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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법 여당 꼼수에 끌려가는 야당, 분노하는 유족들

  • 입력 2014.08.21 09:46
  • 수정 2014.08.21 10:03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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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되지 않은 진상조사위원회와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으로는 세월호 진상에 접근할 수 없다. 국민들도 이를 잘 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지 말아야 한다’보다 두 배 이상 높다. 또 국민 열 명 중 일곱 명이 세월호 관련 검경 수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진상 접근 불가능한 ‘껍데기 특별법’ 원하는 새누리당

여당은 수사권과 기소권 얘기만 나오면 펄쩍 뛴다. 허용될 경우 박근혜 정권의 기반까지 크게 흔들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근혜 7시간 미스터리’ 등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잔뜩 웅크린다. 이런 위기감이 여당의 완악함을 부추기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이 학수고대하는 건 세월호 국면 돌파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과 특검 없이 세월호 수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저들도 잘 안다. 특별법 제정을 하되 진상에 접근할 수 없는 ‘껍데기 특별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나. 이게 여당의 고심이다.


기회가 찾아온다. 7.30재보선 참패로 야당이 휘청거리자 이때를 노려 정치검찰은 사정의 칼을 뽑았다. 당 중진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자 야당은 그로기 상태가 된다. 힘 빠진 야당을 으름장 놓으며 협상장으로 끌어들인 새누리당은 지난 7일 ‘특별법 여야 합의안’을 발표한다.

힘빠진 야당 덜미 잡아 이끌어낸 ‘8.7 여야합의안’

수사권과 기소권 뿐 아니라 특검추천권까지 몽땅 빠진 ‘껍데기 합의안’이었다. 세월호 가족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새정치연합은 “진상조사위에 유가족이 3명을 추천하기로 한 성과도 있었다”며 변명을 시도했지만 유족들의 분노만 키우고 말았다.

힘없는 세월호 가족들은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세 가지 양보안을 제시했다. 1.(이명박 내곡동 사저 특검 때처럼) 특검을 야당이 추천하거나 2.특검후보추천위원 여당 몫 2명을 야당에게 넘기거나 3.특검후보추천위 국회 몫 4명을 진상조사위에서 추천하는 방안 등이었다.

어떻게든 진상 규명에 필요한 최소한의 강제권이라도 확보하려는 게 세월호 가족들의 입장이었다. 이 양보안을 놓고 여야가 다시 만났다. 하지만 19일 여야 원내대표가 내놓은 합의안은 ‘양보안’에 비해 크게 후퇴한 것이었다. 세월호 가족들이 또 한 번 뒤통수를 맞은 것이다.


세월호 가족이 제시한 ‘양보안’ 놓고 벌인 8.19협상

‘8.19합의안’의 골자는 이렇다. ▲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배제하고 ▲상설특검법에 의한 특검을 실시하며 ▲특검추천위 여당 몫 2인을 야당과 유족의 사전 동의하에 추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가족은 “여당이 특검후보를 추천하는 것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분개했다.

여야는 각자 의원총회를 열어 합의안 추인 여부를 논의했다. 새누리당은 박수로 합의안을 추인했지만 야당은 밤늦게 까지 의총을 열어 격론을 벌였다. “세월호 유족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합의안을 추인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야당은 “20일 오후로 예정돼 있는 세월호 가족총회를 지켜봐야 하니 일단 합의안 추인을 유보한다”고 발표했다.

여당은 추인했고 야당은 유보했다. 그러자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들은 일제히 야당을 비난하고 나섰다. “제1 야당의 무능함” “지난 7일 저질렀던 실수 또 반복” “리더십 발휘 못하는 야당 원내대표”라며 특별법 제정이 늦어지는 것을 야당 탓으로 돌렸다.


여당이 양보한 것 하나도 없어, 또 꼼수에 휘둘린 야당

“많이 양보했다”고 말하면서도 박수로 합의안을 추인한 새누리당. ‘밑지는 장사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특검후보추천위 여당 몫 2명에 대해 야당과 유족에게 사전 동의를 구하도록 한 것이 통큰 양보인 양 말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사실상 양보한 게 하나도 없다.

야당과 유족에게 양보한 것처럼 포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당의 꼼수에 야당이 또 휘둘린 것이다. 왜 그런지 따져 보자.

▲특검 임명이 무한정 지연될 수 있다

여당이 야당과 유족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인물만 골라 추천하는 경우를 상정해보자. 야당과 유족들은 반대할 수밖에 없을 테고 여당은 역공을 펼 것이다. 성의껏 추천해도 동의해 주지 않으니 특검 임명이 지연되는 건 야당과 유족들 때문이라고 주장할 게 뻔하다. 지연작전이 먹혀들 경우 여당에게는 완승이요, 야당과 유족들에게는 완패가 된다.

▲특검추천위 구성이 중립적이지 않다

상설특검법에 따른면 특검추천위는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 회장과 국회 추천 4인(여야 각각 2명) 등 7인으로 구성되며, 이들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한다. 이런 추천위 구성이라면 야당 몫 2명을 제외한 5명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기대하기 어렵다. 7명 중 여당 성향 위원이 5명인 셈이다.

▲‘야당-유족 동의권’, 무용지물 일 수 있어

여당 몫 2명 중 단 한명이라도 여당 성향으로 돌아설 경우 4 대 3이 돼 야당과 유족에게 불리해진다. 동의를 얻기 위해 중립 성향인 것처럼 행동하다가 위원이 된 뒤 본심을 드러내며 여당의 거수기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두 명 중 한 명이라도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특검추천위는 여당에 의해 장악된다.

‘동의권’은 무용지물일 수 있다. 동의권보다 추천권이 훨씬 강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추천권이 곧 임명권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임명하면 그는 새누리당 소속이다. 야당과 유족의 입장에 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얘기다.

▲협상전략에서 이미 여당에게 패배한 야당

이미 야당이 한참 밀린 협상이다. 처음부터 전락을 잘못 짠 협상이거나 애당초 야당과 야합할 목적으로 시작한 협상, 둘 중 하나다. 특별법의 핵심은 ‘수사권과 기소권’이었다. 최소한 수사권이라도 가져올 각오로 협상에 임했어야 옳다. 하지만 야당은 협상 초부터 수사권을 내려놓았다.

수사권 관철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더니 얼토당토않게 특검 야당추천권을 들고 나왔고, 국회 몫 4명 중 3명이라도 야당에게 달라는 식으로 매달리며 구걸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러니 여당에게 휘둘릴 수밖에.

‘여당 몫에 대한 동의권’을 얻어냈다며 이것을 성과라고 말하는 새정치연합에게 묻겠다. 멍청해서 끌려가는 건가,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여당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는 건가. 대체 무슨 약점이 잡혔기에 여당의 꼼수를 ‘합의안’이라고 들고 나온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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