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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이름으로 ‘동성애 혐오’ 나선 국회의원들

  • 입력 2018.09.11 10:41
  • 기자명 직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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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 ⓒ연합뉴스

일부 국회의원들의 ‘호모포비아(동성애혐오증)’는 익히 알려져 있지만,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일부 의원들의 질의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수준을 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9월 10일 국회에서는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는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표해서 후보자가 해당 업무 수행에 적합한지 따져 묻는 자리다.

이석태 후보자가 헌법재판관으로서 적합한지 여러 질문이 나왔지만, 그중 대중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질문은 ‘호모포비아’에 관한 것이었다.

이석태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서 보낸 사전 서면답변서를 제출했다. 여기엔 동성애에 대해 후보자의 개인 의견을 묻는 말이 포함돼 있었다. ‘동성애와 동성혼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는 어떠한가?’라는 질문이었다. 여기에 이석태 후보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비디오머그 (영상 링크)

ⓒ비디오머그

“동성애는 찬성 반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이성애와 다른 성정 지향이다. 동성애자는 마치 왼손잡이처럼 소수일 뿐이다. 국민 인식을 서서히 바꾸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이를 꼬투리 잡았다. 여야가 따로 없었다.

먼저,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의를 살펴보자. 이 의원은 이석태 후보자에게 직설적으로 “동성애 합법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군 형법 92조 6’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참고로 ‘군 형법 92조 6’은 군대 내 성추행 처벌 규정이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왼쪽) ⓒ비디오머그

이석태 후보자는 “동성애는 찬성 반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의원들은 뭔가 언짢았는지 집요하게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 이 날 나온 관련 발언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동성애에 대해서는 상당히 찬성적으로 들린다. 동성혼에 대한 입장은 어떠냐.”

“동성혼을 찬성하는 입장인가 반대하는 입장인가 이것만 말씀해달라.”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동성혼에 국민이 그렇게 반대하는데 정부가 (이석태 후보자에게) 훈장을 주면서 ‘성평등’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를 댔다.”

-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

“(이석태 후보자가 2014년 서울서대문구청에 혼인신고를 불허당한 김조광수 영화감독과 김승환씨의 소송 대리인단에 나선 일에 대해) 단순 대리인이 아니고 동성혼 문제에 기자회견을 하시고 발언도 하셨다.”

-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동성애 그 자체를 좋다고 생각하시거나 주변에 (동성애를) 하고 있으신 분이 있는 것은 아니죠?”

“본인이 동성애자인 것은 아니죠?”

“군형법상 조항 같은 해석도 동성애 자체를 허용하자는 건 아니죠?”

-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표현만 달랐을 뿐, 그 기저에는 동성애 차별 심리가 깔려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연합뉴스

이석태 후보자의 말처럼 동성애는 찬성 반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문제가 아니다. 그저 성적 지향이 다를 뿐이다. 이에 대해 사회는 이를 잘못됐다고 치료하려 들거나 법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 더불어 살면 그뿐이다.

“국가인권위법 2조 2를 보면 성적지향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평등권 침해로 보고 있다. 또한, 최근에 세계각국에서 동성애를 허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이석태 후보자의 답변처럼 사회는 점차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는 그들을 지우려 노력한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분들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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