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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기 위해 사진을 찍는 페미니스트들

  • 입력 2018.09.03 13:25
  • 수정 2018.09.03 14:33
  • 기자명 20tim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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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새로운 언어로 말하는 사진을 꿈꾼다"

사진은 꽤 힘이 세다. 다분히 선언적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는 사람의 눈처럼 사물을 단순히 포착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포착한 것을 고정하고, 재단하며, 출력함으로써 영원히 박제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프로토타입(prototype) 이미지가 모방을 거듭하면 사진은 하나의 거대한 문법이 된다.

그런데 수많은 프로토타입이 만들어낸 그러한 문법 속에서, 개인은 ‘여성성’과 ‘남성성’, ‘정상’과 ‘비정상’ 등으로 쉽게 갈라쳐지고 뭉뚱그려진다. 여성주의 사진크루 ‘유토피아’는 그러한 폭력의 문법에 균열을 내고 사진의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자 한다. 확장된 언어는 더 많은 것들을, 더 깊은 것들을 말할 수 있게 하니까.

유토피아의 포토그래퍼 곽예인, 박이현, 김지혜(이하 ‘곽’, ‘박’, ‘김’으로 표기)를 사당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곽(24): 안녕하세요. 저는 곽예인이고요. 스물 네 살이고. 사진그룹 <유토피아>의 대장입니다. 저는 주로 그냥 ‘본래의 나’에 대한 작업.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본래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박(23): 저는 박이현이라고 하고요. 주로 제 얘기를 사진으로 찍는 것 같아요. 나를 힘들게 했던, 괴롭혔던 코르셋. 그런 경험들에 대한.

김(23): 저는 김지혜고요. 활동명은 ‘김우주먼지’입니다. 필름사진을 주로 찍고. 페미니즘 작업과 퀴어 관련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특히 퀴어 작업 같은 경우는 제가 계속 연작으로 찍어오고 있는데. 저 스스로가 퀘스쳐너리 퀴어*이다 보니 사진에서도 그런 부분들과 관련해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으려고 노력 중입니다.

*Questioner Queer: 자신의 성적 지향 혹은 성정체성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탐색중인 사람. ‘젠더 플루이드Gender Fluid’라고도 함.

사진크루 ‘유토피아’

▲2017년 3월에 예인씨를 중심으로 공동 사진작업팀 ‘유토피아’가 결성되었고. 올해 2월에는 지혜씨가 ‘스튜디오 바그다드’라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드셨어요. 두 단체가 만들어지기 까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 우선 ‘유토피아’는 저랑 지혜, 또 재인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이렇게 셋이 대화를 하다가 만들게 된 팀인데요.

저희들이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사진작가들이 있어요. 루오 양(Luo Yang),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같은 분들인데. 모두 여성주의 사진으로 유명한 분들이거든요. 친구들과 그 사진들을 공유하면서 ‘아, 우리도 이런 작업 하고 싶다.’ ‘이런 작업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얘기를 많이 했어요

여전히 한국 사진업계에서는 소위 로리타 컨셉의, 여성의 섹슈얼한 포인트를 잡아서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이미지로 찍어내는 사진들이 대중적으로 잘 팔리는 경향이 있잖아요. 친구들과 위에 언급한 작가분들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 사진계에는 그런 여성주의적인 사진을 찍는 사람이 얼마나 있나 찾아봤는데, 정말 거의 없는 거에요.

Luo Yang, Beijing Couple, © Luo Yang

▲정말요, 하나도?

: 네. 페이스북 같은 SNS내의 사진가 그룹이나, 회원수가 몇 만명이 넘어가는 거대 사진예술계 커뮤니티 안에서도 그런 사진작업을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요. 물론 아예 없지는 않겠죠. 비주류 중의 비주류로서 존재하겠지만 그런 작업이, 작가가 있다는 사실 조차 잘 알 수 없더라고요. 주목받지 못하는 거죠.

구조가 이렇다 보니 사진업계 안에서 성추행, 성폭행 사건*이 터져 나왔을 때에도 가해자에게 돌아가야 할 화살이 엉뚱한 곳으로 가고 그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계_내_ 성폭력' 사건, 유명 사진작가의 성폭행 사건, 비공개촬영회 문제 등)

저는 원래 여행사진을 많이 찍고. 다른 친구들도 당시에 따로 개인작업으로 하고 있는 게 있었어요.

