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융자 26조 돌파…‘빚투’ 사상 최고에 개미들 위험 노출

변동성 장세에 저가 매수 기회 노리자, 반대매매 리스크 커져

2025-11-25     최소라 기자
21일 신한은행 딜링룸 모습. 이날 신용거래융자는 26조7612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은행]

[직썰 / 최소라 기자] 코스피가 조정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이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여긴 개인투자자들이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면서 신용거래융자 규모가 26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빚투 위험성에 대한 경고등이 켜진 배경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거래융자는 지난 21일 기준 26조7612억원을 기록했다. 유가증권 시장에서는 17조284억원, 코스닥 시장에서는 9조732억원 가량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후 상환하지 않은 금액으로, 개인투자자의 빚투 규모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사용된다.

◇줄어드는 예탁금, 늘어나는 반대매매

반대로 증시에서 자금을 빼는 움직임도 확인됐다. 투자대기자금으로 여겨지는 투자자 예탁금은 감소세다. 지난달 5일 최대규모인 88조원을 기록했던 예탁금은 21일 기준 78조8263억원으로 약 10조원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반대매매 비중은 크게 오르면서 개미들은 반대매매 공포에 노출됐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올해 초 0.6%(1월2일)에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지난 18일 기준 3.6% 까지 올랐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주식을 산 뒤 결제 기한 내 대금을 갚지 못하거나 담보 가치가 일정 기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가 담보로 잡은 주식을 강제 매도해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다.

◇증권사, 빚투 확대에도 소극적 

증권사는 빚투를 크게 제한하고 있지 않다. 증권사의 자본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현행 금융투자업 규정은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100%까지 신용공여(대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올해 실적 호황기를 겪고 있는 상위 10개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70조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약 70조원까지 신용융자가 가능한 셈이다.

업계는 통상적으로 자기자본의 60% 선에서 신용공여 규모를 관리하고 있어, 26조원은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신용융자를 통한 이자수익도 쏠쏠하다. 실제로 2021년 팬데믹 당시 빚투가 급증하면서 증권사들은 큰 폭의 이자 수익을 올린 바 있다.

◇정부가 빚투 조장하나…부동산과의 이중잣대 논란도

일각에서는 ‘부동산은 투기, 주식은 투자’라는 이중 잣대를 지적하기도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에 ‘심리’가 중요한 변수인데 최근 부동산에는 강한 규제가 들어간 반면 정부가 앞장서서 주가부양에 나서면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4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빚투도 레버리지의 일종”이라면서 “부동산, 예금, 시가총액 상위 10개에 대해 투자한 결과 10년간 수익률은 주식 투자가 제일 나았다”는 발언을 하자, 국민의힘은 “정부가 부동산 투자는 죄악시하더니, 주식 빚투는 미덕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3분기 증권사 대출만 증가…금융당국 경고

올해 3분기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한 풀 꺾인 반면 증권사는 2분기 연속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경우 올해 3분기 가계대출 증가액은 10조1000억원으로 전 분기 증가액 19조3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둔화됐다. 반면 증권사와 자산유동사·대부업자 등이 포함된 기타중개회사만이 2분기 연속 가계대출 규모가 늘어났다. ‘빚투’ 영향이다. 3분기 대출 규모 증가폭은 3조7000억원이었으며 2분기에는 이보다 더 많은 5조3000억원이었다.

이처럼 시장 전반에 ‘빚투’가 확산되자 금융당국도 경고등을 켰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은 증권사 간담회를 통해 신용공여 한도 재점검 등 리스크 관리와 투자자 보호 강화를 요청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증권사별 총량제한, 보증금율·담보비율 제한, 고객·종목별 한도 차등 등을 통해 신용거래융자의 리스크를 면밀히 관리 중”이라면서 “신용융자를 통한 투자는 면밀한 투자 판단과 위험에 대한 명확한 인식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변동성 큰 주식, 장기투자 지향해야”

전문가들은 ‘빚투’를 통한 단기 수익 추구보다는 장기 투자로의 방향 전환을 제안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은 본래 위험을 동반하는데 그런 투자를 대출까지 받아서 한다는 것은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투자의 영역을 벗어났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도 “주식시장은 부동산보다 변동성이 따르기 때문에 레버리지 투자 보다는 장기 투자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