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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유망직종’이라는 사회복지사의 현실

  • 입력 2018.10.25 14:29
  • 기자명 서울청년정책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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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가 대세다

복지는 대세다. 확실하다. 대통령 선거부터 초등학교 반장 선거까지 대부분의 공약을 살펴보면 복지는 절대 빠지지 않는 키워드고 복지와 관련되지 않아 보이는 정책도 큰 범위에서는 복지와 연관되지 않은 것은 많지 않다.

심지어 어떤 후보들은 자신이 사회복지분야에서 헌신해 왔다거나 사회복지 전문가라도 된다는 듯 사회복지란 단어를 써먹는다. 물론, 사회복지사로 일해 본 경력은 없지만,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 여부만으로 말이다. 이런 걸 보면 확실히 복지가 대세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사실 사회복지는 대략 15년 전부터 대세였다고 한다. 15년 전부터 유망직종 리스트에서 한 번도 빠져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대부분의 사이버 대학, 높은 합격률을 노래하는 온라인 학원 등에선 사회복지 자격 과정을 운영하지 않는 곳이 없다. A.I(인공지능)가 대세라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사회복지사는 '위협받지 않는 직종'에 뽑히기도 했다.

민간시장이 커진다는 것은 그것이 바로 대세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장장 15년이나 유망직종 리스트를 지켰다는 건 결국 그 긴 시간 한 번도 실제 영광은 겪어본 적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 번쯤은 영광의 시절을 겪었다가 한물이 가도 됐을 법한 기간인데 말이다. 복지는 대세지만, 그 복지를 실천하는 사회복지사들은 찬란해 본 적이 없는 슬픈 현실. 이러한 괴리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수동적 태도의 대가

선거 후보들의 복지공약을 살펴보면 그 공약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어떻게 수행하겠다는 구체적 내용은 빠져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구체성 없는 복지 공약들은 깔때기처럼 모여 해당 공약을 성실하고 충실하게 수행해야만 하는 위치의 사회복지시설로 내려온다. 결국 사회복지사들에게 떠맡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맡겨지는 역할이 커진다는 것, 어쩌면 감사한 일로 해석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정책처럼 제안자 따로, 수행자 따로 단절돼있는 현실은 실천 현장의 사회복지사에게 업무과중과 역할의 모호성이라는 문제를 던져준다. 결과적으론 번아웃(Burn-Out)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다.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이 겪는 번아웃은 심각한 수준이다.

탁상공론과 현장중심. 수동과 능동 어느 쪽이 더 필요하고 중요한 자세인 줄 알면서 왜 그러지 못해왔을까? 이제라도 현장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는 사회복지사가 복지정책의 능동적 제안 주체가 돼야 할 때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축에 사회복지현장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청년 사회복지사들이 있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사회복지계 또한 변화가 필요하다

대한민국 최초의 사회복지시설이라는 태화기독교사회복지관이 생긴 지 벌써 97년째다. 대한민국도 100년 가까이 사회복지의 역사가 쌓여왔고 훌륭한 선배 사회복지사들이 대한민국 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헌신하며 많은 역할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비리, 횡령과 같이 단골로 등장하는 사회복지기관의 고질적 병폐를 비롯한 처우개선, 종교 강요, 자격제도 개선 등의 문제들은 어떨까. 모두가 그 문제에는 공감하는 듯 하나 사회복지사의 권익을 대변하는 사회복지사협회에서조차도 문제 해결을 위해 쉽사리 나서지 못 하고 있다.

현장의 사회복지사들을 위한 처우개선 문제 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복지뉴스

이미 사회복지계의 기득 세력은 종교계와 정치권 등 여러 곳의 눈치를 살피며 '밥그릇을 지키는' 위치가 돼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사회복지계의 실질적 변화를 위해서는 앞뒤 재지 않고 눈치 보거나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다.

모이자

복지의 영역은 광범위하다. 지역, 장애인, 노인종합사회복지관이나 쉼터, 요양원 등의 보호시설 외에도 병원, 학교, 기업, 심지어 부동산(※착한부동산 골목바람)까지 사회 구석구석에 사회복지사의 눈과 귀, 손길이 닿아 있다.

이렇게 광범위한 영역에서 헌신하는 사회복지사들이 모인다면 그 시너지와 영향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라 확신한다.

최근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무리들의 수다(수원)’, ‘요망진 복지청년(제주)’ 등과 같은 청년 사회복지사 모임이나 '시대복지공감', '2030 청년사회복지사연대 파란복지' 등의 예비 사회복지사들을 위해 프로그램 진행 등 고독했던 청년 사회복지사 간에 다양한 교류가 시작됐다는 점은 그래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참여하자

우리에게는 힘과 명분이 있다. 그 힘과 명분을 믿고 옳은 곳에 사용하자. 흔히 사회복지사를 착하고 온순하기만 한 사람들이라 생각하지만, 사회복지사는 착한 일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대상자의 권익을 위해서라면 때로는 투사가 돼 시위 대열에 앞장서서 깃발을 세우고 목청을 높이며 행진할 줄도 알아야 한다. 사회복지사들이 우선 머리를 맞대어 현실성 없는 복지정책을 검증하고 지속가능한 복지정책수립에 앞장서는 주체가 될 수 있다.

청년이 직접 사회복지사 영광의 순간을 만들어보자.

연대하자

복지정책 수립과정에서 정작 해당 정책의 실행주체였던 사회복지사들은 소외돼왔다. 사회복지사 개인은 존재감도, 힘도 없는 아싸였지만, 모이고 참여하는 우리가 된다면 사회복지사도 정책수립과정의 인싸가 될 수 있다.

기왕이면 정책수립의 첫 번째 현장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핵인싸가 되어보자. 사회복지 노동조합과 같은 기존의 연대단체에 가입하거나 취미는 달라도 취향이 같은 동료 사회복지사를 모아 이름뿐인 수다모임을 만드는 것 또한 결정적 순간에는 중요한 힘이 될 수 있다.

여전히 복지가 대세지만, 사회복지사는 한 번도 대세가 아니었다. 이제는 난무하는 복지정책을 스스로 주도하고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진짜 유망직종이 되는 시대를 열어볼 때다.

*청년정책칼럼은 (사)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실행위원회에서 매주 화요일 발행하는 기명칼럼입니다.

직썰 필진 서울청년정책 LAB

필자 : 관종 청년 사회복지사 / 사회복지사 소진 환경 연구소 백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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