그런데 방금 말씀드렸던 그런 고민들을 계속 하다 보니까 아, 기왕 사진을 찍는다면 좀 더 힘있는 목소리를 싣는 작업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우리도 여성주의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 우리가 팀을 하나 만들자. 얘들아 이름도 내가 미리 지어놨어(웃음), 우리는 ‘유토피아’야. 이렇게 시작한 거에요.

▲유토피아가 팀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라세요?

: 저희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사진이라는 매체가 섹슈얼하게 소비하는 방식 말고도 여성을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걸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거에요.그리고 그런 저희의 사진을 통해서 많은 여성분들이, 또 여성뿐만 아니라 모든 약자들이 해방감을 느끼는 것.

김분홍(유토피아), On My Own, © 김분홍

한 가지 방식으로만 소비되어오거나 아예 배제되어왔던 여성과 약자에게 어떤 출구가 되자는. 연대를 위한 연결통로가 되자는 바람을 갖고 있어요.

▲'스튜디오 바그다드'는 어떻게 만들어진 거에요? 유토피아가 일종의 크리에이터 그룹이라면, 스튜디오 바그다드는 좀 더 오픈 된 커뮤니티 같아요. ‘유토피아’라는 팀의 형태로 포섭되지 못한 페미니스트 예술가들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네트워킹 허브’랄까?

: 제가 유토피아 활동을 한창 하다가, 개인적으로 만난 ‘난달(@Nandal_Seo)’이라는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결성하게 됐어요. 그 친구랑 딱 처음 만났는데, 서로 너무 잘 맞는 거에요.

여성주의적 작업에 대한 생각이나, 좋아하는 작가나 관련된 코드가 너무 잘 맞아서 굉장히 신나게 이야기를 하다가, 아. 이렇게 팀 밖에도 우리랑 비슷한 지향점을 가지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티스트들이 정말 많을 텐데. 그런 사람들을 모을 구심점이 없다는 게 아쉬운 거에요.

스튜디오 바그다드, © Studio Bagdad

▲’팀’의 형태로 묶이지 않아도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군요.

: 네. 그때 ‘난달’이 먼저 그런 식의, 오픈형 네트워킹 그룹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이야기해줬어요. 페미니즘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그런 사진을 소비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모두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말 그런 게 하나도 없을까, 궁금해서 먼저 제가 찾아봤더니 실제로 사진계 내에서, 페미니즘 관련해서는 물론이고 그냥 여성 사진작가들 사이에도 그런 네트워킹 구축이 거의 안되어 있더라고요. 형성되어 있는 인프라의 70~80프로는 남성작가들끼리 만든 것들이고요. 일단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진가들의 성비부터가 크게 차이가 나니까요.

▲그렇죠. 확실히 현업으로 활동하는 여성 포토그래퍼 수가 얼마나 되나 생각해보면, 그런 상황에서 어떤 거점이 만들어지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 맞아요. 그런 현실을 알게 되니까, 그럼 우선 여성 예술가들을 위한 네트워킹에 중심을 둔 그룹을 하나 만드는 게 필요하겠다. 하고 만들게 된 게 스튜디오 바그다드였어요. 아직 멤버구성도 완성되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들을 할지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지만. 일단 여성사진가들 사이의 접점을 만들려는 시도부터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여성은 인형 아닌 현실 속 존재"

▲사진이라는 매체에선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예술’이라는 수식어가 치트키처럼 통용되는 것 같아요. 비공개 촬영회 같은 문제만 해도 그렇고. 촬영현장에서 작가와 모델이라는 갑을관계를 통해서 벌어지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그렇게 오랜 세월 관행처럼 묵인될 수 있었던 상황을, 결국 시장의 수요라는 부분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가 없잖아요.

: 그렇죠.

이미지는 일본사진작가 아라키 노부요시(Araki Nobuyohi)의 작품. 그의 사진들은 고도의 미학적 가치를 지닌 예술로 추앙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여성을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행위에 무기력하게 동원되는 수동적인 존재로만 그린다는 비판을 받는다. 실제로 2002년 일민미술관에서 열렸던 그의 첫 내한 전시는 바로 그와 같은 이유로 여성단체와 관련 학계에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식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결국 여성을 담는 어떤 프로토타입(Prototype), 그 틀을 깨려는 예술적인 시도가 굉장히 중요하고, 또 그게 시장까지 연결되어야 하는데. 막상 여성주의적인, 탈남성중심적인 사진이 무엇일까 떠올려보면 막연한 것도 사실이거든요. 구체적인 미학적 차원에 있어서 여성주의적인 사진이란 다른 것들과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요?

