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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 음란행위가 경범죄? 국민정서 모르는 대검찰청

  • 입력 2014.08.20 11:15
  • 수정 2014.08.20 11:21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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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제주지검장 음란행위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며 파문이 일자 대검찰청은 이준호 감찰본부장을 급히 현지로 내려 보냈다. 그러더니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감찰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하루 만에 철수시켰다.

감찰조사 안 하고 황급히 사표 수리

철수한 이유에 대해 대검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감찰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경찰 수사를 지켜본 뒤 감찰 착수 여부를 결정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즉각 감찰 조사에 착수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 그 다음날 벌어진다.

제주 현지에서 감찰본부장을 만난 김수창 제주지검장은 다음 날(17일) 서울로 올라와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억울하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신분이 조사에 방해된다면 자리에서 물러날 뜻도 있다”며 자진 사퇴를 암시했다.

현장에서 확보된 3개의 CCTV 영상이 국과수에 보내져 분석 중에 있다. 결과는 이번 주 중에 나올 예정이다. 검찰이 국과수 분석 결과가 나오기 전에 김 지검장을 의원면직시키는 게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제주경찰 '영상 속 남자는 김 검사장', 국과수에 확인 작업 의뢰한 상태

제주동부경찰서는 영상 속에 등장하는 남성이 김 지검장이 맞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영상에는 음란행위 신고가 접수된 그 시각을 전후로 녹색 티에 베이지색 바지를 입은 남성이 바지 지퍼를 만지는 듯한 동작을 반복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경찰은 인상착의가 일치하고 육안으로도 충분히 식별이 가능한 점을 들어 영상 속 남자가 김 지검장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 남성의 행동이 음란행위를 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영상을 국과수에 보냈을 뿐이다.

18일 김 지검장은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고, 이날 오후 검사장 임면권자인 박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했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의혹이 사실인지 밝혀지기도 전에 서둘러 ‘의원면직’ 처리한 것이다. 사건이 보도된 지 3일, 대검 감찰본부장이 김 검사장을 만난 지 이틀 만에 사표가 수리된 된 셈이다.


전광석화 사표수리, 그 이유와 배경

왜 이렇게 서둘러 처리한 걸까. 검찰이 김 지검장 사표 수리를 서둘러 마친 이유로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검찰에 쏟아질 비난 최소화

검찰 고위간부가 대로에서 벌인 음란행위는 법이 정한 형량을 떠나 ‘중한 범죄’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 국민 정서다. 경범죄로 처리될 경우 쏟아질 비난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광석화 사표수리’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현직 검사장이 경찰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 사전 차단

김 검사장에 대한 경찰 소환이 예정돼 있다. 서둘러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경우 현직 검사장이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콧대 높은 검찰이 이런 사태를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사태 장기화로 인한 검찰 명예 손상 방지

감찰조사 진행 중에는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 그런데 김 검사장에 대한 감찰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감찰조사가 시작되면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 검찰 명예 손상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사표 수리를 서두른 것으로 판단된다.

▲김 검사장에 대한 배려

음란행위가 사실로 판명 날 경우 파장은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대검 감찰본부도 김 검사장에 대한 처벌을 경징계로 끝내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중징계’를 받은 공직자는 퇴직금을 수령할 수 없다. 사표 조기 수리는 김 검사장이 퇴직금을 안전하게 수령할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인 셈이다.

검찰 미리 '경징계' 예단, 중징계면 사표 수리 불가

대통령 훈령 143호(비위공직자 의원면직 처리제한에 대한 규정)에 따르면 ‘감사원, 검찰, 경찰 및 그 밖의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중인 때’에는 사표 수리(의원면직)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검찰은 ‘당해 공무원이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라고 명시된 단서조항에 근거해 김 검사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중징계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사표를 수리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검찰은 ‘혐의가 사실로 입증된다 해도 경범죄에 해당해 중징계 대상이 아니다’라는 이유를 들어 사표를 수리한 것이다.
대통령 훈령 143호제3조 (의원면직의 제한) 임용권자 또는 임용제청권자는 의원면직을 신청한 공무원이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에는 의원면직을 허용하여서는 아니된다. 다만...중징계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한한다....3. 감사원, 검찰, 경찰 및 그 밖의 수사기관(이하 "조사 및 수사기관"이라 한다)에서 비위와 관련하여 조사 또는 수사중인 때

국과수 분석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태이고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 수사 결과를 보고 감찰 조사에 착수하겠다던 검찰이 ‘경범죄-경징계’를 예단한 채 황급히 의원면직 처리한 것이다. 오만한 검찰이 벌인 제식구 감싸기다.


검찰과 검사장 입장 알뜰살뜰 배려한 대통령과 법무부장관

혐의가 드러나면 대기발령을 낸 뒤 수사결과를 토대로 징계수위를 정하고 사표수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검찰과 김 검사장 입장을 알뜰살뜰 배려한 것이다.

혐의가 사실이라면 충격이다. 검찰 내부 공직 기강과 비위조사를 담당하는 대검 검찰1과장을 지낸 고위간부가 사회적으로 큰 지탄을 받을 짓을 했다는 얘기다. 2012년 ‘특임검사’로 지명돼 10억대 뇌물을 받은 김광준 전 부장검사를 구속기소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법무부와 검찰은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고자 사표를 수리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여론은 ‘검찰의 자기방어와 제식구 감싸기’에 불과하다고 본다. ‘경범죄-경징계’로 끝날 일이 아니다. ‘중범-중징계’, 이게 국민정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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