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외국인들은 긴급재난문자를 이해할 수 있을까?

  • 입력 2019.01.24 11:31
  • 수정 2019.01.24 11:54
  • 기자명 Korean Grammar Doctor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부터 2019년 현재까지 다양한 언어교환 모임을 운영해왔다. 언어교환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을 하자면 외국인과 한국인이 모여서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주고 문화를 교류하는 모임을 뜻한다. 유학생이 많은 대학교는 직접 운영하며 이를 사업으로 하는 회사도 있다. 나는 그런 종류의 회사에서 잠시 매니저로 일을 하다가 수원으로 돌아와 언어교환을 시작했다.

지난 4년 동안 한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 교류와 감정들을 면밀히 관찰했다.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중재하고 서로의 입장을 알려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내가 겪었던 일들을 써보고자 한다.

모두가 나와 같은 것을 보고 느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글의 내용처럼 행동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을 대하는 또 다른 방식을 제안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한번 생각해 볼 것들을 나누고 싶었다. 외국인과 한국인을 동일하게 대해야 하지만 다르게 대해야 할 때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전 글


- “한국말 잘하시네요”라는 말은 칭찬일까?

- “차별은 어디에나 있어”라는 말이 대화를 죽인다

긴급재난문자 이해하기 어려워요

언어교환에서 한 친구가 한국어를 1년 동안 꾸준히 공부했는데도 긴급재난문자와 미세먼지경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대강 읽어보면 그래도 이해는 되지 않느냐, 그리고 모르는 부분은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그 친구가 사전을 안 쓰고 정확히 이해할 정도로 한국어를 잘하려면 1~2년 걸리며, 그 1~2년 사이에 재난이 발생하는 상황에는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었다. 그리고 영어신문인 The Korean Times 페이스북 페이지에 이것 때문에 댓글 싸움이 났으니 한번 읽어보라며 신문 링크를 공유해줬다. 한국어 공부했다면 그런 문자를 어느 정도 이해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The Korean Times 페이지에 발생한 댓글 싸움을 보고 난 후 생각이 바뀌었다.

친구의 말대로 The Korean times 페이지는 싸우는 댓글로 범벅돼 있었다. 댓글 싸움의 주장을 크게 두 편으로 나눌 수 있었다. 한쪽은 ‘한국에서 한국어로 긴급재난문자를 보내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살면 한국어를 배워라’라고 주장했고 다른 한쪽은 ‘나는 한국어를 모른다.(혹은 긴급재난문자에 사용된 한국어가 너무 어렵다.) 영어로도 문자를 보내 달라’고 주장했다.

댓글이 너무 많아 몇 개만 골라 번역했다. ⓒThe Korean Times 댓글 캡처

댓글 싸움을 보다 보니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중에서 한국어로 쓰인 미세먼지경보와 긴급재난문자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만약 그 문자를 외국어로 쓰게 된다면 그중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면 모두가 다 이해할 수 있게 돕는 앱은 없을까? 하는 질문들이 솟아올라 조사해봤다.

앱이 있었네?

찾아보니 영어와 중국어로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는 앱이 있었다. 정부는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법을 확대하기 위해 2017년 12월 ‘외국인과 다문화 가족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했다. 외국인들과 다문화 가정은 어려운 한국어에 취약하니 그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사이트인 다누리포털, 하이코리아, 사회통합정보망 등을 통해 재난 대응 요령을 다양한 언어로 설명, 재난 정보를 제공할 시스템을 확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2018년 1월부터 ‘안전디딤돌 앱’을 통해 영어와 중국어로 쓰인 긴급재난문자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앱 사용 화면

이 앱을 확인하고 난 후 한국어로 쓰인 긴급재난문자를 외국인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이 앱에 대해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에게 질문했다.

1. 어떤 언어로 쓰인 긴급재난문자를 받으시나요?

(When you get the emergency notification, which language is it written in?)

2. 한국어로 쓰인 긴급재난문자를 보면 완벽하게 무슨 뜻인지 이해를 하시나요?

(Do you fully understand what the emergency notification says?)

3. 혹시 외국인을 위한 긴급재난문자 앱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영어와 중국어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Do you happen to know that there is an emergency notification application for non-Koreans? It provides English and Mandarin services.)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인터뷰한 후 이 앱의 인지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앱의 존재를 몰라 긴급재난문자가 한국어로만 발송된다며 계속해서 불만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한국어 긴급재난문자도 어느 정도 한국어를 공부하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어렵다는 점도 있었다. 긴급재난문자에 포함된 특정 용어들을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더 어려운 한국어 설명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시청 홈페이지에 있는 비상저감조치에 관한 설명이다. 이 화면에는 다른 외국어 설명을 고를 수 있는 기능은 없었으며 다른 언어 페이지조차도 어떻게 찾아야 할지 알아내기 힘들었다.

모두가 이 앱을 사용할 수 있을까?

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외국인들은 긴급재난문자와 미세먼지경보를 봐도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외국인들이 긴급재난문자를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는지, 이해하는 사람의 수는 얼마나 되는지를 조사한 통계자료는 없었다. 그래서 통계청과 EPI 자료를 기반으로 추측해봤다.

긴급재난문자 및 미세먼제경보는 이하 ‘재난 문자’라고 통칭한다.

(1) 한국어로 쓰인 재난문자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의 수: TOPIK 시험 점수를 기반으로 한 추정치 (* TOPIK은 한국어능력시험으로 최고 등급은 6급이다.)