: 얼마전에 가수 핫펠트(원더걸스 예은) 씨가 ‘파랑새 프로젝트’라고, 공동창작 프로젝트를 런칭하면서 자기 경험을 얘기하시는 걸 봤어요. 자신이 소녀였을 때 사람들은 "너는 어떠 어떠한 것이 되어야해" 혹은 "너는 꽃이어야해"라고 끊임없이 요구했고, 자기가 거기에 맞춰서 재단되어야 하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나는 그런 꽃이 아니라 새였다. 라는 식의 이야기였죠.

저는 사진뿐만 아니라 한국 미디어 대부분의 형태가 핫펠트 씨가 말한 것과 비슷하다고 느껴요. 특히나 그간 제가 봐왔던 모든 사진은 여성의 특성들을 강하게 재단하고 있었거든요. 여성에게 너는 "~여야 해" 라고 하는.

자기들이 보고싶어 하는 특정한 가치들을 계속 모델 개개인에게, 여성에게, 또 그 사진을 보는 대중에게 부여하죠. 그걸 계속 접하는 과정에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거기에 맞춰가야 할 것 같은 강박이 만들어지는 것 아닐까.

▲맞아요. 굉장히 오랜 시간에 걸쳐서 학습되기 때문에 그만큼 내가 받는 영향에 대해서 자각하기가 어렵죠.

: 네. 저 역시도 그런 어떤, 소아성애적인 포인트를 건드리는 이미지를 부추기고 소비하는 미디어를 보고 동경하며 자랐어요. 때문에 여성이라면 그렇게 유아적인 모습을 지니면서도 섹시하고, 순수하지만 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또 스스로가 그렇게 되어야 한다고 느끼며 살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러한 생각들을 과연 개인 한 사람의 가치관 혹은 취향의 문제로 볼 수 있을까요? 사실 사진이나 영상 같은 미디어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봐야하거든요.

곽예인(유토피아), Me like Me, © 곽예인

그래서 저는 미디어가 선호하는 특정 이미지를 투영하지 않고도 여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사진. 혹은 여성들에게 "아, 여성이 굳이 야하고 순수하기만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사진이라면 "여성주의적인 사진"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해요.

아무래도 가장 큰 차이는 그거겠죠. '이미지 안에서 재단되어 버린 여성이냐 그렇지 않은 여성이냐'

▲이현씨랑 지혜씨 생각은 어떠세요?

: 여성주의 사진이라는 게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여성들 스스로가 ‘나는 이게 여성적인 거야’라고 생각하고 찍으면 그게 여성주의 사진인 것 같아요. 다른 그 무엇보다도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그게 여성주의적인 것 아닐까.

늘 소비되어 오던 사진 속의 여성들은 죄다 인형 같고, 현실에 없는 판타지 속 동물같은 존재잖아요. 마치 유니콘 같은. 그런 게 아니라 살아 숨쉬는, 현실 속의 진짜 여자들을 담는 사진이 여성주의 사진인 것 같아요. 모습은 다양할 수 있겠죠.

박이현(유토피아), Little Red Riding Hood, © 박이현

: 저는 제가 처음에 여성주의 사진을 찍겠다고 결심했던 가장 큰 이유가 제 친구들을 찍고 싶어서 였어요.

▲실제 친구들이요?

: 네. 저는 대부분 작업 모델들이 실제 친구들,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어본 경험이 없는 일반인 친구들인데. 그렇기 때문에 촬영을 할 때에도 대부분 연출을 하지 않아요. 현실 속 여자들의 삶도 그렇잖아요. 연출된 것이 없죠. 최근에는 연출 부분에서도 조금씩 이런 저런 실험들을 하곤 하지만 초기에는 일체의 연출을 지양하는 사진작업들을 주로 했었어요.

결국 이현이랑 비슷한 맥락인데. 당시에 제가 느끼기에는, 내가 여성주의 사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작업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해야될 것이 "이런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알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있는 그대로의 여성.

김지혜(유토피아), Underwater Memories, © 김지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있는 그대로의 여성. 이 표현이 되게 와닿네요.

