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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 또 후퇴’ 50년간 미뤄온 종교인 과세의 역사

  • 입력 2019.04.03 16:47
  • 기자명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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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1968년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은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논의는 미뤄졌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종교계를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2012년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개적으로 종교인 과세를 하겠다고 천명했고, 법안도 마련됐습니다. 그러자 일부 국회의원들이 다시 눈치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논의하기 위한 공청회를 마련했지만, 지역구나 종교 없는 국회의원에게 참석을 미루며 불참했습니다.

종교인 과세를 도입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은 진통 끝에 2015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종교인 과세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시행일을 2018년 1월 1일로 해 2년간 유예기간을 뒀기 때문입니다.

“과세 대상 소득을 파악하기 쉽지 않고 홍보 및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종교계에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수원중앙침례교회의 장로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5월 종교인 과세를 2년 추가 유예해야 한다는 법안을 마련했다가 여론의 따가운 질타를 받고 철회했습니다. 김진표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이 개정안에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에 동참했습니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교회인터넷방송

50년 동안 시행되지 못한 종교인 과세

[종교인 과세]

1. 과세 대상

- 종교인이 종교단체로부터 종교활동과 관련해 받은 생활비, 사례비, 상여금, 격려금 등

- 매월 또는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

2. 비과세 대상

- 종교 활동 교육비, 종교 교육을 위해 받는 입학금, 수업료, 수강료 등 학자금

- 소속 종교단체가 종교인에게 제공하는 식사, 종교단체로부터 받는 월 10만 원 이내의 식사비

- 종교단체가 종교 활동을 위해 통상적으로 지급하는 금품 또는 물품

종교인 소득은 ‘기타소득’으로 신고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종교인이 ‘종교단체로부터 종교활동과 관련해 받은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처리하게 되면 공제 혜택을 받게 됩니다. ‘기타소득’은 공제 인정 범위가 30~80%에 이르기 때문입니다.

ⓒ불교방송

어렵사리 종교인 과세가 시행됐지만, 일반 직장인에 비해 과도하게 혜택을 준다는 비판은 여전합니다. 혜택 수준을 넘어 특혜라는 비판.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물리게 하고, 이를 신고하는 건 의무입니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는 신고 의무에도 여러 가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고 공제 범위도 넓습니다. 일반 직장인과의 형평성을 위해선 수정을 통해 종교인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셉니다. 그런데 국회는 또다시 종교인 과세에 손을 대며 종교인의 부담을 덜어주려고 합니다.

지난 3월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는 종교인의 퇴직금에 과세 범위를 2018년 1월 1일 이후로 제한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습니다. 즉, 종교인이 퇴직하게 되면 2017년까지 일한 퇴직금에 대해선 세금을 면제받고, 2018년 이후 일한 분에 대해서만 퇴직소득세를 냅니다.

계산 방식은 이렇습니다. 2018년 1월 1일 이후 근무 기간을 전체 근무 기간으로 나눠 그 비율만큼 퇴직소득세를 부과합니다. 여기서 초과납부한 세액은 환급받을 수 있습니다. 종교인은 2017년 12월 31일까지 비과세 대상이었는데 이 기간의 일해서 쌓은 퇴직금에 세금을 불리는 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게 국회 기재위의 논리입니다.

개정안은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바로 시행됩니다.

[종교인 과세가 포함된 소득세법 개정안]

- 종교인의 퇴직 소득에 대한 세금은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 2018년 1월 1일 이후부터 부과하자.

- 작년 이후 전체 퇴직금에 대해 소득세가 원천징수된 종교인에 대해서는 낸 세금을 환급해 주자.

- 2017년 12월 31일 이전 퇴직 종교인: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없음

- 2018년 1월 1일 이후 퇴직 종교인: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 있음

ⓒ대전지방국세청

국회는 ‘종교인 특혜’라는 비판에 형평성을 말하고, 비과세를 이야기합니다. 종교인에게 세금을 부과하지 않은 건 ‘비과세’가 아니라 일종의 ‘관행’이나 다름없었습니다. 비과세 규정이나 법안이 없었기에 종교인에게 과세하지 않았고, 국회나 정부는 종교인을 의식해서 과세 법안 마련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종교인 과세는 50년 넘도록 특혜를 주던 관행을 정상화시킨 것입니다.

이번 결정에 시민단체 등은 특혜라고 반발했습니다. 지난 4월 1일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성명을 통해 “동일한 금액의 종교인 소득과 다른 종류의 소득에 세금을 각각 다르게 부과해 조세정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개정안 처리 중단을 주장했습니다.

국회는 종교인 간의 형평성을 이야기하기 전에 비 종교인과의 형평성을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번 국회의 소득세법 개정안에 대해 왜 기획재정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종교인 과세에 따른 세수는 전체 세수에서 극히 일부입니다. 법 개정 당시 기획재정부가 예상한 종교인 과세 대상은 20만 명. 하지만 실제 과세 대상은 46,000명에 불과했고, 세수 효과도 100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천주교와 일부 개신교는 종교인 과세 이전에도 세금을 내고 있었습니다.

기획재정부 입장에서는 세수 효과도 크지 않은 종교인 과세에 굳이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각종 논란에 휘말리기 싫었던 게 아닐까요?

이제 국회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합니다. 총선을 고작 1년 앞둔 시점에서 국회는 총선 대비를 시작했습니다. 개인과 정당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표심을 잡기 위해 수많은 법안이 발의되는 시기. 이번 종교인 과세 개정안은 시작일 뿐입니다.

직썰 필진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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