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직썰] 초등학생도 ‘금융 히어로’가 될 수 있다
용돈 관리부터 모의 투자까지, 똑똑한 돈 습관 만들기
| 우리 사회는 금융의 영향 아래 놓여 있습니다. 자금의 흐름에 따라 가정의 살림살이부터 기업의 흥망, 국가 경제의 성패까지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낯설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이러한 배경에서 금융권에서 벌어지는 주요 이슈를 소개하고, 그것이 사회 전반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짚어보려 합니다. [편집자주] |
[직썰 / 안중열 기자] 어린이날을 맞아 초등학생이 올바른 금융 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어린이 금융생활 가이드’가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저축을 넘어 소비 계획, 돈의 흐름 이해, 투자 개념까지 아우르는 금융 교육은 자립성과 판단력을 키우는 핵심 도구다.
◇용돈은 첫 번째 금융 수업
아이의 첫 금융 습관은 용돈 관리에서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소비 50%, 저축 30%, 기부 또는 투자 20%의 비율로 용돈을 나누는 방식을 권한다.
예컨대 1000원을 받았을 때, 500원은 필요한 물건을 사고, 300원은 저금통에 모은다. 나머지 200원은 기부하거나 투자 체험에 활용하는 식이다. 용도를 나눠 돈을 다루면 자연스럽게 소비 계획성과 책임감을 배우게 된다.
매일 용돈기입장을 쓰는 습관도 중요하다.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기록하면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나만의 소비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자기 점검과 통제력을 키우는 훈련이다.
◇금융은 먼 개념이 아니다…일상에서 배우자
초등학생에게 ‘금융’이라는 말은 낯설 수 있지만, 실제로 금융은 생활 속 모든 돈의 움직임과 연결돼 있다. 부모가 은행에 돈을 맡기거나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일, 아이가 저금통에 돈을 모으는 일 모두가 금융 활동이다.
금융이란 돈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활동 전반을 말한다. 저축, 대출, 투자, 소비 계획 등 ‘돈을 잘 쓰고, 잘 모으고, 잘 불리는 법’을 익히는 과정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이자’ 개념부터 설명하면 효과적이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시간이 지나 이자가 붙는 원리를 직접 체험하게 하면, 돈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 통장을 함께 만들고 용돈 계획을 세우기만 해도 훌륭한 금융 교육이 된다.
금융은 특별한 지식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익히는 생활 기술이다.
◇목표가 있어야 저축도 습관이 된다
저축은 단지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목표가 있을 때 비로소 습관이 된다. 전문가들은 단기·중기·장기 목표를 정해 이에 맞춰 돈을 나누는 ‘목표 기반 저축’을 추천한다.
가령 단기 목표는 몇 주 안에 살 장난감, 중기 목표는 방학 여행, 장기 목표는 자전거나 미래를 위한 저축처럼 시간과 금액의 범위를 나누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는 아이에게 시간 감각과 우선순위 설정 능력을 길러주고, 충동 소비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집에 있는 통장, 지퍼백, 저금통, 봉투 등을 활용해 각각의 목적에 맞게 ‘장난감’, ‘여행’, ‘미래 준비’ 등의 이름을 붙이면 시각적으로도 명확하다.
용돈을 받을 때마다 이 기준에 따라 돈을 배분하는 습관을 들이면 책임감 있는 소비 감각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투자 교육, 놀이처럼 가볍게 시작하자
주식 투자 교육은 이제 어른들만의 영역이 아니다. 최근엔 초등학생도 모의 주식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과 돈의 관계를 체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이 운영하는 모의투자 플랫폼은 실제 돈이 아닌 가상의 자금을 활용해 실전처럼 투자해보는 방식이다. 아이는 좋아하는 브랜드나 제품을 만드는 회사를 골라 투자하고, 수익률을 확인하며 기업의 가치를 고민하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돈을 버는 기술뿐 아니라 기업을 평가하는 눈, 소비자에서 생산자로의 관점 전환까지도 배울 수 있다. 실수해도 손실이 없어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학습 도구다.
특히 조기에 다양하게 익힌 투자 경험을 가족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경제 대화를 이어갈 수도 있다.
◇식탁이 경제 교실, 가정에서 시작하는 금융 교육
가정은 가장 강력한 금융 교육의 현장이다. 학교 수업이나 앱보다 부모와의 대화와 생활 속 경험이 아이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이번 달 전기요금이 얼마나 나왔는지 ▲마트에서 어떻게 예산을 짜는지 등에 대한 설명만으로도 경제 원리를 전달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숫자 너머, 돈이 생활과 직결된 실체라는 감각을 심어줘야 한다.
부모의 소비 습관도 교육이 된다. 계획적인 소비, 절제, 할인 활용, 목표 저축 같은 행동은 말보다 강력한 메시지다. ‘가르침’이 아닌 ‘보여주기’로 아이는 자연스럽게 돈을 다루는 감각을 익힌다. 식탁 위의 작은 대화가 아이 인생의 첫 경제 수업이 될 수 있다.
그렇게 쌓인 일상의 대화는 아이의 금융 감수성과 자립심을 키우는 든든한 밑거름이 된다.
◇지금이 골든타임, 반복 체험이 열쇠
전문가들은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를 금융 교육의 적기로 본다. 숫자 개념에 익숙해지고, 추상적인 생각도 가능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반복적인 체험 중심 교육이 효과적이다. 주기적인 용돈 배분, 금융 보드게임, 영상 콘텐츠 등은 재미와 이해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다.
추천 도서로는 ‘어린이를 위한 첫 돈 공부’, ‘10대를 위한 경제 교과서’ 등이 있으며, 금융 앱 ‘아이와 금융’, ‘뱅크샐러드 키즈’도 활용할 만하다. 신한은행, 삼성자산운용 등 금융기관도 어린이 대상 콘텐츠를 꾸준히 제공 중이다.
금융 교육은 ‘언젠가 따로 배우는 지식’이 아니라, 오늘부터 일상에서 차곡차곡 길러야 할 생활 습관이다. 어린이날을 계기로 아이에게 금융을 친숙하게 접할 기회를 만들어보자. 돈을 다루는 힘은 결국 스스로 삶을 책임지는 능력과 직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