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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을 이어가는 이유

  • 입력 2020.01.20 16:02
  • 수정 2020.01.20 16:04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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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을 통해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여름에 이어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을 취재하고 왔습니다. 당시 그들은 부산지하철이 청소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자회사에 간접하겠다는 부산교통공사에 직접 고용을 주장하며 농성을 하고 있었습니다.

계절이 두 번 바뀌었지만, 그들의 사정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청소노동자들은 부산시청역의 차가운 역사 바닥에서 한 달 넘게 농성하고 있었습니다.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 직고용이었습니다. 현재 부산교통공사는 100개가 넘는 역사, 1,000회 이상 운행하는 열차 청소하는 일을 11개 용역 업체로 분리해서 간접 고용하고 있습니다.

용역 업체에 고용된 청소노동자들은 최저 임금 수준의 월급으로 대기실도, 샤워실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5년에 한 벌 지급하는 작업복을 수선해서 입고, 한 달 식대 1만 원을 받습니다.

부산교통공사는 청소노동자들을 자회사로 간접 고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부산지하철노조는 “자회사는 기존 11개 용역 업체가 1개로 줄어드는 것으로 ‘또 다른 이름의 비정규직’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26일 부산도시철도 시청역에서 농성 중인 청소노동자들 ⓒ연합뉴스

부산지하철노조는 “자회사로 갈 관리비와 영업이익, 부가세 등을 직접 고용으로 돌리면 (60여억 원을) 절약할 수 있다”라며 “기존의 예산 범위 내에서도 충분히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련 기사: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 천막농성 해 넘길 듯)

임은기 부산지하철 노조 위원장은 부산교통공사가 자회사를 고집하는 이유에 대해 “퇴직 공무원과 퇴직 간부들을 위해서 자회사의 임원 자리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라며 자회사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임 위원장은 “1,000여 명이 넘는 청소노동자들의 규모가 너무 커서 직접 고용이 어렵다는 것도 황당한 변명이다”라며 “직접 고용돼 단체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하면 귀찮아질 거라는 시대착오적인 천박한 노동인식에 기가 막혔다”고 말했습니다.

부산지역 인권 네트워크 모임인 ‘부산인권정책포럼’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하고 정책을 추진 중임에도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가 자회사를 고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오거돈 부산시장이 농성 중인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들을 직접 만나라는 결의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 관련 영상: "정규직 시켜준다면서요?" 자회사의 함정에 빠진 사람들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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