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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서지현 검사의 호소 “함께 분노해야 바꿀 수 있다”

  • 입력 2020.03.24 10:39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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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 ⓒ연합뉴스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처벌 강화’를 위해 텔레그램 범죄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국회의원, 정부 부처 전문가 등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3월 23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강동갑, 전 여성가족부 장관) 주최 ‘텔레그램 n번방 처벌 강화 긴급 간담회’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간담회에는 텔레그램 내 성착취 신고 Project ReSET 대표 및 활동가들,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 서승희 활동가를 비롯해 서지현 검사,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과 이인영 원내대표, 진선미 의원, 박주민 의원 등이 참석했습니다. 또한, 관련 사건을 계속 추적해온 한겨레와 국민일보 특별취재팀 기자도 참석했습니다.

n번방 사건

텔레그램(메신저 프로그램) 비밀 대화방을 개설해서 성착취 영상을 불법으로 제작한 뒤 돈을 받고 배포한 사건. 이른바 ‘박사방’을 운영했던 A씨는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피해자를 유인한 뒤 얼굴이 나오는 나체 사진이나 성 착취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협박했다. A씨는 유료 대화방을 운영하며 최대 150만 원을 받고 성 착취 동영상을 회원들에게 제공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사방 피해자는 74명이고, 이 중 미성년자는 16명이었다.

간담회를 개최한 진선미 의원은 “제2의 N번방인 다크웹, 메신저, 불법동영상 사이트, 웹하드 상의 디지털 성범죄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성착취 카르텔을 끊어내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가장 강력한 처벌”이라고 강조하면서 “구매자, 소지자뿐만 아니라 범죄에 가담하며 동조한 공범들 모두가 단죄되어야 하며 여러 범죄로 흩어진 법들을 모아 ‘디지털 성범죄 특별법’을 준비하도록 하겠다” 고 밝혔습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개정된 국민청원 제도에 의한 1호였던 만큼 국제공조 수사는 물론 양형기준 강화를 위해 국회는 응답해야 한다”면서 “n번방 사건 재발금지 3법이 총선을 치르고 4월 말, 5월 초에 국회를 다시 소집해서라도 이번 국회 임기 내 처리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약속했습니다.

박주민 의원은 “2015년~18년 4년간 아동청소년음란물을 배포한 3,449명이 검거됐지만, 이들 중 기소된 경우는 479건에 그쳤고, 그중에도 80명 만이 실형 처벌을 받을 만큼 가벼운 처벌이었다”면서 “이러한 사법체계 작동원리가 오늘날 n번방의 토양이 된 것으로 법사위에서 계류 중인 20여 개의 법률과 민주당 3법을 포함해 처벌이 강화될 수 있도록 20대 국회 마지막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서지현 “함께 분노해야 바꿀 수 있다”

검찰 조직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며 ‘미투'(metoo) 운동을 확산시킨 서지현 검사(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은 “앞으로 과학기술 더 발전할 것이고 지금까지처럼 성범죄 계속 옹호하고 묵인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진정한 지옥에 살 게 될 것”이라며 “피해자 입장에서 함께 분노해준 분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른다. 이것은 일부 여성 피해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함께 분노해달라. 함께 분노하면 바꿀 수 있다”라고 호소했습니다.

<서지현 검사 발언 전문>

안녕하세요 서지현 검사입니다.

