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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이 밝혀낸 검찰의 무리한 ‘표창장 위조’ 기소의 흔적들

  • 입력 2019.10.02 10:58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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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일 MBC <PD수첩> ‘장관과 표창장’ 편은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을 둘러싸고 제기된 수많은 의혹 가운데 검찰이 유일하게 기소한 동양대학교 표창장 위조 문제를 다뤘습니다.

방송은 검찰의 이번 기소가 다소 허술했다며 여러 증거를 제시했습니다. <PD수첩>이 밝혀낸 사실들을 정리해봤습니다.

1. 신뢰할 수 없는 최성해 총장

ⓒMBC <PD수첩> 캡처


검찰이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 주요 근거 중 하나는 최성해 총장의 “총장 명의로 표창장을 발급한 적이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최 총장은 조 장관 딸에게 수여 된 표창장의 일련번호가 자신의 이름으로 나간 여타 표창장과 다르기 때문에 위조라 주장했습니다. 반면, 동양대 조교 등은 표창장의 일련번호는 제각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최 총장은 “제각각은 나 모르게 한 거다. 다른 것도 그런 것 같으면 위조다”라고 확언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동양대가 발급한 표창장들의 일련번호에는 어떤 규칙이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최 총장의 주장대로라면 그간 동양대의 수많은 표창장이 위조된 것입니다. 하지만 동양대 졸업생들이 받은 수백 장의 표창장이 모두 위조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수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최성해 총장이 표창장 위조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의견을 물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바로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입니다. 하지만 최 총장과 최교일 의원 모두 해당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이전에도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PD수첩>은 최 총장과 최교일 의원은 행사에서 만난 적이 있으며 함께 사진 촬영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지난 9월 16일 대구MBC는 동양대가 3년 전 노후 건물과 땅을 지자체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최교일 의원이 도움을 줬다고 보도했습니다.

2. 공소시효 이유... 인사청문회 당일 기소

▲ 검찰은 표창장 수여 날짜를 위조 일로 산정하고 공소시효를 이유로 정경심 교수를 기소했다. ⓒMBC <PD수첩> 캡처

9월 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고형곤)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날은 조국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당일이었습니다.

당시 검찰은 사문서 위조 공소시효 때문에 이날 기소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공소시효 기준으로 삼은 것은 표창장에 나온 2012년 9월 7일입니다.

검찰은 표창장 수여 일을 위조일로 기소했지만, 만약 표창장이 위조됐다면 표창장이 조국 장관 딸에게 수여 된 날짜가 9월 7일이 아닐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가령 사전에 위조를 했다면 공소시효 날짜가 달라지는 겁니다.

서기호 변호사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사문서 위조 공소시효가 완성돼서 처벌을 못한다 할지라도 위조사문서 행사죄, 그리고 업무방해죄가 성립되면 그걸로 처벌할 수 있다”라며 “굳이 그 당시에 무리하게 기소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서 변호사는 “(검찰이) 전격적으로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 것은 청문회에 개입을 해서 대통령에게 조국 장관을 임명하면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라며 “(검찰이) 사실상 정치에 개입한 것이고 대통령 임명권을 침해한 것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3. 사본으로 위조 감정은 불가

▲ 문서감정사들은 사본이나 사진으로 위조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MBC <PD수첩> 캡처

검찰은 정경심 교수를 사문서 위조로 기소했지만, 문제가 된 표창장의 원본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표창장이 촬영된 사진으로 위조 여부를 판단해야 했습니다.

문서감정사들은 사본으로 위조 여부를 감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나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에 의뢰해도 사진이나 복사본만으로는 ‘감정 불가’ 판정만 나온다며 위조된 문서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4. 공소장 변경 대상 자체가 불가능한 검찰 공소장

▲ 현직 검사는 <PD수첩>과의 인터뷰 ⓒMBC PD수첩 화면 캡처

검찰이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 공소장은 표지를 포함해 2장에 불과했습니다. 해당 공소장은 수사 도중 내용이 변경되기도 했습니다. 최초 ‘성명불상자 등과 공모하여’라 적혀 있던 내용이 9월 17일 아들의 상장을 스캔해서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며 수정된 것입니다.

현직 검사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서 보완하겠다고 하는데 판사들이 얘기하기를 (범행)일시, 장소와 위조 방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이게 공소장 변경 대상 자체가 안 된다”라며 “기소 자체가 취소되거나 무죄를 받아야 되는 공소 제기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사이 언론을 통해 의혹은 더욱 부풀려졌습니다. 조선일보는 ‘[단독] “조국 가족의 ‘동양대 표창장’ 위조 수법, 영화 기생충과 닮았다”’라며 정 교수의 표창장 위조가 사실인 양 보도했으며 다른 언론들도 검찰의 공소장 내용이 달라진 사실은 지적하지 않고 검찰 관계자의 말만 받아 보도했습니다.

5. 기소 이후 압수수색은 불법

▲ 서기호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검찰이 기소한 뒤 압수수색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설령 증거를 찾더라도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MBC PD수첩 화면 캡처

검찰은 정 교수를 조국 인사청문회 당일인 9월 6일 기소했습니다. 자택 압수수색은 조국 법무부 장관 취임 이후인 23일 진행됐습니다. 그러니까 기소가 먼저 되고 압수수색은 추후에 이뤄진 것입니다.

서기호 변호사는 “기소가 되면 (사건이) 법원에 넘어가 버리기 때문에 검찰 수사는 이미 끝난 것이다”라며 “원칙적으로 기소한 뒤에는 압수수색하는 게 위법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서 변호사는 “설령 증거를 찾아 제출해도 법원에서 증거 능력이 없다.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6. 합심한 검찰, 자유한국당, 보수 언론!?

▲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조국 인사청문회에서 진행자로써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수차례 했다. ⓒMBC <PD수첩> 캡처

자유한국당 소속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은 9월 6일 조국 장관 후보자 청문회 도중 ‘처가 기소된다면’, ‘구속될 수 있는데’ 식으로 말해 논란이 됐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앞다퉈 조 장관의 처가 기소되면 혹은 구속되면 장관직에서 사퇴하겠느냐는 식의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조국 후보자의 부인이 마치 기소가 될 것을 아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정경심 교수가 기소된 시점은 청문회가 종료된 직후였기 때문에 더욱 의심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 현직 기자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특정 기자에게 정경심 교수 기소 사실을 흘렸고 자유한국당과 3자 커넥션이 작동했다고 밝혔다. ⓒMBC <PD수첩> 캡처

이런 상황에 대해 현직 기자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특정 기자들한테 ‘우리가 11시쯤 법원에 (공소장)을 보낼 거다. 하지만 발표는 12시 이후에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아침 자로 준비해라’는 팁을 줬다”라며 “8시에서 12시 사이에 검찰과 보수당과 언론의 3자 커넥션이 작동한 것 같다”라며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장관 가족 수사에 대해 “법과 원칙대로 수사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PD수첩>의 보도를 보면 정경심 교수에 대한 기소가 과연 적절했는지 여러 의문이 남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왜 이런 내용이 다른 언론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함도 남았습니다.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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