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김진태 의원님, 벵갈 고양이가 뭔 죕니까?

  • 입력 2018.10.11 16:49
  • 기자명 보헤미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정감사에 벵갈 고양이를 데리고 나온 김진태 의원 ⓒ연합뉴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국정감사는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인 삼권분립에 입각해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비판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고양이는 잘 지낸다고 글을 올린 김진태 의원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월 10일 국감장에 벵갈 고양이를 데려왔습니다. 얼마 전 동물원의 관리 소홀로 우리를 탈출했다가 사살된 퓨마 문제를 질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살된 퓨마와 아주 비슷한 것을 가져오고 싶었지만 그 퓨마를 너무 고생시킬 것 같아서 (...) 이 눈치도 없는 퓨마가 하필이면 그 날(남북정상회담일) 탈출을 해 가지고 (...) 그러니깐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이 됐어요.”

-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

김 의원은 벵갈 고양이를 통해 국가가 퓨마를 죽인 행위가 과잉 대응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 일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벵갈 고양이는 케이지 속에서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으로 수두룩하고 카메라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지며 온갖 고성이 쏟아지는 국감장에서 고양이는 얼마나 무서웠을지 상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예민한 동물입니다. 김 의원은 정치적 이익과 목적을 위해 벵갈 고양이를 물건처럼 ‘활용’했습니다. 평소 기행과 돌출 발언들로 봤을 때 어쩌면 그에게 동물 배려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습니다.

국감장에 등장한 낙지 ⓒ조선일보

예전 국감에서도 동물이 등장한 경우는 많았습니다.

<국정감사에 등장한 동물들>

1. 2010년 환경부 국정감사: 구렁이 / 차명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

2. 2010년 서울시 국정감사: 낙지 / 이윤석 민주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

3. 2014년 환경부 국정감사: 뉴트리아 / 김용남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

2010년 환경부 국감에서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이 구렁이를 공수해온 이유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으로 지정된 동물을 무분별하게 포획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를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취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굳이 구렁이가 국감장에 ‘끌려’ 나와야 했을까요?

국감장에 등장한 구렁이 ⓒ경향신문

국감장에 등장한 뉴트리아 ⓒ한겨레

2010년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이윤석 민주당 의원이 낙지를 가지고 나온 건 당시 낙지 머리가 중금속이 오염돼 있다고 서울시가 발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발표 도중 낙지가 유리병 탈출을 시도해 국감장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4년 환경부 국감에서 김용남 의원이 뉴트리아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습지 생태계 파괴 현장을 지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뉴트리아는 왕성한 식욕, 수많은 습지 생물을 먹어 치우는 포식자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김 의원 보좌진들은 혹여 뉴트리아가 죽을까 봐 전전긍긍했고 특유의 악취 때문에 목욕까지 공을 들이는 ‘쇼’를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꼭 동물들을 국감장에 데리고 나와야 했을까요? 다시는 이런 이기적인 ‘쇼’가 없었으면 합니다.

직썰 필진 보헤미안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