저는 법무부에서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법무부의 대책에 대해서는 저희 법무부 양성평등 담당관님이 함께 참석하셔서요, 이야기를 잘해주실 테니까 저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자꾸 언론에서 ‘아동 음란물’, ‘야동’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일반인에게 그냥 ‘야동’ 정도로 오해하게 만드는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야동’ 내지 음란물과 성착취물은 엄연히 다릅니다. 이 사건은 ‘야동’ 사건이 아니라 성착취 인신매매 성폭력 사건입니다. 언론에서 제발 좀 유념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제가 페이스북에 국가위기상황이라고 썼더니 크게 기사화가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조금의 과장도 없이 정말로 심각한 국가위기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이 사건을 보면서 너무나 믿기 어려운 정말 초유의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검사로서 근무하면서 온갖 종류의 굉장히 끔찍한 성폭력 사건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 소라넷 등에서 이미 동일한 또는 유사한 범죄들이 셀 수 없이 벌어져 왔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제대로 처벌받았나요? 아직도 이름을 알 수 없죠. 소라넷 운영자 A 모 씨, 징역 4년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보도해서 이름을 알게 됐죠. 다크웹 운영자 손정우 씨, 1심에서 집행유예 받고 2심에서 징역 1년 6월 받았습니다. 무혐의, 무죄 선고를 받은 범죄자들의 이름은 일일이 다 거론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도대체 누가 제대로 처벌받았나요

미투, 버닝썬, 장자연, 양진호, 화장실 ‘몰카’(불법촬영) 사건 등에 여성들이 이대로 못 살겠다고 외쳤을 때 여성 이슈 신경 쓰면 남성들 표 떨어진다고 외면했던 자들은 누구인가요.

과학기술은 발전하고 이제 초등학생들까지 스마트폰을 갖게 됐습니다. 사진, 동영상 촬영, 합성, 업로드, 공유 단체 대화가 훨씬 손쉬워졌습니다.

이제까지 성범죄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에 제대로 죄의식이 없는 자들이 바뀐 플랫폼에서 대규모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양산해 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과학 기술은 점점 더 발전할 것이고 지금까지처럼 계속 성범죄를 옹호하고 묵인한다면 우리는, 우리 아이들은 진정한 지옥에 살 게 될 것입니다.

저는 지금의 제 말에 조금의 과장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N번방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걸려 있습니다. 그래서 이 자리가 너무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자리를 마련해 주신 진선미 의원님 그리고 시간 내주신 이인영 대표님, 박주민 의원님 또 참석해 주신 모든 여러분들께 너무나 감사드리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가 피해자 입장에서 한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두려움에 가득 차 있을 때 함께 분노해 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이것은 일부 피해자만의 일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함께 분노해 주십시오. 함께 분노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백혜련 의원, ‘N번방 사건 재발 금지 3법’ 발의

▲ 더불어민주당 여성 의원 등이 국회 정론관에서 ‘N번방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수원을)은 ‘형법 개정안’,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N번방 사건 재발 금지 3법’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백혜련 의원은 “성적 불법 촬영물 관련 범죄는 피해자의 성적자기결정권과 인격권을 침해하는 패륜적 행위로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백 의원은 “입법이나 법 집행에 있어서 지금껏 법무부, 법원의 태도가 피해자 중심주의와는 거리가 있었다”며 “디지털 성범죄 발본색원을 위해서는 국회가 보다 적극적인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백 의원이 발의한 ‘N번방 사건 재발 금지 3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형법 개정안: 성적 불법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형법상 특수협박죄와 강요죄로 처벌하고, 협박 상습범은 가중처벌하는 내용

○성폭력처벌법 개정안: 유포 목적이 없더라도 성적 불법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스마트폰 등 휴대용 단말기 또는 컴퓨터에 다운로드받는 행위 자체 처벌. 본인의 신체 촬영물이라도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포될 경우 처벌. 촬영·반포·영리적 이용 등에 관한 처벌도 대폭 강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불법 촬영물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처벌하는 내용

백 의원이 ‘N번방 사건 재발 금지 3법’을 발의하는 등 국회에서 관련 법안 논의가 나온 배경은 다양한 유형의 디지털 성범죄는 늘어가지만, 이를 예방하고 처벌하는 법적 수단은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23일 국회에서는 정당마다 논평과 긴급 기자회견,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이번만이 아니라 꾸준하게 디지털 성범죄를 예방하고 단호히 처벌해 다시는 아픔을 겪는 피해자들이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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