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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일병이 장성들 면전에 날린 일침

  • 입력 2018.11.08 12:47
  • 기자명 직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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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7일 김용우 육군 참모총장을 비롯해 군단장, 사단장 등 육군의 수뇌부 앞에서 한 일병은 이렇게 말했다.

“앞에 계신 장성분들과 작대기 두 개를 달고 있는 저 일병 안정근은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국민이고, 같은 성인이고, 같은 육군입니다.”

문장만 놓고 보면 당연한 말, 보편적 가치에 대한 이야기지만 청중의 면면들을 살펴봤을 때, 또한 상명하복식 군 기강이 엄격한 군대의 분위기를 생각했을 때 이뤄지기 힘든 소신 발언이기도 했다.

ⓒYTN

이 자리는 육군이 개최한 ‘장군에게 전하는 용사들의 이야기’ 세미나였다. 장성이나 간부가 아닌 병사들의 발표를 중심으로 한 창군 이래 최초의 행사였다. 위의 소신 발언을 전한 안정근 일병 또한 ‘우리는 전우입니다’라는 주제로 이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고 있었다.

안 일병이 발표에서 밝힌 핵심 문제의식은 사병들에 대한 자유의 (과도한) 통제와 비인격적 대우 등. 안 일병 이외 발표를 맡은 다른 사병들 또한 군대와 지휘관들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연합뉴스

안 일병은 “세상에 수많은 군대가 있지만 대한민국 육군처럼 병사의 자유를 1에서부터 10까지 철저히 통제하는 군대는 현재 공산주의 국가나 군정 국가의 군대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군이 “용사(병사)를 인격체로 존중하고 있지 않”는 분위기를 지적했다.

안 일병은 이어 “용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용사의 권위가 바뀌어야 육군이 바뀐다. 용사가 인정받고 존중받을 때 장성을 비롯한 간부들도 존경받을 수 있다”고 용사와 간부들이 같은 전우며 누구든 존중받을 권리가 있음을 강조했다.

5사단 김승욱 병장도 ‘용사에 대한 인식의 전환’(발표주제)이 필요하다며 “현재 용사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없는 존재”라고 현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병사들의 자율성을 강화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해주되 문제가 생겼을 때는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군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저 포괄적인 방향성만을 제시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장병들의 발표엔 병사들의 복무 기간에 휴직 기간을 허용하는 탄력복무제나 군인 전용 구직사이트 구축을 제안하는 등 실제 군인 처우 개선을 위해 생각해볼 만한 구체적 제도들이 제안되기도 했다.

ⓒYTN

또한, 장병들이 제시한 내용 중엔 실제 이 행사가 열린 배경이 담겨있기도 했다.

안 일병은 “육군은 ‘Why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왜’라는 질문을 하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분위기는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계룡대근무지원단 이길현 상병은 “육군본부 인트라넷 제안광장에 병사들이 제안하면 아무런 응답도 없다”며 소통하지 않는 군인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는 주제로 발표했다.

ⓒ뉴시스

그들의 말처럼 장병들에 대한 육군의 소통, 처우 개선 등은 한계가 있는 것이 명확했다. 육군 또한 “구성원 대다수인 병사들이 육군 정책에 대해 자유롭게 토론하는 자리가 전무했고, 병사에게 일방적 지시와 시행만을 강조해 정책 이해도와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반성과 성찰에서 이번 세미나를 계획했다”며 행사의 기획 의도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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