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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병 대신 투표 선택한 홍콩 시민들 ‘친중 진영 몰락’

  • 입력 2019.11.25 10:11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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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일찍부터 투표소를 찾은 홍콩 시민들

홍콩 구의원 선거가 치러진 11월 24일 오전 8시 몽콕의 한 투표소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수많은 홍콩 시민이 투표하기 위해 길에 줄을 서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홍콩의 투표 시간은 오전 7시 30분부터 10시 30분이기에 굳이 아침 일찍 나올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홍콩 시민들은 아침 일찍 투표소를 찾아 투표했습니다. 그만큼 홍콩 시민들이 이번 선거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의미입니다.

이날 최종 투표율은 71.2%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2011년 구의원 선거 투표율 47%에 비하면 무려 30%가 넘게 증가했습니다. 역대 최고 투표율입니다.

범민주 진영 압승, 몰락하는 친중 진영

▲ 24일 구의원 선거 투표 중인 캐리 람 홍콩 장관 ⓒ연합뉴스

선거 후 집계가 시작되자 범민주 진영이 친중 진영을 압도했다는 결과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25일 오전 7시 기준 범민주 진영이 전체 의석 452석 중 338석을 차지한 반면 친중 지역은 39석에 그치고 있습니다. 이미 과반을 훌쩍 넘은 셈입니다.

현재 홍콩 구의원의 의석수는 친중 진영이 327석을, 범민주 진영이 118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로 홍콩 구의원 세력 분포가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이번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승리하는 쪽이 차기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1,200명 중 117명이 배정된 구의원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게 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친중’ 캐리 람 장관의 하야를 요구했던 시위 참가자들의 희망이 실현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홍콩 장관을 뽑는 선거는 일명 체육관 선거라 조롱받는 간접선거입니다. 그래서 여전히 홍콩 시민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앞으로 직선제 방안을 요구하는 등 선거제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시위 향방

▲ 홍콩 시위 여파로 폐쇄된 몽콩역 출입구. 불에 그을린 흔적이 보인다.

취재를 위해 21일 홍콩으로 출국했습니다. 시위 중에도 홍콩의 밤은 조용했습니다. 화염병과 최루탄이 오가는 등 가장 격렬했던 몽콕 거리도 시위의 흔적만 찾아볼 수 있었지 시위대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를 앞두고 소셜미디어에는 시위를 자제하자는 글들이 올라왔고 투표가 끝난 뒤에 시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자는 분위기였습니다.

만약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가 압승했다면 ‘부정 선거’를 이유로 시위가 또다시 재개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홍콩 언론은 부정선거 고발이 4천 건 넘게 접수됐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범민주 진영이 승리한다고 시위가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위 참가자들이 집회 때마다 다섯 손가락을 펼치며 요구했던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의 주장이 더 힘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이목이 쏠렸던 홍콩 시위는 구의원 선거를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의 집회 강경 진압 이후 벌어진 시민들의 폭발적인 투표 참여가 직선제 요구 등 개혁을 요구하는 동력이 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금세 정책을 바꾸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홍콩이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마치 한국의 민주화 과정을 다시 보는 듯합니다.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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