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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유족들은 왜 ‘미래한국당 정경희 후보 사퇴’를 요구했나

  • 입력 2020.04.03 10:22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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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관련 시민단체들이 정경희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정경희 후보는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후보 7번을 받았고, 미래한국당은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입니다.

정경희 후보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사편찬위원을 지냈던 인물입니다. 2015년 <한국사교과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출판했습니다.

정 후보는 책에서 “제주 4·3 사건은 남로당이 주도한 좌익세력의 활동으로 인해 일어난 사건이었다”며 “도민들이 궐기한 게 아니라 제주도의 공산주의 세력이 대한민국의 건국에 저항해 일으킨 무장반란”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제주4·3연구소, (사)제주민예총, (사)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사)제주4·3범국민위원회는 2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정 후보는 자신의 저서 등을 통해 4·3을 ‘좌익폭동’, ‘공산주의 세력의 무장반란’이라 주장하며 제주 4·3을 심각하게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며 왜곡했다”고 밝혔습니다.

4·3 단체들은 “검정교과서의 내용을 두고 ‘제주 4·3사건을 폭동이 아니라 봉기 또는 사건으로 규정해 이 사건의 폭력성을 완화시키려고 노력한다’고 비난하며, 청소년의 올바른 역사인식을 가로막는 언행을 자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왜곡된 역사인식으로 4·3을 폄훼하는 인사를 비례후보로 내세운 미래한국당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역사의 상처를 딛고 평화로운 공동체로 나아가자는 국민적 열망을 짓밟고, 다시 갈등과 반목의 시대로 돌아가자는 반역사적 행위”라며 미래한국당의 공천을 비판했습니다.

4·3 단체들은 “이(정 후보 공천)는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갈등과 반목의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대다수 국민과 4·3 유족의 열망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라며 “이런 유족과 국민적 열망에 동의한다면 정 후보는 자진사퇴해야 한다. 미래한국당 또한 이에 합당한 조치를 취하고, 제주도민과 4·3유족들에게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정 후보의 편향된 역사인식

ⓒ오마이뉴스

정경희 후보는 또 다른 저서 <1948: 대한민국 건국이야기>에서도 “제주도 3개 선거구 가운데 2개에서 좌익의 폭동으로 인해 투표가 실시되지 못했을 뿐, 전국적으로 압도적 다수의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했다”라며 제주 4·3사건을 폭동으로 규정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윤근혁 교육 전문 기자의 기사를 보면 정 후보는 2014년 한국학중앙연구원 연구비로 쓴 <제3공화국의 정체 확립과 근대화전략: ‘조국 근대화’를 위한 ‘정치의 경제화’>라는 논문에서는 박정희 정권을 미화하는 편향된 역사인식을 보여줬습니다.

논문을 살펴보면 정 후보는 유신을 가리켜 “가능한 한 최단 시간에 최대의 효과를 내는 군사적, 경제적 개발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서 도입한 것이 바로 유신체제였다”라며 독재정권의 상징인 유신을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 후보는 “박정희가 5·16군사정변으로 정권을 잡은 이후의 대한민국은 ‘조국 근대화’를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발전국가라고 이름 붙여도 무방할 것”이라며 5·16 군사쿠데타를 옹호했습니다.

국민교육현장에 대해서는 “국민교육헌장에 담겨있는 혁신, 융통성 등의 핵심 가치가 오늘날과 같은 ‘역동적’인 한국을 가능하게 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국민교육헌장은 1890년 일본이 발표한 ‘교육칙어’와 매우 흡사합니다. 일제는 조선인에게 신민사상을 강요하기 위해 교육칙어와 천황의 초상화를 전국 학교에 내걸었고, 아침조회나 행사 때마다 낭독하게 했습니다.

1948년 폐지된 일본 천황이 발표한 ‘교육칙어’라는 일제의 잔재가 20년 뒤인 1968년에 박정희 정권에서 부활한 셈입니다.

국민교육헌장은 일제의 잔재라는 지적에 따라 1994년 선포 기념행사가 폐지되면서 사라졌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제주 4.3의 아픔

미래한국당 정경희 후보는 비례대표 7번으로 당선된다면 교육위원회로 배정받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정 후보가 교육위원회 소속이 된다면 편향된 역사 인식이 그대로 정치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 이름조차 명명되지 않은 제주 4·3이 분열과 갈등의 양상으로 다시 재연된다면 제주도민들은 또다시 아픔을 겪어야만 합니다.

오늘은 제72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행사는 대폭 축소됐습니다. 일 년에 하루 제주 4·3 유가족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날이지만 그마저도 어렵게 됐습니다.

국민들의 아픔을 해결하는 정치가 아니라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모습이 보여 4월 3일 아침이 씁쓸합니다.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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