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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차관이 두 번이나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유

  • 입력 2019.03.18 11:07
  • 수정 2019.03.18 11:30
  • 기자명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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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연합뉴스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이 별장 성접대 의혹 재조사를 위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3월 15일 서울동부지검으로 소환 통보를 했지만, 김 전 차관은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진상조사단은 강제 수사권이 없습니다.

건설업자 윤중천 중천건설 대표에게 별장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오피스텔에서 한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김 전 법무부 차관. 이 사건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 성접대 의혹이 불거진 과정

1. 윤중천의 부인이 윤중천과 내연관계로 의심되는 여성을 간통 혐의로 고소

2. 해당 여성은 강하게 반발하며 자신은 성폭행 피해자라 주장

3. 성폭행뿐 아니라 15억 원의 금품도 갈취당했다고 주장

4. 빼앗겼던 자신의 벤츠 차량을 지인을 통해 도로 가져왔는데 이 트렁크 안에서 7장의 CD를 발견

5. 7장의 CD 내용을 확인해보니 문제의 성접대 동영상이 나옴

6. 이 동영상에서 김 전 차관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등장

김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이 알려진 건 건설업자인 윤중천 대표 때문입니다. 윤 대표의 간통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은 법조계를 중심으로 성접대 동영상 소문이 확산되자 2013년 3월 18일 내사에 착수합니다.

윤중천 중천건설 대표 ⓒMBC

캡처

수사 중 성접대(강간 방조) 피해 여성에게 진술을 확보했으나 김 전 차관은 이를 완강히 부인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힐 수 있는 핵심 증거는 동영상이 담겨 있던 CD. 경찰은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이라 확신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육안으로도 영상 속 인물이 누군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습니다.

2013년 7월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립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검찰이 김학의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한 근거

1. 동영상에 나오는 30명 여성 중 3명을 특정하고 이중 피해자 2명을 조사했는데 한 명은 의견을 번복하고 한 명은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

2. 동영상에 나오는 사람이 김학의 차관인지 불분명하다.

경찰은 동영상 속 남성을 김 전 차관이라 봤지만, 검찰은 불분명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면 피해자 2명 중 한 명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요?

“별장에서 성폭행을 당했다. 끔찍한 일을 당했는데 그 이후에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오피스텔 등에서 만났다. 강간을 당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이에 피해자는 강하게 반발했고 방송에 나와 자신은 약을 강제로 먹고 강압적인 상태에서 성폭행을 당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MBC <PD수첩>

캡처

이 사건은 2014년 7월 피해 여성의 고소로 다시 한번 검찰에 올라갑니다. 하지만 그 때도 검찰은 “새로운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두 번의 무혐의 처분에도 이 사건은 은폐됐다는 의심이 계속 됐고 결국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단은 이 사건을 다시 수사하고 있습니다.

* 윤중천 성접대 리스트>(자료- PD수첩)

김학의(전 법무부 차관), 성○○(전 ○○원 국장), 박○○(일산○○병원 원장), 이○○(○○당 인수위 대변인실), 박○○(○○○건설 대표)

이○○(○○그룹 부회장), 문○○(○○○그룹 회장), 김○○(○○건설 회장), 하○○(○○대 교수), 지○○(○○○피부과 원장), 최○○, 손○○ 등

“한 30명 정도의 여성 사진을 본 것 같다. 성접대 자리가 굉장히 난잡하고 말하기 힘든 사회적으로 정말 파장이 큰 내용들이 너무 많다. 너무나 파장이 크고 너무 심각한 내용들이 너무 많아서 입에 담을 수가 없다. 살기 위해서 동영상도 저라고 밝힐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검찰에서는 동영상 왜 번복했냐는 말만 하고 제 진실을 얘기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2차 조사 때는 오히려 동영상에 나와서 했던 행위를 ‘그 행동이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한 번 해보시라’고 시켰다. 그게 검찰 조사냐.” (피해 여성, KBS <뉴스9> 출연 중(2019.03.14.))

“경찰이 당시 화질이 깨끗한 동영상 원본과 흐릿한 영상을 모두 입수했는데 왜 흐릿한 영상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느냐?”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육안으로 봐도 식별이 가능했기 때문에 국과수 감정의뢰 없이 동일인이라는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민갑룡 경찰청장)

실제 이 사건을 취재한 방송국에서 영상분석전문가에게 의뢰한 결과를 보면 동영상 속 인물이 김 전 차관일 가능성을 95% 정도로 높게 봤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

김 전 차관은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 출범과 동시에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습니다. 당시 법무부 장관은 황교안 현 자유한국당 대표였습니다. 두 사람은 이틀 차이로 임명됐습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인사 문제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 등 총 4명이 낙마한 가운데 김 전 차관도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자 6일 만에 자진 사퇴했습니다.

자진 사퇴했지만 성접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권 차원의 타격은 훨씬 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별장에서 난잡한 성 파티를 벌인 것도 모자라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 인물을 제대로 검증도 못 하고 차관으로 임명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건의 은폐 의혹을 계속해서 추궁하고 있습니다. 3월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행안위 간사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당시 검사는 직무유기는 물론이고 증거은폐 축소로 수사대상”이라며 “당시 법무장관(황교안)에게 보고가 안 됐으면 이상한 것이고 보고가 됐으면 (당시 법무장관이)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조사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을 겨냥해 “또 (당시 수사를 담당한 경찰관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고 하는데 그게 청와대인지 법무부장관인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시 인사를 담당하던 민정수석은 곽상도 현 자유한국당 의원입니다.

만약 당시 무혐의 처분이 권력이 압력을 넣은 결과이고 그 과정에서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대표가 관여했다면 황교안 대표뿐만 아니라 자유한국당에도 큰 불똥이 튈 수 있습니다. 실제 황교안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서 장관과 국무총리 등을 역임하며 수많은 해결사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민갑룡 경찰청장 ⓒ연합뉴스

김학의 전 차관과 황교안 대표는 선후배 사이입니다. 두 사람은 경기고 선후배로 김 전 차관이 황교안 대표보다 1년 선배, 사법연수원은 반대로 황교안 대표가 김 전 차관보다 1년 선배입니다. 때문에 두 사람은 임명 당시에도 친분 문제가 제기된 바 있습니다.

선후배 관계에 법조인으로 들어온 시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이력까지 비슷한 두 사람. 민주당의 주장처럼 만약 이 사건이 누군가의 의해 은폐됐다면 이 사건은 그저 김 전 차관만의 일로 끝나지 않습니다. 재조사 결과에 따라 자유한국당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나아가 검찰과 경찰의 전쟁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현재 검찰과 경찰은 ‘수사권 독립’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 중입니다. 김학의 사건을 재조사하면서도 검찰은 경찰이 자료를 일부러 폐기했다는 식으로 발표해 많은 경찰을 발끈하게 했습니다. ‘버닝썬 게이트’와 경찰의 유착, 경찰이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현재 경찰은 검찰과의 전쟁에서 추진력을 잃은 모습입니다.

ⓒ영화 <내부자들> 캡처

경찰이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두 번의 무혐의가 아닌 다른 판단을 내린다면 검찰이 입을 타격은 상당해 보입니다. 열세인 현 상황을 역전시킬 수 있습니다. 경찰이 김학의 사건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김학의 사건은 하나의 사건이 아닙니다. 결과에 따라 그 파장은 거셀 것입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이 사건의 제대로 된 수사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재조사가 돼야 하며 그래야만 모든 의혹을 풀 수 있습니다.

직썰 필진 보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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