- 재난 문자에 자주 등장하는 어휘(해역, 규모, 지진, 발생, 여진, 재난방송, 청취, 경보, 발령, 실외활동, 자제, 착용, 비상, 저감, 조치, 시행, 노후, 경유차, 운행, 단속 등)의 난이도를 고려해 봤을 때, 최소 TOPIK 4급에서 6급 취득자라면 이해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

2018년 국내 거주하는 총 외국인 중 TOPIK 시험 성적이 있는 사람은 18.7%이다. (81.3%는 시험을 본 적이 전혀 없거나 불합격해 성적이 없다.) 그 중 TOPIK 4급 취득자는 19%, 5급은 11.7%, 6급은 10%이다. 계산하자면 2018년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 중 약 TOPIK 4급이 있는 사람은 약 3.5%, 5급은 약 2.1%, 6급은 약 1.8%로, 총 7.4%, 약 161,356명의 외국인이 한국어로 쓰인 재난문자를 이해한다고 추측해 볼 수 있었다.

(2) 한국어로 쓰인 재난문자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의 수: 자가 한국어 능력 평가를 기반으로 한 추정치

- TOPIK 시험 성적이 없는 81.3%의 사람들이 ‘본인의 한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입니까?’에 대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추정치를 계산했다. 설문 참가자 중 32.2%가 자신의 읽기 실력을 ‘매우 잘함’이라고 밝혔고, 19.4%가 자신의 읽기 실력을 ‘약간 잘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 81.3%의 51.6%, 국내 거주 외국인의 약 42%인 914,736명이라는 추정치가 나온다. 그러나 본인이 평가하는 한국어 능력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신뢰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었다.

(3) 영어와 중국어 재난문자를 이해할 수 있는 국내 거주 외국인 수 추정치 (EPI 지수 기반)

- 재난문자를 영어나 중국어로 번역할 때 사용되는 어휘도 중상급의 어휘라고 가정하고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중 1) 중국어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 대다수 국민이 중국어와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 2) 국민들의 영어 실력이 중상급 혹은 상급으로 측정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의 수를 조사했다. (국민들의 중국어 실력을 조사한 자료는 찾지 못했다.)

- 중국어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 대다수 국민이 중국어와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

- 국민들의 영어 실력이 중상급 혹은 상급으로 측정된 국가

271,766명, 약 12.46%의 사람들이 영어로 쓰인 재난 문자를 이해할 수 있으며 1,018,074명, 약 46.7%의 사람들이 중국어로 쓰인 재난 문자를 이해할 수 있다고 추측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40.84%의 사람들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쓰인 문자를 이해하는 데 취약할 수도 있다고 추측해 볼 수도 있었다.

마무리

긴급재난문자에 대한 이해도 및 인지도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기존 통계자료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추측을 해봤을 때 문제점은 3가지가 있었다. 한국어로 쓰인 긴급재난문자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중상급 정도의 한국어가 필요하고, 재난문자에 쓰인 한국어를 인터넷에서 찾아봐도 더 어려운 한국어 설명이 나와 결국 정확한 내용파악을 포기한다는 점. 영어와 중국어로 긴급재난문자를 보내주는 앱의 인지도가 낮다는 점, 한국어, 영어, 중국어 세 언어에 취약한 외국인들을 위한 긴급재난문자 언어 서비스의 부재였다. 사람들과 정부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이 부분은 아쉬움 감이 있다. 앞으로 이 부분에도 좀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유의사항

* 통계자료 분석 방법

1. KOSIS (통계청)과 EPI 사이트에서 얻은 자료이다.

2. 외국인 인구의 기준은 ‘체류외국인통계: 국적・지역 및 연령별 등록외국인 현황’(통계청, 2017년 발표)을 기반으로 했다. 또한, 국내 체류 총 외국인의 수는 2,180,498명(약 210만 명)이라는 자료를 기반으로 추정치를 계산했다.

3. 한국어 능력 및 영어 능력에 관해서 자료출처는 다음과 같다.

-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한국어실력 (통계청, 2018년 발표)

- 이민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한국어 능력시험(TOPIK) 응시 경험 유무 및 급수(이민자) (통계청, 2018년 발표)

- EPI (English Proficiency Index / 세계 88개국 영어 능력 평가지수)

4. TOPIK 공식 사이트에서 시험참가자의 국적별, 연령별 성적을 종합한 자료가 없었고, 통계청에 있는 자료를 사용했다. 한국어 능력에 관한 통계의 경우, 설문 참가자들이 자체적으로 설문지에 ‘내 TOPIK 성적은 이 정도 됩니다’, ‘한국어 능력은 이 정도 됩니다’라고 답변한 것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려드린다. 조사 방식은 설문 담당자가 직접 설문 참가자를 방문했으며 15개 이상의 언어로 사용해 설문이 작성됐다. 그래서 참가자가 설문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본다. 통계 방법과 설문지 전문은 통계설명자료라는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링크: https://meta.narastat.kr/

- 자료 찾는 방법: 주제별 설명자료 -> 고용, 임금 -> 이미자 체류실태 및 고용조사

한국어, 영어 설문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5. 한국어 어휘 학습 난이도에 대한 기준은 이 사이트를 참고했다.

- 링크: https://www.topikguide.com/topik-intermediate-vocabulary-list/

직썰 필진 Korean Grammar Doctor


저작권자 © 직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