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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메일 확인 없이 ‘한미동맹 균열 심각’ 오보 낸 언론

  • 입력 2018.11.27 11:12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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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6일 석간신문 아시아경제는 1면에 ‘[단독]“한미동맹 균열 심각”…靑의 실토’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아시아경제는 기사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근거로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 입수했다는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 보고서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해당 문건은 청와대 문건이 아니었습니다. 기사가 나자 청와대는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보고서가 청와대 문건이 아니라고 반박했습니다. 만약 청와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해당 문건의 출처는 어디일까요?

1. 청와대 워터마크가 없는 보고서

▲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문건. 청와대 워터마크 등이 없다. ⓒ아시아경제

11월 26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아시아경제의 안보실 문건에 대해 “청와대나 청와대 안보실에서 작성한 것이 아니다. (보고서의) 내용이나 서체가 모두 그렇다”고 밝혔습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에서 어떤 형식의 문건을 만들든 무단으로 복사 반출할 수 없고 (복사하면)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라는 워터마크가 찍힌다. 문서를 출력한 사람의 이름과 시간도 초 단위까지 나오게 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대변인의 말대로라면 아시아경제가 입수한 문건에는 ‘문서를 반출할 수 없다’는 문구와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라는 워터마크가 없기 때문에 청와대 문건이 아닙니다. 또한, 문서를 출력한 사람과 시간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에 청와대는 “해당 언론사가 (이 문건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출처를 밝혀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습니다.

2. 해킹을 통해 배포된 가짜메일

▲ JTBC는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문건의 제목이 가짜 메일에 첨부된 문서 제목과 동일하다고 보도했다. ⓒJTBC

11월 26일 JTBC는 아시아경제의 문건이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연구원 명의로 보내진 이메일 첨무 문서와 제목이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서에는 “권희석 청와대 국가안보실 비서관의 강연 원고”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본인은 물론 연구소장 또한 이메일을 해킹당했고 이를 통해 본인들의 이름으로 메일이 발송됐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소는 권희석 청와대 비서관 명의로 민감한 사안이 포함된 보안메일을 보내니 취급 주의해달라는 메일도 발송됐다고 밝혔습니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 소장은 권희석 청와대 비서관에서 메일을 보낸 적이 있느냐고 확인했지만, 권 비서관은 절대 그런 메일을 보내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결국, 아시아경제가 보도한 같은 제목의 문서는 청와대를 사칭한 가짜메일인 셈입니다.

3. 아시아경제는 문건을 검증했나?

▲ 아시아경제 기자는 청와대 관계자가 ‘문건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경제 PDF

해당 기사를 쓴 아시아경제 기자는 ‘[단독]“이상無” 외치던 靑, “한반도 비핵화 주변국 동상이몽” 진단’이라는 제목의 기사 말미에서 “청와대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보고서에 대해 “문건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설명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아시아경제가 한미동맹 균열에 근거로 든 중요한 문건을 입수 보도하면서 검증을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기자가 문건의 출처를 확인할 때 청와대가 문건 자체를 모른다고 했다면 문건을 전달해준 사람에게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기사 어디에도 검증 절차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만약 JTBC의 보도처럼 메일로 문건을 받았다면 메일 계정주에게 확인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시아경제는 메일 계정주가 해킹당했다는 사실 여부를 취재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청와대 안보실 비서관을 사칭하고 대학 연구소의 메일을 해킹해 문건을 발송했는지 현재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청와대를 사칭해 가짜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식의 보도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이메일을 해킹한 사람이 누군지, 무슨 의도로 문건을 배포한 건지 철저하게 수사해야 합니다.

물론, 책임은 범죄 행위자에게만 있지 않습니다. 검증 절차를 소홀히 하고 가짜뉴스를 확산한 언론사도 오보에 대해 사과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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