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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해체 ‘청원 조작설’, 어떻게 나왔나 살펴보니

  • 입력 2019.05.02 11:30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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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140만 명(5/2 11시 기준 167만 명)이 넘자 조작 가능성이 제기됐습니다. 이 주장은 베트남에서의 트래픽을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청와대 국민청원 방문자가 급증한 4월 29일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을 지역별로 분류한 결과, 97%가 국내에서 이뤄졌다”며 미국은 0.82%, 일본 0.53%, 베트남 0.17% 순이라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4월에도 베트남에서 청와대 홈페이지로 유입됐다는 주장에 대해 “웹사이트 접속 통계 서비스인 ‘구글 애널리스틱’ 집계 결과 3월 전체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 국내 비중도 90.37%였으며 베트남은 3.55%, 미국 1.54% 순”이라고 공개했습니다.

‘청원 조작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베트남 접속자가 늘어난 이유를 조작의 증거로 내세우지만, 청와대는 “베트남에서 접속한 트래픽은 대부분 3월 14, 15일 이틀간 집중됐다”며 “확인 결과, 베트남 언론 최소 3개 매체에서 3월 14일 가수 승리의 스캔들, 장자연 사건 등을 보도했고, 청와대 청원 링크를 연결해 소개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3월 베트남에서 청와대 홈페이지로 유입된 전체 트래픽의 89.83%는 장자연씨 관련 청원”이라며 자유한국당 해체 국민청원과 베트남과는 관계가 없음을 우회적으로 설명했습니다.

청와대의 해명을 보면 자유한국당 해체 국민청원이 조작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가짜뉴스는 어떻게 유포됐을까요?

이준석 의혹 제기, 언론의 확대 보도

▲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글(좌), 이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글을 근거한 뉴스1 기사(우)

자유한국당 해체 국민청원 조작설은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페이스북 글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최고위원은 “3월 통계만 봐도 청와대 사이트의 13.77%는 베트남 트래픽이고, 그 전달에 비해 2159% 증가했다”며 지금 돌아다니는 베트남 유입설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이 최고위원의 주장은 ‘이준석 “한국당 해산 靑 청원 숫자 무의미…트래픽 13% 베트남”’이라는 뉴스1 기사로 보도됐습니다.

그런데 이 최고위원의 글을 자세히 보면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라는 말은 없습니다. 기사 작성 과정에서 기자가 임의로 추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 참여가 이슈가 되는 시점에 이 최고위원이 청원시스템을 문제 삼은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습니다.

검증 없이 조작 가능성 제기한 나경원 원내대표

▲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자유한국당 해체 청원이 조작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SBS 뉴스 화면 캡처

나경원 원내대표는 언론 인터뷰에서 “청원인의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는 ‘매우 조작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근거는 베트남에서 유입된 청원이 많다는 겁니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한국당 해산 청원에 100만 명이 동참했다고 보도됐지만, 그중 14만 명 이상이 베트남에서 접속했다고 한다”며 “역사의 죄인이면서 실정법상 당장 구속해야 할, 지금 청와대 안에서 청원을 조작하는 것은 누구냐”라고 주장했습니다.

박성중 자유한국당 의원은 “온라인 좌파 세력이 아이디 무한 생성기를 이용해 무한 접속이 가능하다”며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조작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자유한국당에서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근거는 대부분 이준석 최고위원의 글에서 시작된 베트남 유입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말로 옮기는 과정에서 베트남 트래픽이 얼마나 유입됐는지, 그 시기가 언제인지를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이 가짜뉴스 확산 공범이다?

▲ 조선일보 5월 1일 5면.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이 마치 베트남에서 조작된 것처럼 보도했다. ⓒ조선일보 PDF

조선일보 5월 1일 5면에 올라온 기사 제목은 ‘”靑 청원 1초당 30건’… 베트남서도 지난달 대거 접속’이었습니다.

기사 제목만 보면 마치 지금 이뤄지고 있는 자유한국당 해체 국민청원이 조작됐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 또한 조작 여부에 대해선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습니다.

우선 베트남 접속자의 수치를 검증하지 않았고, 베트남 유입이 이뤄진 시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배경을 조사하지 않았습니다. 검증이나 조사 없이 기사 중간에는 1인 4표가 가능하다는 부분만 적혀 있습니다.

청와대에서 베트남 유입설에 대해 세세하게 밝혔지만, 기사에는 그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의 짤막한 트래픽 이야기 한마디만 담았습니다.

조선일보의 기자가 청와대의 해명이나 이준석 최고위원의 글, 자유한국당이 주장하는 속내를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모르고 기사를 썼다면 그 또한 문제이겠죠.)

항간에 떠도는 잘못된 정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건 언론의 업무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되려 언론사가 가짜뉴스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최소한 가짜뉴스의 공범이라는 불명예는 피해야 하지 않을까요?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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