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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를 랩으로 퉁치려는 래퍼들

  • 입력 2018.12.05 15:13
  • 수정 2018.12.05 15:14
  • 기자명 MC 워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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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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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끼가 그렇게 큰 잘못을 했다고 생각 안 한다. 자기가 빌린 돈도 아니고, 밥값 천만원 드립이 유별나긴 하지만 근본적으론 채무자에게 저지른 당사자 간의 결례다. 다만 굳이 인스타 라이브란 방식을 택하며 많은 사람에게 발화를 송출했으니 그에 따른 평판도 감수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도끼가 잘못을 해서가 아니라 웃지 못할 일을 해서다. 채무자에게 돈 받고 싶으면 찾아 오라고 호탕하게 밥값을 공개할 땐 언제고 여론이 뒤집히는 사이 발 빠르게 연락해 해결을 봐놓고는 '말 조 심'이란 노래를 내며 "난 니들 비난에 굴복하지 않아!" 이러는 게 멋이 없는 거지.

힙합은 자신 만의 규칙이 있는 장르고 그것이 사운드를 넘어 라이프 스타일을 아우른다. 힙합의 말투, 힙합의 걸음걸이, 힙합의 인사법이 있고, 세상을 보는 힙합 만의 방식이 있다. 그게 통념과 어긋나서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이해가 안 갈 때도 많다. 이를테면 장르 자체가 하나의 게토인 셈이다. 한국에선 권위주의와 집단주의가 강하고, 힙합이 바다 건너 신문물에 가까운 비주류 장르였다. 힙합이 지향하는 문화와 괴리가 깊기 때문에 한국에 사는 리스너라면 한층 짜릿하게 새로운 문화에 감전될 거다. 삶의 해방구와 조우한 감격에 젖어 다른 세상의 시민권을 얻은 것 마냥 간증하고 다니는 '힙찔이'가 난무하는 배경이다.


도끼 인스타그램

다르다는 사실은 죄가 아니고 사회엔 문화적 다양성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남 다른 문화가 남 다르단 이유로 재단하지 않는 양식이 있어야 한다. , 그것이 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충돌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반대로 힙합 공화국에 사는 시민들도 사회가 힙합보다 크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힙합 바깥에 있는 문제 앞에선 꿈에서 깨고 현실로 돌아와야 한단 말이다. "이게 바로 힙합이니까!"가 늘 정당하지는 않은 것 같다.

래퍼들이여, 말을 해야 할 땐 "래퍼면 랩으로" 하지 말고 그냥 말로 하시길. 랩 가사가 아무리 분량이 많고 구술에 가깝다 해도 형식적 제약 때문에 담을 수 있는 내용에 한계가 있다. 듣는 이의 '해석'에 맡기는 오해의 소지, 이현령비현령의 소지도 있다. 무엇보다 세상만사가 랩으로 퉁칠 수 있는 랩게임은 아니다. 사안 마다 걸맞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게 기본 아닐까. '해명'이 필요할 때 '예술'을 하지 말자는 얘기. 도끼가 해명을 했어야 했느냐와 별개로, 모든 한국 힙합에 전하는 당부다.

사족을 붙이자면, 말과 행동이 얼마나 일관되냐는 '리얼함'을 따질 때, 도끼의 노래는 힙합의 규칙 안에서 조차 'real shit'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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