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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이 “존재 자체가 대단하다” 감동한 식당의 정체

  • 입력 2020.02.28 10:50
  • 수정 2021.12.19 14:48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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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공릉동 기찻길 골목 한구석에 자그마한 식당이 있다. 집밥처럼 소박한 백반을 파는 곳이다. 밥과 국/찌개, 제육볶음 등과 8가지 밑반찬이 제공된다. 그곳에 가면 이름 없는 손님이 아니라 ‘카레 안 좋아하는’ 혹은 ‘돼지고기를 못 먹는’ 손님으로 기억된다. 사장님은 손님의 식성에 맞게 그때마다 반찬을 바꿔 내어준다. 가령, 제육볶음을 못 먹는 손님에겐 생선을 구워주는 식이다.

찌개백반집의 점심 장사 풍경은 정겹기만 하다. 자신의 식성을 기억해주는 사장님의 직업정신에 손님들은 기꺼이 단골이 됐고, 사장님은 그런 손님들이 고마워 식당 운영에 온 힘을 쏟았다. 좋은 식자재를 사용했고, 반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조금이라도 따뜻한 상태의 음식을 제공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배달을 갈 정도였다. 사장님의 심성을 잘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단골손님들은 사장님 모녀뿐만 아니라 손주들과도 다정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마치 가족처럼 스스럼없이 친근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들에게 찌개백반집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식당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어느새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골목에서 말 그대로 ‘골목식당’을 찾는 기분이었다. 백종원도 감탄하긴 마찬가지였다.

 

 

“맛 평가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6천 원에 이런 상차림이 서울 시내에 존재한다는 거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거니까. 맛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일단 기본 이상은 충분히 되니까 제가 먹었겠죠?”

흑미밥에 소고기 뭇국과 꽁치조림, 그리고 8가지 반찬이 백종원의 앞에 놓였다. 이렇게 알찬 구성의 식사가 고작 6천 원이라니. 정신없이 시식을 마친 백종원은 평가를 거부했다. 존재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 극찬하더니 이 집은 방송에 나가선 안 된다고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방송 이후 손님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면 기존의 단골손님들이 불편을 겪을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찌개백반집의 음식 맛이 월등하거나 그밖에 운영 면에 있어서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김치찌개에 들어간 고기는 오래됐고, 제육볶음은 볶는다기보다 졸이는 수준이라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그건 사장님이 건강상의 문제로 췌장의 80%를 잘라내는 통에 고기를 먹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조리방식의 문제점도 공사장 인부들을 위해 대량으로 빨리 조리하느라 생긴 문제였다.

또, 냉장고가 외부로 나와 있었는데, 이 부분은 지적받자마자 개선됐다. 오픈된 부엌은 손님들과 교감을 나누기에 적합했지만, 위생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있었다. 음식 냄새가 홀의 손님들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거나 조리 과정에서 나온 열기로 식당 전체가 더워지는 것도 개선해야 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백종원은 곧바로 리모델링을 추진했다. 다음 주에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여기서 크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사실 손주 여섯 명 만든 것만 해도 저는 너무 행복한 거예요. 여기서. 애들 결혼시켜서. 그런데 이왕이면 이렇게 좋은 기회에 제가 새로운 걸 배워가지고 우리 손님 맛있게 해드리고 싶고 그래서 제가 간절히 이렇게 부탁드리는 거예요.”

그런데 찌개백반집 사장님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을 신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장님은 백종원에게 “크게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없다”면서 “이왕이면 (...) 새로운 걸 배워가지고 우리 손님 맛있게 해드리고 싶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식당을 하는 동안 자녀를 기르고 손주들이 6명이나 생긴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다는 사장님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첫 방문에서 찌개백반집의 존재 자체에 감탄하고, 손님들을 대하는 사장님의 진정성에 감동했던 백종원은 사장님의 고백에 또 한 번 놀랐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찾고 싶었던 식당, 요식업을 시작하는 이들에게 롤모델로 보여주고 싶었던 식당을 이제서야 찾았다는 표정이었다. 백종원은 존경과 존중을 담아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잘하신 거예요. 가르쳐드릴 게 없어요. 사장님은 ‘주먹구구식으로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어요’ 하시지만 이미 사장님은 사장님 모르는 사이에 손님들과 소통을 통해서 데이터가 충분히 쌓여가지고 이미 사장님 마음속에 기본이 갖춰질 건 99% 이상 다 갖고 계신 거예요.”

식당도 엄연히 장사다. 이윤을 남기는 게 목적이다. 각박하게 말하면 주인은 돈을 받고 음식을 팔고, 손님은 돈을 내고 음식을 제공한다. 그 사이에 온정이 개입될 여지는 적게 느껴진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이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그러나 공릉동의 찌개백반집처럼 온기가 남아있는 식당들이 아직 드물지만 남아있다.

손님들의 식성을 고려해서 밑반찬을 재구성하는 섬세함을 발휘하고, 조금이라도 좋은 밥상을 만들어 주기 위해 어떻게든 애를 쓰며, 반가운 이웃을 만난 것마냥 정답게 인사를 나누며 안부를 공유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 공간은 단순히 상품이 교환되는 삭막한 곳이 아니다. 사장님이 내어주는 찌개의 온기가 손님들의 마음까지 사르르 녹여주는 소통과 교감의 공간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공릉동 기찻길 골목의 찌개백반집을 통해 식당이라는 곳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했다. 주인의 입장에서도, 손님의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여운이 많이 남았다. ‘저런 식당이라면 얼마든지 단골이 될 텐데…’, ‘우리 동네도 저런 식당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수많은 시청자가 이런 생각을 하며 부러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직썰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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