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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의 단식 투쟁이 무의미한 이유

  • 입력 2019.11.22 15:58
  • 기자명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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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0일부터 단식 중인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뜬금없는 단식엔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이 있습니다.

[황교안 대표의 외부적 단식 요인]

-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재연장

-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포기

이변이 없다면 지소미아는 11월 22일 자정에 종료됩니다. 파기가 아닙니다. 재연장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8월 22일 지소미아 종료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지난 19일 MBC ‘국민과의 대화’에서도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는 명분으로 한국을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한 가운데 굳이 정부가 ‘안보’와 관련된 이 협정을 재연장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의 주장처럼 지소미아 종료로 한국의 안보가 무너진다면 협정을 체결한 2014년 12월 이전 한국의 안보 상황은 얼마나 심각했던 것일까요?

“12월 3일,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본회의에 올리겠다.” - 문희상 국회의장

패스트트랙 표결에서 캐스팅보드가 된 바른미래당 의원들도 선거제를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 내년 총선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지형을 만들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분명히 자유한국당은 자체 시뮬레이션을 거쳤을 것이고,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을 것입니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표의 내부적 단식 요인]

- 자유한국당 내 쇄신 요구와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불출마 요구

최근 자유한국당 내에선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비박계’ 대장 격인 김무성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재확인했고, 3선 김세연 의원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불출마 선언뿐 아니라 당내 중진 의원 및 지도부에 강력한 쇄신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김세연 의원은 거친 표현을 통해 뼈를 때렸습니다.

“자유한국당은 수명이 다했고,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다. 생명력을 잃은 좀비 같다.”

황교안 대표는 적어도 ‘입 정치인’은 아닙니다. 주로 ‘몸’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해왔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며 9월 16일 삭발투쟁, 지난 18일에는 청와대에 영수회담을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영수회담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단식에 나섰습니다.

자유한국당의 계속된 장외투쟁과 삭발, 단식으로 인해 이 정치적 행위가 가지는 상징성이 희석되는 느낌입니다. 어쨌든 의견이 반반으로 갈렸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따른 삭발은 공감을 얻을 수 있지만, 이번 단식은 그때보다 공감의 여지가 많지 않습니다. 특히, 지소미아 재연장은 일본의 태도 변화가 전혀 없는데도 한국 정부를 상대로만 재연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직 한 발 남았다” ⓒ영화 <아저씨> 스틸컷

황교안 대표의 이번 단식은 결국 리더십의 위기입니다. 강력한 리더십으로 당 내 갈등을 봉합하고 여의도 국회 안에서 다른 정당과 논의 등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고자 해야 합니다만, 그러지 못하니 청와대라는 공공의 적을 만들어 이를 이겨내려 하고 있습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21세기 국회의원이 하지 말아야 할 3대 쇼에 대해 다음과 같이 꼽았습니다.

1. 삭발

2. 단식

3. 의원직 사퇴

황교안 대표가 현직 국회의원이었다면 과연 의원직 사퇴까지 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마지막 카드(?)는 한 장 남았습니다. 황 대표는 무기한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현 전략에서 어떻게 출구 전략을 마련할 수 있을까요?

직썰 필진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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