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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성평등의 전제조건은 집안일의 평등이다

  • 입력 2018.12.17 15:23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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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의 소득 트렌드에 대한 최근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여성은 49센트를 벌었습니다. 이는 여성의 낮은 노동시장 참여율과 임금 격차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죠. 동시에 일터에서 성별 간 평등을 지지하는 경향과 모순된 현상이기도 합니다. 이 같은 불일치를 설명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일터에서의 태도가 아니라 가정 내의 역학이 관건이라는 것입니다.

대다수의 미국인은 직장에서의 성평등을 지지합니다. 일자리가 부족할 때 여성보다는 남성에게 일자리를 줘야 한다고 답한 미국인의 비율은 1995년 19%에서 2011년 6%로 낮아졌죠. 갤럽 설문 조사에 따르면 남성 상사를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23%, 여성 상사를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21%, 아무런 선호가 없다는 응답자가 56%였습니다. 남성 응답자들 사이에서는 남성 보스를 선호한다는 사람이 19%에 그쳐 1975년의 63%에서 크게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그러나 가정에서의 역할에 대한 규범은 그만큼 바뀌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시카고 일리노이대의 바버라 리스만은 설문 조사 결과(General Social Survey)를 분석, 1970년대부터 직장과 가정에 대한 미국인들의 생각을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공적인 공간에서 성평등에 대한 지지세가 뚜렷하게 높아진 반면 오늘날에도 가정에서는 전통적인 성 역할이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8%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죠. 특히, 나이든 남성들의 의견이 여기에 집중돼 있었죠.

젊은 층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정을 꾸리면 전통적인 성 역할을 지지하는 경향을 드러냈습니다. 18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선택의 자유가 있다면 바깥 일을 할 것인지 집에서 육아와 집안일을 맡을 것인지를 물었을 때 전자를 선택한 여성은 39%에 불과했습니다. 남성 응답자의 72%가 바깥일을 택한 것과 크게 대비되죠. 자녀 여부와 관계없이 성인 전체로 표본을 확대해도 일을 택하겠다고 응답한 여성은 53%에 그쳤습니다. 2001년과 비교해도 달라지 않은 수치였죠. 2012년의 퓨 리서치센터 자료를 보아도 어린아이를 둔 여성이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답한 미국인은 12%였습니다. 반면 어린아이를 둔 남성으로 대상을 바꾸면 수치는 70%로 높아졌죠.

이런 경향은 UCLA 수잔 비앙키 연구진이 지난 반세기 간 집안일과 육아 트렌드를 살펴본 결과와도 일치합니다. 성 역할의 변화가 60년대부터 시작되기는 했지만, 2010년에 이르러서도 결혼한 남성이 집안일에 할애하는 시간은 결혼한 여성의 52%에 불과했습니다. 미 인구조사국의 자료 역시 놀랍지 않습니다. 부부간 소득 격차는 자녀 출생 후 3년 안에 2배로 늘어나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격차는 커집니다. 여성이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집안일을 훨씬 더 짊어지게 되면서 바깥 일을 그만두거나 근무 시간을 줄이게 되는 것이죠.

일터에서의 성평등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집안일 부담 역시 조정돼야 합니다. 몇몇 국가들의 사례에서 우리는 육아의 외주가 효과적인 방법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가가 조기 교육과 육아 보조에 많은 예산을 쓸수록 일하는 여성의 수가 늘어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를 돌보는 것이 여전히 여성이라는 점입니다. 미 노동청의 통계에 따르면 보육 산업에 풀타임으로 종사하는 여성의 수는 41만 3천 명에 달하는 반면 남성은 3만 5천 명에 불과합니다. 아이를 돌보는 데 여성의 무급 노동, 또는 저임금 노동이 투입돼야 한다는 믿음이야말로 가장 바꾸기 어려운 것인가 봅니다.

관련기사: “맞벌이로 아내가 돈 많이 벌어도 남편 가사노동은 안 늘어”

원문: 이코노미스트


직썰 필진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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