: 네. 왜냐하면 그런 보통의 사람들은 항상 지워지니까요. 예를 들어 많은 사람들이, 표준체형이 아니거나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아름다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진모델 같은 걸 할 수 없다고(하면 안된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 사회적인 틀을 깨는 것. 그런 프레임을 깨는 거 자체가 여성주의 사진의 기초가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리고 항상 작업할 때 생각하는 건데, 이미지의 주체가 여성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곽예인(유토피아), <여자들>, © 곽예인

▲이미지의 주체가 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일까요?

: 촬영현장에서 대부분 여성모델을 쓰잖아요. 작가는 남성, 모델은 여성인 경우가 상당수인데. 과연 그 사람들(모델)이 이미지를 구축하는 과정과 결과에 있어서 얼만큼 발언권을 가지느냐 생각해보면 회의적인 거에요.

▲아무래도 그렇죠.

일단 출력되어서 나오는 이미지 자체가 시장이 선호하는 수동적인 모습인 경우가 많고. 그런 컨셉이 아닌 경우라고 해도 문제는 남아요. 피사체가 되는 사람들이 주체가 될 수 있어야 여성주의 사진이라고 할 수 있을 건데. 결과물뿐만 아니라 촬영과정에서부터 그렇지 못한 사진들이 너무 많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미지를 구축할 때 과정에서나 결과물에서나 여성이 주체가 될 수 있어야 그게 여성주의 사진이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야만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동지애”

▲아무리 좋은 구호를 가지고 있어도 전부 다른 개성과 다른 작업 스타일을 가진 예술가들을, 이렇게 긴 시간 하나의 바운더리로 묶는다는 게 쉽진 않았을 거 같아요. 지금껏 팀을 이끌어 오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드셨어요?

: 일단... 저희가 지금은 프로사진작가로 활동하는 친구들도 여럿 있지만 시작하던 당시에는 정말 거의 전부가 아마추어 사진작가였어요. 그래서 처음 팀 빌딩을 하는 과정에서도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죠.

1년 전이긴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사진계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페미니즘이라는 사회운동에 대한 인식 자체가 낮던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사람을 모집할 때도 좀 더 신경을 써야했던 부분이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서, 지원자분들한테 스프레드 시트로 공통질문 몇 가지를 만들어서 돌렸어요.

본인이 생각하는 여성주의란 무엇이고, 그것을 작업적인 형태로 어떻게 가지고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네요.

: 네, 어쨌든 저희는 페미니즘이라는 어떤 사상적인 부분을 자기 식대로 소화해서 시각적으로 표현해내는 작업을 해야 하는 팀이니까요. 그런 질문들을 토대로 나름대로 여성주의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오신 분들, 공부하신 분들을 위주로 처음 열두명을 꾸렸어요.

그런데 그 안에서도 아직 페미니즘에 대해서 잘 모르시는 분들이 계셨어요. 스스로 자기가 팀과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느끼시거나 작업적인 면에 있어서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해 나간 경우도 있었고. 그런 식의, 뭔가 굉장히 정리되지 못한 결들이 많이 있었죠.

▲소통과 관련해서도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 같아요.

: 인원이 많다 보니 아무래도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게 쉽지 않잖아요. 팀이라는 게 원래 그렇기도 하지만 더군다나 저희는 페미니즘을 기치로 내건 곳이다 보니까 더더욱, 누구 한 명이 리더라는 이름으로 전권을 쥐고 모든 일을 통솔하고 그럴 수는 없죠. 팀원 한 명 한 명이 동등한 의미로서의 ‘동지’니까요.

어떤 이슈에서건 모든 멤버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각자 의견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무언가를 추진하는 게 계속 늦춰지고 하는, 그런 시행착오들이 있었어요.

이제는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물론 여전히 완벽하게 맞지 않는 부분들이 존재하지만, 어느 정도는 안정기에 접어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그룹전시를 준비하면서 특히 팀을 이끄는 방향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됐죠.

▲그렇게 좌충우돌하는 와중에 또, ’유토피아’가 외부적으로도 여러 가지 사건 사고들을 굉장히 많이 겪었잖아요. 남초커뮤니티 때문에 페이스북 페이지가 삭제되지를 않나(웃음). 그런 혼란 속에서도 팀이 엎어지지 않고 그룹전시까지 꿋꿋이 오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 큰 사건이 몇 개 있었죠. 하나는 아주 초창기에. 저희와 방향을 달리하는 페미니스트 분들이 저희 사진들에 대해서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해주셨어요. 두 번째는 몇 십만 팔로워가 있는 혐오 페이지에서 이현이가 찍은 사진(Girls can do anything)을 퍼가서 문제가 됐었죠. 하필이면 그 날이 이현이 생일날이었는데.

