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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MC 놀라게 한 가수 꿈 딸에게 강요하는 아빠

  • 입력 2019.07.30 17:38
  • 수정 2019.07.30 17:39
  • 기자명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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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두 분이 도와주시면 되겠네. 빨리 뜨게.”

“우리 딸 자제시키려고 하지 말고 그냥 놔두세요. 가수 하게.”

사실상 방송사고에 가까웠다. 딸에게 자신의 꿈이었던 가수를 강요하는 아빠는 KBS2 <안녕하세요>의 MC들에게 청탁(?)에 가까운 말을 하기 이르렀다. 딸이 빨리 뜰 수 있게 도와달라는 아빠의 부탁은 당황스러웠다. MC 이영자는 연예계 일이라는 게 누가 도와준다고 되는 게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아빠는 들으려 하지도 않고 “아이고, 우리나라는 그게…”라며 말을 끊었다.

심지어 아빠 뜻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걸 하라고 MC 및 출연자들에게 딸을 자제시키려고 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며 고함을 치더니 손에서 마이크를 놓아 버렸다. (내용으로 보아 중간에 있었던 대화는 편집된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생각이 없다는 선언이었다.

고민을 털어놓으러 나온 딸이 왜 자신의 아빠를 ‘무대포’라고 설명했는지, 아빠를 보면서 왜 그리도 겁을 내는지 유추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딸은 “(아빠가) 저렇게 생겼어도 사람은 참 좋거든요”라고 아빠를 감쌌다. MC들은 어찌할 바를 몰라 했고 패널들은 당황스러워 보였다. 급기야 제작진도 편집을 포기하고 곧바로 투표로 넘겨버렸다.

“아빠(의) 꿈을 포기한다고 내려놓으면 딸이 아니지.”

아빠는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는 듯 보였다. 정작 딸은 가수가 될 생각이 없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자신은 그럴 능력도 없다고 고백했다. 게다가 옷가게를 운영하며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 문제는 소형 연예 기획사를 경영하는 아빠였다. 딸을 자신의 꿈이었던 트로트 가수로 만들기 위해 앨범 녹음과 행사 스케줄을 강요했다. 딸은 아빠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딸은 방송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 차례 눈물을 보였다. 그 울음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선, 딸은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가수가 되라는 아빠 때문에 힘겨워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딸은 아빠를 향해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거듭해서 미안하다 말하고 있었다.

자식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려는 아빠의 바람을 이뤄주지 못했다는 생각은 딸을 매일같이 괴롭혔을 것이다. 같은 압박을 받았던 남동생이 취업하면서 아빠의 사정 범위에서 벗어나자 고통은 더욱 커졌다. 아빠는 딸의 삶을 존중하지 않았다. 가수가 되지 못한 딸, 아빠의 꿈을 이뤄지지 못한 딸은 실패한 걸까.

아빠는 딸을 가수로 만들기 위해, 딸을 가수로 키워주겠다는 사람들에게 속아 (확인할 길은 없지만) 무려 10억 원가량의 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그 책임은 딸도 함께 짊어져야 했다. 딸의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은 이런 복합적인 상황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끝내 아빠는 딸의 눈물을 외면했다.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는 딸을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심으로 화를 낸 아빠로 인해 방송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대화가 이어졌는지 아니면 그대로 종료됐는지 방송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극단적인 방식으로 출연자들과 사연자의 소통이 끊어졌다는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딸은 방송 전처럼 아빠의 꿈을 위해 살아가게 될 것이다. 혹시 지금 이 순간에도 아빠의 호출을 받고 무대 의상을 챙겨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진 않을까? 억지로 무대에 올라 즐겁지도 않은데 노래를 부르며 웃고 있진 않을까? 돌아오는 길에 허탈한 마음을 어쩌지 못해 혼자 눈물을 흘리진 않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직썰 필진 버락킴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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