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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난민 400만 명이 몰려온다”는 거짓말

  • 입력 2018.11.16 11:32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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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부터 온라인에는 “예멘 난민은 빙산의 일각, 인도 난민 400만 명 대기 중”이라는 글이 퍼지고 있습니다.

인도 아삼주 주민 400만 명이 국적을 박탈당해 난민이 됐고 한국이 인도인 단체 비자를 도입하면 이들이 한국에 대거 입국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11월 1일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인도인 400만 명이 난민 신청을 기다립니다’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습니다. 최초 청원인은 “단체 비자 활성화해서 인도인들을 대거 들여오겠다고요? 난민신청 자체를 폐지하여야 합니다”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습니다.

과연 이 주장은 사실일까요? KBS 팩트체크K의 보도를 근거해 확인해보겠습니다.

1. 인도 아삼주 400만 명 국적 박탈

▲ 시민권이 박탈당한 아삼주 주민은 “여기서 성장했고 공부했으며 결혼도 하고 사는데 왜 우리는 인도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BBC 뉴스 화면 캡처

400만 명의 주민들이 인도 아삼주에서 국적을 박탈당했다는 주장은 사실입니다. 지난 7월 인도 아삼주에서는 주민 3천 2백만 명 가운데 400만 명의 주민이 새 시민권자 명부에서 제외됐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들에게 연말까지 시민권을 다시 받을 기회를 주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주민 대부분이 시민권을 되찾지 못했습니다. 1971년 이전부터 아삼주에 거주했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시민권을 받지 못한 400만 명은 대부분 인도에서 추방될 처지에 놓인 셈입니다.

2. 무슬림에 대한 인도 정부의 '인종청소'

시민권을 박탈당한 주민들 대부분은 1971년 방글라데시에서 파키스탄으로 독립 전쟁을 벌일 때 아삼주로 온 사람들과 후손입니다. 인도 정부는 이 정책이 방글라데시에서 늘어나는 불법 이민자를 색출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속사정은 다릅니다.

아삼주 정부는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인도국민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인도는 힌두교인이 많고 시민권을 박탈당한 주민들은 대부분 무슬림입니다. 결국, 소수의 무슬림 종족을 인도에서 추방하려는 ‘인종 청소’와 같은 정책입니다.

3. 단체 비자 허용되면 난민 신청 할 수 있다?

▲ 법무부가 발표한 인도 단체비자 관련 설명 자료 ⓒ법무부

인터넷에선 단체 비자가 허용되면 시민권이 없는 아삼주 주민들이 대거 대한민국으로 건너온다고 말합니다. 그 근거로 드는 것이 ‘무사증 제도’*입니다.

*테러지원국을 제외한 180개국 외국인에 한해 한 달간 비자 없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게 하는 제도

그런데 단체 비자와 무사증 제도는 다릅니다. 단체 비자는 말 그대로 외교사절단이나 국제행사 참가 단체, 단체 관광객이나 이에 준하는 단체가 같은 선박과 항공기 등을 타고 일시적으로 한국을 방문할 때 한국의 재외공관장이 발급해줍니다.

무사증은 비자 없이 한국에 들어오는 경우입니다. 우리가 일본을 갈 때 굳이 일본 비자를 받지 않고 여권만으로 입국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주에 왔던 예멘 난민들도 무사증 제도를 통해 입국했습니다. 난민 신청이 논란이 되면서 현재 예멘은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국가에서 제외된 상태입니다.

단체 비자는 의외로 받기 쉽지 않습니다. 신청자의 재정 능력과 신분이 확인되는 관광객에게만 발급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거짓으로 또는 브로커를 통해 발급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확인할 필요는 있습니다.

4. 무국적자 부모가 한국에서 낳은 아이는 한국 국적?

▲ 대한민국 국적법 제2조 ⓒ대한민국법령정보센터

부모가 둘 다 무국적자인데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으면 대한민국 국적이 부여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이는 어느 날 갑자기 난민을 대거 유입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적법 제2조를 보면 아이가 한국에서 출생할 당시 부모가 분명하지 않거나 국적이 없는 경우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고 명시합니다.

인도 아삼주에서 시민권을 박탈당한 400만 명의 주민들이 우리나라로 대거 입국해 난민이 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몇백만 명의 난민이 한꺼번에 유입된다는 상상도 과도한 것이지만, 첫 번째로 한국과 인도 간의 단체비자 제도가 아직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는 아삼주에서 추방당한 사람들은 거주국으로부터 여권발급이 쉽지 않습니다. 여권이 없으니 당연히 단체비자를 받는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설사 이들이 한국에 온다고 해도 난민 지위를 부여받기 어렵습니다. 논란이 일며 소위 ‘난민혐오’의 주 대상이 됐던 제주 예멘인 중 단 한 명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난민 문제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찬반 논리가 극렬하게 나뉩니다만, 우리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과도해 난민이나 외국인을 혐오하는 국수주의에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듯합니다.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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