박이현(유토피아), Girls can do anything, © 박이현

▲세상에. 생일날 테러를?(웃음)

곽: 그러니까요. 이현이가 알바 끝나고 핸드폰을 봤는데, 문자랑 전화가 너무 많이 와 있으니까. “오~뭐지 생일축하 전환가?”했는데, 0(일동 웃음) 전부 다 "이현아 너 큰 일 났어. 어떡해"

▲본의 아니게 잊을 수 없는 생일날이 되어버렸네요.

: 특히나 그 사건은 타격이 좀 컸기 때문에. 솔직히 흔들리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고. 유토피아 내부적으로도 굉장히 많이, 멤버들 모두 화가 나 있었죠. 절망감도 컸고. 어쨌든 모든 사회운동이 쉽지 않고. 그 중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운동은 더더욱 쉽지 않은 싸움이잖아요.

저희 스스로도 알고 있었고 팀 차원으로서만이 아니라 각자의 일상이 계속 그 싸움의 연장선이기 때문에 조금씩 기운이 깎이는 지점들이 있었는데. 그 상황에서 그런 거대 혐오페이지의 공격을 받으니까 다들 멘탈도 자연스럽게(웃음) 하늘나라로 가버리고. 서로 예민해져서 사진 댓글이나 이런 거에 더 날이 서게 되고.

또 시기적으로도 당시 저는 저대로 몸이 아파서 힘들고, 다른 멤버들도 각자 개인전시 준비나 학업, 생업에 치이던 학기 초 시즌이었어요. 해서 대처하는 과정에서 멤버들끼리 마음이 상하는 지점들이 생겼죠.

▲팀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겪은 일이라 다들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 네. 일단 페이지가 복구되고 그 일이 일단락 된 이후에도 팀원들끼리 지속적으로 대화를 많이 했어요. 서로 이런 점들에 절망감을 느꼈다, 하는 부분들을 대화로 다같이 고민을 많이 했고. 솔직히 절망적이잖아요, 페이지가 없어졌다는 거는.

당시에 저희 페이지 팔로워수가 1500명이었는데. 그1500명이라는 숫자를, 그것도 대부분 다 페미니스트일텐데. 그런 숫자를 사진이라는 매개체 하나로 모으는 게 절대 쉽지가 않거든요. 그래서 아, 페이지가 없어져서 우리가 처음부터 이걸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게 너무 컸고.

역시 사랑과 혐오 중에서는 혐오가 이기는구나(웃음). 그런 사상적으로 오는 타격도 매우 컸는데. 그냥 그럼에도 계속 그런 이야기들을 했었어요. ‘여러분 페이지가 터졌어요.’(웃음) ‘근데 이거, 우리 예상했던 일이잖아요. 한 번쯤 털리고 터질 거.’ 그냥 우선은 맛있는 거 먹고. 좀 잠도 자면서. 페이지 다시 복구시키거나 아니면 다른 방법을 또 찾아보자. 너무 우울해 하지 말자고.

▲듣다 보니 사실 너무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이라 얘기를 안할 수가 없는데.(웃음) ‘유토피아’ 페이스북 페이지를 날려버릴 만큼 파급력이 강력했던 그 사진에 대해서 당사자인 이현씨 얘기를 좀 듣고 싶네요.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제목의 작품이었죠?

: 일단 그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일전에 에이핑크 손나은씨가 그 문구가 새겨진 폰케이스를 인스타에 올렸다가 난리가 났었잖아요. 기사 엄청나고. 저는 그냥 그게 너무 웃기고 충격적인 거에요. 아무것도 아닌 그게 논란이 된다는 게. 그래서 그냥 거기 반발하는 의미로 그런 사진을 찍었고. 음, 아직도 그 날이 너무 생생한데. 아예 일베 메인 페이지에 그 사진이 올라갔었어요.

박이현(유토피아), Girls can do anything, © 박이현

▲네? 일베요?

