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상품 기획에서 채용까지…대기업도 '新소통' 삼매경

2022-09-19     김혜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26일 경기도 수원사업장을 찾아 MZ세대 직원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직썰 / 김혜리 기자] 기업 내 MZ세대가 같은 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해 기업의 핵심 인력으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상품 기획·개발·영업 활동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MZ조직을 채용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LG 등 대기업에서는 기업 총수가 직접 나서 MZ세대와 소통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기업에서는 'MZ조직'을 꾸려 상품 개발, 기획, 판매부터 면접까지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GS리테일은 MZ세대의 아이디어를 모아 신상품을 개발하는 '갓생기획'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팀장 없이 MZ세대 실무진끼리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면서 2030세대가 선호하는 요소를 접목,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 특징이다. 팀이 꾸려진 이래 '노티드 우유' '팝잇진주캔디' '바프 꿀젤리' '틈새 오모리김치찌개라면' 등 히트 상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홈플러스 역시 상품 개발 시 MZ세대 바이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최근 가격 파괴로 큰 화제가 된 '당당치킨', 출시 1개월 만에 완판을 기록한 '얼그레이 하이볼' 모두 2030 바이어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이 같은 성과는 20대 젊은 바이어들이 MZ세대가 추구하는 '새로운 경험'을 충족시키는 트렌디한 신상품을 지속해서 선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 분야에서도 기업 내 MZ세대가 주축을 이루면서 젊은 감각에 맞게 MZ세대로 조직을 꾸리고 기업 문화를 혁신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MZ세대로 구성된 혁신리더 그룹 '이노씽크'를 운영하고 있다. 과장 이하로 구성된 이노씽크는 사내 혁신 아이디어 발굴 및 조직문화 개선을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이노씽크는 우리은행 경영협의회 같은 굵직한 사내 행사에 참여해서 MZ세대의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등 은행의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2030 직원으로 구성된 '후렌드 위원회'를 구성, 조직 문화 개선 방법을 모색하는 중책을 맡겼다. 후렌드 위원회 1기는 조직 구성 1년 만에 ▲직위 체계 간소화, 자유로운 호칭 사용 ▲셀프 휴가 결재 프로세스 도입 등 새로운 '신한문화' 창출에 일조하고 있다.

HR 분야에서도 기존 면접에서는 팀장, 임원 등 최소 실무 10년 차 이상 직원들이 참여했지만 최근 MZ세대 직원이 주니어 면접관으로 참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사람인HR는 최근 진행한 올 하반기 연계형 인턴사원 채용에서 'MZ세대 면접관' 제도를 도입했다. 경력 3년차 MZ세대 실무진이 면접관으로 참여해 채용 평가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사람인HR은 MZ세대 지원자들과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면서 현업에서 업무를 함께할 실무진의 시각에서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선발할 수 있게 됐다. MZ세대 면접관들은 합격자가 입사한 이후에도 멘토로 활동하며 실무와 조직 적응을 도울 계획이다.

◆ 삼성·LG·SK 등 그룹 총수도 'MZ세대' 역량에 주목

삼성·LG·SK 등 대기업에서도 MZ세대만의 역량에 주목하고 있다. 핵심 인력인 MZ세대가 소비 주축으로 떠오르면서 그룹 총수가 나서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는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방문해 디바이스 경험(DX) 부문 MZ세대 직원들로부터 차기 제품 전략과 특징 등을 보고받았다. 이 부회장이 전략 제품 및 서비스와 관련해 경영진이 아니라 MZ세대 직원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부회장은 제품 보고 이후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일상 속 이야기를 나누며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LG그룹도 MZ세대와의 소통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취임 직후 임직원들에게 '회장'이 아닌 '대표'로 불러달라고 당부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지난달 대학생 16명으로 구성된 '디자인크루'를 만나 Z세대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직접 들었다. 디자인크루는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하고, Z세대의 솔직한 생각과 관점을 LG전자 임직원들에게 전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는 등 SNS를 통해 MZ세대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재계 총수 최초로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해 직설적이면서 유쾌한 대화를 이어가며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