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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들의 국시 거부가 왜 ‘뻘짓’인지 팩트로 설명해보자

  • 입력 2020.09.08 09:31
  • 수정 2020.09.08 09:50
  • 기자명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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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이번 의대생들의 국시 거부가 왜 뻘짓인지 팩트 위주로 설명을 해보자.

1. 한국은 1년에 의사가 3000명쯤 나온다. 국시 거부 인원이 86%니까 내년에는 의사가 2580명 정도 부족해진다고 보면 됨. 이중 남자의사가 약 74% 정도임. 숫자로는 대략 1909.

2. 왜 남자의사 숫자를 세냐면, 갓 의대를 졸업하고 면허를 딴 남자의사들 중 인턴이나 전문의 과정 진학을 안 하고 바로 '공중보건의사(공보의)'라는 걸로 군대를 가는 경우가 있기 때문. 물론 이 1909명이 다 공보의에 지원하지 않음. 전문의로 직행하는 인원들이 많기 때문임. 피치못할 사정으로 군대 문제를 해결해야 하거나, 일반의로 커리어를 정리할 사람들만 바로 공보의를 선택함. 올해 기준으로 이 인원이 345명임.

3. 공보의는 지방의 의료취약지에 가서 3년 동안 보건의사 활동을 하면 병역 의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안 그래도 지방에 의사가 없는데 의대생들이 국시 거부하고 공보의 마저 부족해지면 의료취약지 시민들과 정부가 난처해지는 거 아니냐는 물음을 가질 수 있는데. 1년에 뽑는 공보의가 1300명 정도임. 장기적으로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해서 몇 년 정도 계속 의사가 안 나오면 그럴 수 있겠지만 1년 안 나오는 걸로는 그다지 타격이 없음.

시위하는 계명대 동산병원 의대교수들

4. 그래도 타격이 있는거 아니냐 집요하게 물음을 가지는 분이 있을지 몰라서 설명하자면, 전국에 있는 1360개 보건소 및 보건지소 중 44%는 반경 1km 이내에 민간의료 기관이 있음. 이 민간의료 기관은 의사가 상주하는 의원을 말함. 한의원, 치과의원은 제외.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서 조사한 수치임.

참고로 2020년도 기준으로 전문의 마치고 오는 공보의와 치과, 한의과 출신 공보의 숫자만 합쳐도 합쳐도 800명이 넘음. 최악의 경우 연간 600명 정도 공보의가 한번에 확 줄어도, 정부가 마음먹으면 1년 정도는 해당 영역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다는 얘기임.

실제로 손영래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의대생 국시 거부 인원이 가시화된 7일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공중보건의사나 군의관 같은 경우 필수 배치 분야를 중심으로 조정하면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정규의사 인력을 고용하는 방식 등을 통해 농어촌 취약지 보건의료에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참. 이건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니까 또 '그럼 지방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주장은 거짓말 아니냐'는 바보같은 얘기는 하지말구... 의사 파업했는데 생각보다 죽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아그럼 그 필요없는 전공의들을 다 해고해도 되겠네라고 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쵸?

5. . 그리고 또 막 의사면허 딴 의사들을 어디다가 쓰지. 일반의로 개업하는 의사들 빼고는 아마 인턴으로 병원에 취직을 함. 이 인턴 의사선생님들이 없으면 병원이 막 마비되는 거 아니냐고 물으면 병원서 일하는 사람들이 뭐라고 답할까. 빙그레 웃겠지.

병원에서 인턴들이 하는 일이 의사로서 무슨 상당한 전문성을 요하는 작업들이 아님. 이건 오늘 전공의 파업을 사실상 접겠다고 발표한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도 설명한 내용이다.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박 위원장은 대회원 간담회 질의응답에서 '의대생들의 국시거부로 정부가 백기를 들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정부는 의대생들의 단체 국시거부 상황이 올 경우에 대비해 인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PA(Physician Assistant) 합법화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정부 대책이 있는 이상 국시 거부는 압박할 무기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PA는 의사 지시가 있을 경우 수술 등 의료행위가 가능한 간호사를 말함. 간호사인데 하는일은 거의 레지던트니까 병원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너무 좋지. 지금은 제도화가 안 되어서 연봉이 높은 편인데, PA 면허 발급하기 시작하면 공급이 많아지면서 급여도 내려갈거임.

6. 뭐 삶에서 쉼은 꼭 필요한 과정이니까. 의사가 되기 전 1년 정도 조용히 삶의 의미를 반추해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함. 생애주기로 보면 연봉이 1~2억원 정도 깎이겠지만 뭐 의사는 워낙 수입이 좋으니까.

7. 그런데 생각해보길. 지금같은 합격률이 유지된다면 내년에는 의사가 5600명 나오는거임. 의사가 많이 나온다고 의대생들이 수련받고 싶어하는 대형 상급병원들이 전공의 TO 2배로 늘려줄까?

8. 한국 의료구조는 참 기형적인데. 그중 참 재미있는 부분이, 전공의 육성에는 정부가 돈을 거의 안 쓴다는 거임. 그래서 흔히 말하는 '대학병원'들이 수련하는 전공의들을 싼 월급으로 굴리면서 환자보게 만드는 방법으로 교육비랑 의사 인건비를 뽑음. 병원에 있는 선배들 계산 살벌함. 2018년 기준으로 전공의 직접인건비, 수련교육관련 인건비와 행정비용, 학술비용, 지도전문의 인건비 등 수련병원이 책임지고 있는 전공의 양성비용이 연간 7350억원이라는 게 대한병원협회 오피셜임. 큰소리 떵떵. ? 정부는 돈이 없어서 여기다 대고 뭐라고 못하고 있는 상황이고.

의사협회 홍보물

9. 원래 성정이 순수한 의대생들은 그래도 의사 선배들이 우리를 지켜줄거라는 기대를 갖겠지. 그런데 정말 그런 의사 선배들이 그렇게 많았다면 이번 파업에 개원의들 참여율이 10% 선에 머물렀을까.

아니 다 떠나서 9 7일에 파업 철회할 전공의들이. 9 6일까지 국시 신청 마감인거 뻔히 알면서 의대생들에게 자기들 파업 철회할거라고 귀띔도 안해줬잖아. 하루 전에만 알려줬어도 국시 봤을텐데. 후배를 챙기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그런 행동을 할 수 없지. 그냥 이용한 것일뿐.

이 순간에도 의사 면허 가진 선배들은 학생들이 대견하다, 끝까지 연대한다 어쩐다 하고 있는데... 에효. 인생은 그저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해야지 방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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