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발 코로나19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예배 금지 조치에 저항하는 교회들이 나타나면서 개신교계에 대한 여론이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악화된 여론을 의식한 개신교계 내부의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북노회에 소속된 50여개 교회에서 ‘교회가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교회 건물에 걸기로 했다.
서울 강북구 한빛교회 홍승헌 목사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이 지경까지 커진 것에 대해 깊이 참회하면서, 교회의 쓸모없음이 자꾸 거론되고 있는 이때, 지금 교회가 그나마 사회를 향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로 통일된 사죄의 메시지를 동시적으로 실행하는 것’뿐이라는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홍 목사는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북노회에 소속된 50여개 교회는 ‘교회가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는 현수막을 일제히 교회외벽에 게시하는 캠페인을 시작한다”며 “세상과 지역사회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좋은 이웃이 되겠다”라고 전했다.
한빛교회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대부였던 고 문익환 목사가 생전에 목회했던 교회다. 한빛 교회는 1975년대 동아투위 사건, 1976년 3.1민주구국선언문 사건, 1977년 연세대 시위 사건과 양성우 필화 사건, 1979년 YH 사건 같은 등 민주화운동의 주요 사건에 참여해왔다.
특히 1989년 문익환 목사의 방북 사건은 한국 현대사에 큰 충격을 던진 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교회에 등록된 교인들이 법정에서 받은 선고량을 합하면 징역 200년 가까이 이른다.
한빛교회가 속한 한국기독고장로회(기장) 총회는 24일 “전광훈 현상을 배태하고 비호하거나 또는 방관해온 그동안의 한국 교회의 잘못을 통렬하게 참회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장은 이날 성명에서 “자기주장을 위해 세상의 희생에 무관심할 때, 이미 그것은 교회도 아니고 신앙도 아니다”라며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교회는 집단이기주의, 거짓우월감과 자가당착, 편견과 혐오를 전파하는 집단이 됐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2020년의 한국 교회의 부끄러움과 수치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코로나 재확산의 위기 앞에서 모든 교회들이 방역에 앞장서 협력함으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데 온 힘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