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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재난에 ‘탈원전이 문제다’ 호통치는 언론들

  • 입력 2019.03.18 17:35
  • 기자명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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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함20은 기성언론을 향한 비판의 날을 세우고자 한다. 한 주간 언론에서 쏟아진, 왜곡된 정보와 편견 등을 담고 있는 유감스러운 기사를 파헤치고 지적한다.

미세먼지가 심각해서 ‘재난’ 상태라고 한다. 이렇다 할 해결 방안도 속 시원히 나오고 있지 않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무엇인지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중국에서 오는 것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대부분이 국내에서 나오는 먼지라고 한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미세먼지 문제가 생겼다는 주장도 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 올해 시작부터 꾸준히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에 미세먼지가 하늘을 뒤덮었다며 규탄해왔다. 그런데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이 주장이 다소 납작한 논리와 가짜 뉴스로 뒷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 원전 아니면 석탄 발전뿐?

80%를 넘던 원전 이용률은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면서 2017년 71.2%, 2018년 65.9%까지 떨어졌다. 작년 원전 발전량은 13만 3506GWh인데, 원전 발전량을 10%만 늘려도 미세 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상위 4개 석탄 발전(삼천포 3·5·6호기, 호남 2호기)을 가동하지 않아도 된다. (…) 정부는 탈석탄 정책을 주장하고 있지만 작년 석탄 발전량은 23만 8435GWh로 2017년(23만 8799GWh)과 같은 수준이다.

- 건설 중단한 신한울 원전 지으면, 석탄발전소 5개 안돌려도 된다, 조선일보(2019.03.08.)

탈원전 정책에 따라 전력 수급이 부족해져 석탄 발전소를 계속 가동하고 있고, 이 석탄 발전소들이 미세먼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논리다. 그렇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신고리 5, 6호기가 건설되는 2023년까지 원자력 발전소는 줄어들기는커녕 계속 늘어날 예정이다. 원전 설비가 감축되는 것은 그 이후부터다. 탈석탄 정책이 아직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이다. 정부는 노후화된 석탄 발전소들의 조기 폐쇄 등의 탈석탄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OECD에서 파악 가능한 35개 나라 중에서 25개 나라가 원전이 없거나 중단 중이거나 특정 시점에 폐기하기로 발표했다. 전체의 71% 수준이다. ©JTBC 뉴스룸 캡처

탈원전과 탈석탄을 병행하면 전기는 어디서 얻느냐고? 다행히도 우리는 21세기 사회에 살고 있다. 원전과 석탄을 대신할 신재생 에너지 기술이 있다는 뜻이다. 이미 OECD 대다수 국가가 원전을 폐쇄하고 신재생 에너지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15년 기준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투자 중에서 재생에너지의 비중이 68.6%에 달한다고 한다. 2018년 블룸버그 보고서에 의하면, 전원 비중은 2050년까지 신재생에너지가 64%로 증가하고 원전은 10% 이하로 줄어들 예정이다. 이러한 세계적 에너지 전환 추세를 무시하고 원전이 줄면 석탄 발전이 는다는 식의 납작한 논리를 펴는 것은 원전 에너지와 석탄 에너지 외의 대안을 상상하기 어렵게 만들 뿐이다. (관련 기사: [팩트체크] '탈원전 추세' 엇갈린 보도…각 나라 확인해보니)

2. 원자력 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인가?

미세먼지의 3번째 주범(15%)이 석탄화력 발전이다. 국민은 원전(54.9%)보다 미세먼지(82.5%)를 더 무서워한다. 석탄화력을 줄이고 원전 가동을 늘리는 게 답이다.

- [오피니언] 익숙해지면 지는 거다, 중앙일보(2019.03.07.)

원자력 발전은 미세먼지는 만들지 않지만, 핵폐기물을 만든다. 원전은 우라늄 핵분열 때 나오는 열을 사용해 물을 끓여 생긴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들고, 원료로 사용된 우라늄은 핵폐기물(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남는다. 핵폐기물은 매립해도 오랜 시간 동안 방사선을 배출하고 땅과 바다로 흘러 환경을 오염시킨다. 매립 외에 마땅히 안전한 핵폐기물 처리법도 없고 처분 용지는 포화 상태다. 이런 식으로 무방비하게 쌓인 핵폐기물은 당장 우리 눈에 보이는 하늘을 혼탁하게 만들지는 않더라도 미래 세대에 크나큰 위협이 된다. 미세먼지와 핵폐기물 중 무엇이 더 무서울까? 이런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식의 질문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쨌든 핵폐기물이 미세먼지보다 덜 위험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전 역시 본질적으로는 핵개발의 일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3월 6일 핵폐기물 답이 없다 시민선언 ©환경운동연합

3. 환경단체는 정말 미세먼지에 침묵했을까?

비난의 화살은 탈원전 정책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탈원전(탈핵) 운동을 오랫동안 이어온 환경단체들에도 돌아갔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 7일과 8일 각각 ‘[사설] ‘미세 먼지’ 포기한 정부, 꿀 먹은 벙어리 된 환경단체’라는 사설과 ‘탈원전 목소리 높였던 환경단체, 최악 미세먼지엔 7일간 침묵’란 기사를 연이어 내며 환경단체들을 질타했다. 탈원전 정책을 부추겨놓고 미세먼지 재난 사태에 대해서는 침묵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러나 과연 환경단체들은 탈원전에만 목소리를 내고 미세먼지에 관해서는 침묵했을까? 사실이 아니다. 환경단체들은 미세먼지 재난에 관한 논평을 다수 낸 바 있고 거리 행동도 했다. 놀랍게도 이들도 탈석탄을 주장한다. 미세먼지의 원인이 석탄 발전소라는 공통된 원인 진단이 있다면 굳이 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석탄발전OFF, 미세먼지BYE” 거리 퍼포먼스 ©녹색연합

탈원전 구호와 정책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원전이 가지는 위험성이 공론화되고 탈원전 담론이 형성된 결과 정책으로 이어진 것이다. 미세먼지를 빌미로 원전으로 회귀하자는 수상한 담론을 생산해내는 이유는 뭘까?

직썰 필진 고함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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