: 네. 자기들끼리 사진을 대문에 걸어 놓고 욕을 하는데. 저는 정말 그 사람들이 거기에 화내는 원천적인 이유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아, 도대체 뭐지? 그냥 자기들이 선호하는 뭔가 고분고분하고 예쁜 외모가 아닌 여자가, 사진에 등장해서 여자는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게 그렇게 화가 나는가?(웃음) 정말 이해하기가 힘들었고. 그리고나서 저희 페이지가 터졌을 때. 진짜 그만하고 싶었어요 솔직히 저는. (일동 웃음)

곽, 김: 와, 정말? 우리도 처음 듣는 얘기에요, 이건.

: (웃음) 왜냐하면. 아. 아직 세상은 너무 너무 불공평하구나. 내 생각보다 너무 불공평해서. 도대체 내가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야하지. 하는 너무 충격적인 절망감을 크게 느꼈어요.

그리고 사실 그 사진이 모델분들의 얼굴이 대놓고 드러나는 사진이었잖아요. 그 모델분들한테 너무 미안한 거에요. 그래서 저는 나중에 페이지가 복구된다 하더라도 그 사진을 완전히 내릴 생각까지 했었어요.

효원(유토피아), Pindle, © 효원

▲다른 곳도 아니고 일베라면 충분히 고민하실 만 했네요(웃음)

: 정말 웃긴 게, 그 사진에 달린 댓글 대부분이 ‘뚱뚱하다.’ ‘못생겼다.’ ‘남자들한테 인기 없겠다.’ 그런 말들이었거든요? 근데 고작 그 정도 수준의 말을 욕으로 쓴 게 너무 웃긴 거에요. 그게 어떤 치명적인 타격감을 줄 거라고 자기들끼리 생각하는 수준이.(일동 웃음) 근데 또 그 모델친구들도, 자기들은 그런 얘기에 아무렇지 않다고 말해줘서. 그게 너무 미안하고도 고마웠고.

페이지가 터지고 나서 너무 힘들고 화가 나서, 제 페북 개인계정에 그 사건 가지고 글을 썼는데. 너무 많은 분들이, 몇 천명이 도와주시고 같이 화내주셔서. 약간 박살냈던 인류애가 돌아왔어요.(웃음)

무엇보다 이후에 페이지가 복구 됐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절망적이었지만 내 생각과 달리 그런 폭력에 맞서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구나. 하는 걸 확인했던. 개인적으로 성장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 저는 그 때 아, 이현이 진짜 멘탈 강하다. 이렇게만 생각했었는데.(웃음)

: 나 그때 진짜 힘들었어. 아 그리고 그 때 또, 여기에서 그만두면 지는 거 같아서. 지기 싫어서 더 했던 거 같아요.

: 근데 재밌는 게 그 때 그 사건으로 인해서 유토피아 ‘좋아요’가 천백명이 늘었어요. 우리가 되게 작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건을 통해서 ‘와, 좋아요가 천백명이나 늘었어!’ 하면서. 어떻게 보면 전환점이 된 사건이죠. 그리고 프란(Pran)에서 인터뷰 의뢰 들어온 것도 그 사건 직후였어요.

수많은 팬을 양성한 ‘프란’과의 영상인터뷰. 아랫줄 왼쪽이 홍산, 오른쪽이 김쌀국수 작가. ©한국일보

▲아, 김쌀국수님하고 홍산님 같이 나와서 하셨던 그 영상 인터뷰!

: 네. 아니, 페이지가 ‘썰리는 게’(일동 웃음) 너무 말도 안되잖아요. 너무 말이 안되니까 많은 사람들이 화도 내주시고. 그게 이슈화가 돼서 인터뷰 의뢰까지 들어온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함께 만드는 시너지가 타인에 긍정적인 영향 줄 때 팀으로서 존재가치 느껴”

▲어차피 요즘은 작가들 대부분이 SNS를 기반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작업내용만 좋다면, 단순히 ‘유명해지는’ 차원에 있어서는 혼자인 것이 딱히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운동의 측면에서 예술가가 개인으로 활동하는 것에 비해 팀으로 활동하는 것이 주는 이점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 특별히 다른 점은 없을 것 같아요. 독립적으로 움직이건, 그룹으로 움직이건 어쨌든 모두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다만 그렇게 지금 활동하고 계시는 다른 분들에 비해서 저희가 그런 생각, 여성주의 사진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을 한 시점이 조금 빨랐고. 그게 대중적인 플로우를 잘 탔다는 점 정도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유토피아가 생겨나기 전부터 그런 작업을 하신 분들도 계실 거고, 저희 이후에 작업을 시작하신 분들도 계실 건데. 그런 시점을 떠나서 저희 팀만을 이야기할 때 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점은. 어쨌든 개인보다는 ‘팀’이 무언가를 알리기가 더 쉽잖아요. 여러 가지 면에 있어서.

