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향 이여영 대표는 자신이 잘 알지도 못하는 간장게장을 만들겠다며 클라우드펀딩을 하더니 무책임한 sns마케팅 끝에 녹아내린 간장게장을 배송했다. 쏟아지는 비난에 앞뒤 안 맞는 변명으로 일관하던 이여영 대표는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그 무렵 한 매체에 연재 기고를 한다. ‘여자 사장으로 살기’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여영의 기고글에는 반성 대신 여자 사장으로서 받는 부당함에 대한 호소로 가득했다.

‘나는 식당 사장이자 ‘여자 사장’이다. 사장 중 가장 어렵고, 우리 사회에서도 바닥인 처지다.’

‘외식업계의 저열한 경쟁자들 중에는 SNS로 내 사업을 망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이들부터가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우리 땅의 오랜 고정관념에 대한 도전을 마뜩잖게 본다’

일반론으로 볼 때 저 말들은 사실일 것이다.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여성 CEO가 감내해야 할 핸디캡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내가 알기로 이여영 사장을 향한 비난 중 그의 성별 당사자성과 관련이 있는 건 하나도 없다. 이여영은 ‘누군가에게서 투자를 유치하면 스폰서 관계냐는 의심을 받고, 다른 이와 사업 협력을 하면 특별한 관계라는 공격을 받을 때도 있다’고 억울해 했지만 그는 자신을 향한 합리적 의심에 단 한번도 진실되게 인정한 적이 없었다.

정의당 비례1번 류호정 후보는 2014년 2월 대리게임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대리랭 의혹을 묻는 한 매체의 질문에 류 후보는 “(여성 게이머를 향한 대리 의혹에는) 사회적 편견이 있다. 여성이 조금만 못하더라도 대리나 버스를 탔다고 너무 쉽게 단정 짓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리게임을 은폐하기 위해 '내가 여자라서' 사람들이 의심을 한다고 둘러댄 것이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는 대신 편견의 당사자성 뒤에 숨는 전략. 류효정은 정치계의 이여영이다.

류씨의 발언은 진실이다. 많은 여성 게임유저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게임 공간에서 비하 멸시를 받는다. 승률이 높으면 남자라고 의심받고, 여자로 밝혀지면 '여자가 제법이네?'라고 멸시받는다. 이런 편견을 타파하기 위해 많은 이 순간에도 많은 여성 유저들이 분투 중이다. 또, 수많은 여성 CEO들이 사회적 편견에 맞서 '여자 사장'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다.

하지만 류호정과 이여영은 그들이 실력으로, 노력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장벽을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비겁한 거짓말로 성별 편견을 강화하는데 일조한 그들은 가장 적극적으로 여성주의를 망치는 사람들이다.

나는 류씨의 6년전 대리랭이 정치인으로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류씨를 향한 혐오 섞인 비난과 정략적인 공격에 단호하게 반대한다. 이 글 역시 그런 맥락의 비난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류효정 씨가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매 순간 진실할 수는 없지만 저런 종류의 영악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성정을 가진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여성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여성을 향한 편견을 이용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에 맞서는 사람이다.

류씨는 대리랭 사건에 대해 수차례 사과했지만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거짓말의 수단으로 활용했던 것에 대해서는 아직 한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정의당이 이 문제를 안고 가기로 결정한 이상 류호정 후보자는 21대 국회의원이 될 것이다. 그가 공언한 대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여성으로서 정체성 정치를 한다면 그 진정성을 어떻게 믿을 것인가. 국회에 들어가기 전에 후보자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