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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멈추라”는 사립유치원 주장이 민망한 이유

  • 입력 2018.10.15 11:34
  • 기자명 직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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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사립유치원의 회계 비리 문제가 점입가경이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일부 유치원장들은 아이들을 위해 써야 할 원비로 명품백을 사거나 회식비, 개인 차량 주유비, 효도관광비, 만기환급형 보험비 등으로 이용했다. 심지어 성인용품을 산 원장도 있었다. 대체 유치원에서 성인용품이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

문제는 그만큼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살펴보자. 자신을 전직 유치원 교사라고 밝힌 청원자는 이렇게 말한다.

“급식만해도 아이들마다 돈까스 깍두기 크기로 서너조각, 탕수육 잘게 썰어 서너조각 만들어주고 200명이 넘는 아이들과 교사들이 닭 세 마리로 우린 국물에 닭곰탕을 먹습니다. 당연히 모자라지요.” (‘전직 유치원 교사입니다 사립유치원 빙산의 일각입니다’)

ⓒ연합뉴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11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3~18년 유치원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총 1,878개 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그중 95% 이상이 사립유치원이었다.

앞서 10월 5일 박 의원은 국회의원회관에서 ‘유치원 비리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하지만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결사반대로 시작한 지 15분 만에 토론을 중단했다. 한유총 회원들은 토론을 저지하기 위해 욕설뿐 아니라 육탄전도 불사했다. 그들은 이 토론이 “일부 사례를 들어 사립유치원을 비리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어쩌면 이견 조율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박 의원은 토론 전 블로그에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제시해달라고 한유총에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토론 바로 전날에는 사립유치원장들에게 토론회를 취소하라는 전화와 문자 폭탄에 시달렸다고 한다.

토론회를 반대 중인 유치원 관계자 ⓒ연합뉴스

이제 여론은 사립유치원에 등을 돌렸다. 박 의원이 공개한 ‘비리 유치원’ 명단을 꼼꼼히 훑어보는 사람도 늘었다. 하지만 한유총을 비롯한 사립유치원총연합회 등은 “마녀사냥을 멈추라”고 핏대를 세운다. 정작 회계 장부를 공개하거나 국고보조금 회계시스템 이용 등을 강력하게 거부하면서 말이다. 대체 누가 마녀고 어떻게 사냥을 당한다는 걸까.

사립유치원은 2012년부터 누리과정 지원을 받고 있다. 매년 2조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여기에 학부모들은 매달 20~30만 원을 유치원비로 낸다. 그 돈의 일부는 유치원 비리에 사용된다. 어디에 손을 대야 할 지 대단히 명확한 상황인데도 유치원은 이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중 ‘비리 유치원’ 명단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밝힌 총 1,878개 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는 시도교육청이 정리한 자료 중 취합이 완료된 명단이다. 여기에 추가 조사가 끝나는 대로 ‘비리 유치원’은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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