투자적격 등급으로 간주되며, 이자소득에 대해서는 15.4%(소득세 14%+지방세 1.4%)의 단일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국고채와 회사채, 수익과 안정의 전략적 선택
채권은 발행 주체에 따라 투자 전략이 달라진다. 2025년 5월 기준,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약 3.2%, 10년 만기는 약 3.6% 수준이다. 금리 하락기에 10년물 채권은 듀레이션 약 9년 기준으로 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경우 약 9%의 자본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반면 회사채는 신용 스프레드 축소에 따른 추가 수익 기회가 있다. 특히 BB등급 이하 하이일드 채권은 연 6~15%의 수익률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경기 침체기에는 부도율이 10%를 넘는 사례도 적지 않아, 투자 적격 여부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증권사들도 관련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BBB급 회사채로 구성된 바스켓 상품을 통해 분산 효과를 노리고 있으며, 대신증권은 투자자 대상 우량 회사채 리스트를 정기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채권 투자의 5대 리스크, ‘안정 자산’ 이면의 복합 변수
채권이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으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리스크 요인이 내포돼 있어 투자 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채권 투자에 있어 대표적인 5대 리스크는 다음과 같다.
우선 금리 리스크다. 금리가 상승하면 기존 고정금리 채권의 시장 가격은 하락한다. 특히 ‘투자자금의 평균 회수기간(듀레이션, duration)’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다.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하락 폭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신용 리스크도 있다. 회사채의 경우 발행 기업의 재무 상태나 신용도에 따라 원금 손실 가능성이 존재한다. 신용등급이 낮은 고수익 채권일수록 위험은 더욱 커진다.
유동성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거래량이 적거나 신용도가 낮은 채권은 매도 시점에 원하는 가격에 처분하기 어려워 투자 회수가 지연될 수 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도 변수다. 물가가 상승하면 고정금리 채권의 실질 수익률이 하락하게 된다. 명목 수익은 일정하지만 구매력은 감소하기 때문이다.
환율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외화표시 채권의 경우 환율 변동에 따라 원화 기준 수익률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환헤지를 하지 않은 투자자라면 환차손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처럼 채권은 단순히 ‘안정적인 자산’으로만 보기에는 다양한 복합적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투자자는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검토하고, 투자 목적과 운용 기간에 맞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리 불확실성 속 전략 다변화…‘바벨’과 ‘사다리’
금리 하락기에는 장기채 편입이 유리하지만, 현재처럼 방향성이 불투명한 국면에서는 ‘바벨 전략’과 ‘사다리 전략’이 실전 대안으로 주목된다.
바벨 전략은 단기채와 장기채를 병행 편입해 금리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이다. 사다리 전략은 다양한 만기의 채권을 균형 있게 편입해 유동성과 재투자 시점을 확보한다. 두 전략 모두 금리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을 때 유효하다.
미래에셋증권은 ESG 장기채와 단기 국채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바벨 펀드’를 출시했다. 금리 리스크를 줄이면서 ESG 수요를 반영한 실전 상품이다.
◇ESG·디지털이 바꾸는 채권 투자 지형
채권 시장은 단순히 금리 사이클의 반사 효과로 반등한 것이 아니다. ESG 확산과 디지털 기술이 구조적 재편을 이끌고 있다.
ESG 채권은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필수 포트폴리오로 자리잡았으며, 수익성과 함께 사회적 책임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디지털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모바일 앱을 통해 개인이 소액으로 채권을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채권 플랫폼을 활용해 개인 투자자에게 프라이머리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채권, 전략 자산으로 다시 서다
2025년, 채권은 더 이상 ‘지루한 자산’이 아니다. 예측 가능한 수익률, 자본차익 기회, ESG 가치, 디지털화에 따른 접근성까지 갖춘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부동산 시장의 정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채권은 새로운 투자 대안이 되고 있다. 금리 피크아웃, ESG 확대, 디지털 전환이라는 삼각축 속에서 채권은 포트폴리오 재편의 중심에 놓일 필요가 있다.
지금이 채권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