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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사단 또 총기사고, 의혹-부실투성이 군당국

  • 입력 2014.06.23 14:03
  • 수정 2014.06.23 14:38
  • 기자명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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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 GOP부대에서 또 총기사고가 일어났다. 주간근무를 마치고 소초 밖에 있던 임 모 병장이 수류탄 1발을 터뜨리고 10여발을 난사하는 사고가 발생해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당했다.

총기 난사-탈영-대치-총격전, 군은 쉬쉬

22사단 지역은 사고가 유난히 잦은 곳이다. 1984년에는 조준의 일병이 내무반에 수류탄 3개를 투척하고 총기 난사한 뒤 월북했다. 이 사고로 12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했다. 1988년에는 이 모 일병이 내무반에 수류탄 2발을 투척해 2명이 사망했고, 2005년에는 민간인 정씨(예비역 중사) 등이 실탄 7000발을 탈취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2009년에도 월북 사건이 발생했고, 2012년에는 북한군 병사가 아무런 제지없이 경계지역을 통과해 내무반을 두드린 이른바 ‘노크 귀순사건’이 발생했던 지역이기도 하다.


부실과 의혹투성이다. 사고 발생 시각은 21일 오후 8시 15분. 이 사실을 언론에 알린 건 사고가 일어난 지 2시간 15분 지난 밤 10시 30분경이었다. 사고를 낸 임 병장은 실탄이 장전된 총기를 가지고 탈영한 상태였다. 주민의 안전이 크게 위협을 받는 상황이었다.

군 당국이 제대로 된 대처없이 두 시간 이상 허비한 것이다. 민가에 들어가 주민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이거나 또 다른 총기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데도 그랬다. 이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실은 “먼저 사고자 가족에게 연락을 취하고 부대 부근 사람들에게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전조치를 취한 뒤 언론에 알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일한 대처에 초등대응 실패. 의혹투성이

해명에도 불구하고 군의 부실대처 논란은 더 증폭되고 있다. 언론에게까지 쉬쉬하며 2차 사고나 추가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는 등 초동대응에 실패했다는 비난 여론이 높다.

부대를 이탈한 임 병장을 검거하기 위해 9대 대대 병력을 투입했지만 두 차례 총격전이 벌어졌을 뿐 사고 14시간이 넘도록 임 병장의 검거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밤 11시경에는 임 병장이 포위망에 접근해 실탄을 발사했고, 새벽 2시20분 또 다시 총격을 가해 포위 작전을 수행 중이던 장교 1명이 팔에 관통상을 입었다.

임 병장이 부대를 탈영할 때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영내에서 벌어진 일이다. 수류탄을 터뜨리고 총기를 난사한 뒤 부대를 벗어나는 장면을 모두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건가.


고참사병이 총기사고를 일으켰다는 점도 석연치 않다. 1980년 이후 지금까지 군부대에서 일어난 총기난사 사고를 살펴보면 고참 사병의 소행은 찾아볼 수 없다. 이병이나 일병 등 군 복무 기간이 많이 남아있는 사병들이 일으킨 경우가 거의 전부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은데다 병영생활에 큰 어려움 없을 고참이 왜 이런 끔찍한 사고를 일으킨 걸까. 고참사병이 일으킨 총기사고로는 이번이 유일한 경우다. 전투식량을 지니지 않은 채 도주했다면 우발적 사고다. 무엇 때문에 이런 사고가 일어난 걸까.

심신 건강하지 않는 병사에게 GOP근무라니

임 병장은 ‘A급 관심병사’였다. 입대 5개월 뒤인 2013년 4월 첫 인성검사에서 A급 판정을 받았다. ‘관심병사 등급분류 기준’에 따르면 A급은 ‘자실을 계획 혹은 시도한 경험이 있는 등 사고 유발 고위험환자’가 여기에 해당되며, ‘인성검사를 통해 자살 생각을 표현하거나 결손가정, 신체결함, 경제적 빈곤자, 성관련 규정위반 우려자, 성격장애자 등 사고 유발 위험자’는 B급으로 분류된다.

A와 B등급으로 분류될 경우 고도의 긴장태세가 요구되고 실탄과 수류탄을 소지하는 GOP 근무를 할 수 없다. 하지만 B등급의 경우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GOP 경계근무에 투입될 수도 있다. 임 병장의 경우 애당초 A등급 판정을 받았다가 GOP 투입 불과 한달 전 실시된 인성검사에서 B급으로 낮아져 GOP 근무에 투입된 것으로 밝혀졌다.


군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전방에 근무하는 A와 B등급 사병은 전체의 10%를 넘는다. 후방 부대까지 포함하면 육군 병력 3~4만 명 정도가 사실상 근무 부적격자인 셈이다. 사건이 발생한 22사단의 경우 A와 B급 관심병사가 8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들어 대북 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내건 경계강화 조치도 이번 총기사고를 부추긴 요인으로 작용했다. 애당초 군 당국은 모든 관심병사(A, B, C 등급)를 GOP근무에서 제외해 운용했지만, 병력이 감축된 상황에서 경계강화 지시가 내려오니 어쩔 수 없이 B급 병사까지 근무에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 ‘경계강화’ 조치 사고 부추겨, 김관진 물러나야

심신이 건강하지 않은 병사에게 수류탄과 실탄을 지니게 해 최전방 GOP에 투입한 것이다. 군 당국이 사고 가능성을 알면서도 모른 척 방관했다는 얘기다. 심신이 건강한 병사들을 골라 배치했더라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2011년 강화 해병2사단 해안초소 생활관에서 총기 난사하고 수류탄을 투척한 김모 상병의 경우도 ‘관심병사’였다. 이 사고 역시 군 당국의 안일한 사병배치로 4명의 아까운 생명이 목숨을 잃은 참사였다.

김관진 국방장관 취임 후 벌써 네 번째 사고다. 2011년에는 해병대 총기사고가 일어났고, 2012년에는 북한병사 한 명이 철책을 끊고 GOP까지 내려와 내무반을 노크해 귀순하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또 민간인 월북사건도 일어난 바 있다. 이번엔 총기를 난사한 뒤 부대를 탈영해 수색대와 총격전을 벌이는 사건이 일어났다.

안타까운 생명이 또 비명횡사했다. 군의 부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고 상당한 의혹들이 불거진 상태다. 명확히 밝히고 드러난 군의 부실을 바로잡아야 한다. 네 번째 사고를 낸 김관진 국방장관은 청와대 안보실장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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