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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리당락에 빠진 여야, 세월호 두 번 침몰하다

  • 입력 2014.08.05 10:49
  • 수정 2014.08.05 10:58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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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재보선 최대의 이슈는 세월호 참사였지만 여야의 입장과 태도는 극명하게 달랐다. 여당은 ‘세월호 무능 정부심판’을 외치는 야당의 공세에 밀릴 경우 선거에서 질 수 있다고 보고 ‘세월호 민심’이 표심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반면 야당은 세월호 참사를 호재로 보고 ‘정권심판론’과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여당의 ‘차단전략’ VS 야당의 ‘연계전략’

여당의 ‘차단전략’과 야당의 ‘연계전략’이 맞붙은 한판이 이번 재보선이었다. 한판 싸움이 끝나자 여야의 태도가 바뀌었다. ‘세월호 민심’과 유족들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던 여야가 선가 끝나자 완연히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차단전략’이 주효해 재보선에서 완승했다고 결론 내린 새누리당은 유족들이 요구하는 특별법 제정에 대해서는 ‘절대 불가’라고 큰소리친다. 재보선 승리가 세월호 정권심판에 대해 면죄부를 준 것이라는 주장도 편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세월호 문제를 법과 원칙에 맞게 해결하고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명령을 깊이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할 수 없을 뿐아니라 특검추천권 역시 야당에게 줄 수도 없고, 야당과 유족이 주장하는 증인 요구 또한 수용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선거에 승리하자 오만해졌다. 이전 입장보다 더욱 강경하다.


7.30표심이 곧 세월호 민심?

재보선 결과를 아전인수 식으로 해석했다. ‘세월호 논란에서 벗어나 경제에 몰두하라’는 게 선거에서 보여준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한다. 유족들이 뭐라 하던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오만이자, 재보선 결과를 ‘세월호를 잊어도 좋다’는 국민적 선언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방자한 태도다.

재보선 표심이 곧 세월호 민심이라고 우기는 이유는 뻔하다. 수사권이 부여된 특별법 제정 요구를 더 이상 하지 못하도록 쐐기를 박으려는 수작이다. 7.30표심과 세월호 민심을 등호로 연결하려는 새누리당의 음흉함은 간단한 여론조사로도 그 속내가 드러난다. 민심은 여당의 주장과 완연히 달랐다.

지난 달 말 실시된 여론조사(한국갤럽)에 따르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게 옳다’고 답한 비율은 53%로 ‘수사권 안 줘도 된다’고 응답한 경우(24%) 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또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소재가 밝혀졌느냐’는 질문에 ‘밝혀지지 않았다’(64%)고 대답한 사람이 ‘밝혀졌다’(31%)에 비해 월등이 많았다. 참사 관련 검경 수사결과에 대해 ‘신뢰하지 않는다’고 보는 국민은 10명 중 7명에 달했다.


새누리당이 재보선 선거 결과를 빌미로 세월호 참사 원인규명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를 뭉개려 한다는 게 여실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자신들에게 조금이라도 불리하다면 유족들과 국민들이 아무리 진상규명을 요구한다 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태세다.


제 허물까지 ‘세월호 정권심판’으로 덮으려 했던 새정치

야당은 세월호 참사를 재보선 선거전략으로 활용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과 안일을 최대한 부각시켜 이를 정권심판론으로 각색할 경우 표심을 자극하는 데 효과적일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선거 내내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세월호 진상이 규명된다는 투의 선거캠페인을 전개했다.

이런 야당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 현 정권 들어 헌정질서를 뒤흔든 사건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지만 야당은 아무런 문제해결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납득할 만한 대안이나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여당과 충돌하는 게 야당 역할의 전부인 것처럼 행동해온 야당에 대해 국민적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였다.

결국 ‘세월호 참사 정권심판론’은 역풍를 맞았다. 결정적 사건은 공천 파동. 광주 민심이 요동치고 수도권 지지층 사이에서 실망감이 확산되는데도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이를 간과했다. 공천 파동까지 ‘정권심판론’으로 덮으려했다. 세월호 정권심판론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결과가 공천 파동과 만나며 역풍으로 이어진 것이다.

세월호 역풍 맞은 야당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입에 달고 살던 야당이 선거 참패 이후 조용해졌다. 선거 후폭풍 등 복잡한 내부 사정 때문으로 이해하기에는 너무 다른 모습이다. 선거 이후 세월호 관련 공식 논평은 단 한번. 유기홍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이 “승패와 관계없이 세월호 참사의 비밀을 밝히겠다”고 언급한 것뿐이다.

여야가 세월호 참사를 당리당략적인 잣대로 주무르고 있는 동안에도 세월호 유족들은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된 특별법 제정을 관철시키기 위한 유족들의 투쟁이 눈물겹다.


유족들은 여당을 향해 분노한 감정을 쏟아낸다. “새누리당은 재보선 압승을 국민들이 세월호 특별접 제정을 부정적으로 본 결과라고 호도한다”고 격노하며 “선거결과와 세월호 특별법 민심과는 상관없다”고 항변했다.

여야 정쟁으로 '두 번째' 침몰하는 세월호

야당에 대해서도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한 유족은 “책임지고 특별법 제정하겠다던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대책 없이 물러났다”며 “결국 당의 이익을 위해 유족들을 이용한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자신들의 당리당략에 맞게 세월호 참사를 재단하는 새누리당과 대여 정쟁 수단이나 당의 이익에 부합되도록 활용하려 했던 새정치연합. 이들이 벌이는 정쟁 때문에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들만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7.30재보선이라는 ‘장날’이 파하자 여야 모두 세월호 사건에서 뒤로 쑥 물러섰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선거 장돌뱅이'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진상규명은커녕 여야의 정쟁으로 세월호가 두 번째 침몰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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