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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가 ‘포방터 돈가스집’을 시장 밖으로 몰아냈나

  • 입력 2019.12.20 11:38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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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억측이 난무했다. 나쁜 말들이 인터넷에 유령처럼 떠돌았다. 1년 동안 손님들이 줄을 섰으니 돈을 긁어모았을 거란 얘기부터 먹고 살 만하니 다른 곳으로 가게를 옮기는 거란 말까지 나돌았다. 대기하는 손님들로 인한 소음과 담배 연기 때문에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소식도 들렸다. 또, 주변 상가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도대체 포방터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포방터 시장 편이 방영된 지 꼬박 1년에 된 시점에 백종원이 다시 돈가스집을 방문했다. 간헐적으로 방송에 나온 적은 있었으나 제대로 속사정을 살펴본 건 처음이었다. 좋은 일로 찾아간 거라면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 실은 돈가스집 사장님이 포방터 시장에서 도저히 장사를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는 소식 때문에 급히 백종원이 투입된 것이었다.

백종원을 만난 사장님 부부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새벽부터 찾아와 줄 서는 손님들을 위해 대기실을 마련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소음과 담배 연기 등으로 지속적으로 민원이 제기됐으며 주변 상가들의 항의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걸핏하면 가게 앞에서 고성이 오갔고,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취객도 매일같이 찾아와 경찰이 출동해야 할 지경이었다.

지자체에서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 사장님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백종원과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사랑해서 찾아와 주는 손님들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들이 맞닥뜨린 현실의 벽은 높고도 험했다. 식자재를 아끼지 않고 최고의 음식을 제공했고, 집을 넓히는 대신 임대료를 내가며 대기실을 얻을 정도로 애썼다.

그런데도 결국 포방터시장을 떠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장님은 백종원에게 제주도로 가게를 옮기고 싶다는 뜻을 털어놓았다. 사실 문제는 그 밖에도 더 있었던 모양이다. 위의 사유가 표면적이었다면 숨겨진 이유가 더 있었고, 오히려 그게 가게 이전을 결정한 더 결정적인 문제였던 모양이다. 백종원과 제작진은 그에 대해선 끝내 함구했다.

사장님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백종원은 전방위적으로 사장님을 돕겠다며 나섰다. 가게와 집을 다 내놓아도 3,000만 원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에도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백종원은 열심히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방송 중에 포방터 돈가스집 사장님의 경우를 예시로 제시하고 있으니 교재비를 내는 것이라 덧붙였다. 백종원의 도움으로 돈가스집 사장님은 제주도에 가게 이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포방터 시장 돈가스집의 사례는 선한 의지를 갖고 열심히 살아도 삶이 배신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돈을 벌 수 있었음에도 그리하지 않았다. 돈가스 가격을 올리지도 않았고, 식자재를 아껴 이윤을 남기려 하지도 않았다. 아이의 방이 없음에도 집을 넓히지 않고 추위에 떨고 있는 손님들을 위해 대기실을 임대했다. 그런데도 ‘감사하다’란 말보다 ‘죄송하다’는 말을 더 많이 하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나 포방터 시장 돈가스집이 들려주는 교훈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돈가스집 사장님에게 ‘백종원이 당신을 책임져 줄 것 같으냐’고 말했다지만, 자청해서 후견인이 된 백종원의 선의는 지쳐있는 포방터 시장 사장님을 다시 일으켜 세워줬다. 또, 시청자들의 열렬한 응원도 그들에게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한편, <백종원의 골목식당> 제작진의 고심도 덩달아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포방터 돈가스집 사장님의 케이스를 통해 솔루션이 대성공을 거둔 경우에도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방송에 출연하는 건 축복 같은 일임에 분명하지만, 어쩌면 그 뒤에 뒤따를 고난도 감당해야 한다는 걸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을 원하는 사장님들이나 제작진 모두 새겨야 할 것이다.

직썰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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