김지혜(유토피아), My body, My choice, ©김지혜

▲그건 그렇죠. 확실히.

: 그래서 저희 사진을 보고 여성주의 사진을 찍으시는, 개인작업을 하는 여성 포토그래퍼분들도 많이 늘어났다고 생각해요.

페이스북이나 그런 SNS상에서의 움직임만 보더라도, 저희가 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그런 작업 하시는 분들이 표면으로 많이 드러나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저희 팀이 나오고, 또 어느 정도 잘 되고 나서부터, 저희 영상 인터뷰를 보거나 이럴 때 어, 나도 저런 여성주의 사진작가가 되고 싶다. 하는 분들도 계시고. 실제로 그런 작업들을 시도하는 분들도 계시고.

얼마전에는 어떤 남성 포토그래퍼분한테서 메시지가 왔었어요. 페미니즘이 당연한 거고, 또 그런 움직임들이 이렇게까지 억압을 받는 게 이해가 안가서 자기가 이러 이러한 작업으로 목소리를 더하려고 하는데. 혹시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작업에 대한 물음을 주신 거에요.

▲아, 남성 작가분이?

: 네. 근데 그걸 보면서 제가 느꼈던 건. 만약에 우리가 ‘유토피아’를 하지 않았으면 이런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거라는 거였어요. 그렇게 대단하진 않지만 저희 팀이 누군가에게 주는 영향력이 분명히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게 저는 자랑스러워요.

개인으로서 작업하시는 분들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어떤, 같이 시너지를 내는 것. 또 그게 지속적으로 새로운 개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런 부분이 이점이 아닐까.

김쌀국수(하영), <화장 당하는 사람들>, ©김쌀국수

▲예인님은 팀을 만든 대장 입장에서 이렇게 말씀해주신 것 같고(웃음). 팀원으로서의 생각은 또 어떨지 궁금해지네요. 이현씨랑 지혜씨, 유토피아 생기기 훨씬 전부터 카메라를 드셨잖아요. 팀에 합류하게 되면서 어떤 점들이 달라지고 좋으셨어요?

: 아무래도 서로 의견을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일단 저는 원래 유토피아 전에는 제 생각을 담는 사진을 잘 안찍었었거든요. 근데 유토피아를 하니까 그런 걸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같은 생각,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들이니까. 작업을 할 때 서로서로 대화를 하면서 작업이 구체화되기도 하거든요.

제 작업 중에 ‘다이어트’라는 작업이 되게 유명한데. 그게 처음엔 예인이랑 얘기를 하다가 이런 건 어때? 하고 그냥 제 생각을 던진 거였어요. 던졌는데, 그게 대화를 통해서 구체화되고 결과물로 나온 케이스거든요.

Figure 20 박이현(유토피아), <다이어트>, © 박이현

▲굉장히 유명한 작품이죠. 그런 비하인드가 있었군요.(웃음)

: 아마 저는 저 홀로 있었으면, 페미니스트이긴 했어도 페미니스트 사진가가 되기는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어떤, 그냥 제 개인으로서 보다는, 팀이 있으니까 좀 더 그런 걸. 의견 같은 것을 주고받는데 좋은 것 같아요.

: 저는 개인이었을 때에도 그런 식의 작업을 계속 하고는 있었지만. 팀에 소속된다는 게 저 자신한테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유토피아에 들어간 다음부터는 좀 더 어떤, 용기랄까. 나는 이런 작업을 해야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해주니까요.

솔직히 말해서 그런 작업을 하면 욕을 굉장히 많이 먹거든요.(일동 웃음) 혼자서 하는 게 아니고 단체 소속돼서 하니까. 욕먹어도 돌아갈 데가 있다는 안정감이 들더라고요. 이런 사진작업 한다고 남자 사진가들한테 쌍욕도 먹고 업계 내에서는 어딜 가든 항상 치이는데. 내가 혼자 하는 게 아니고 다같이 하는 거니까. 욕먹어도 별로 안두렵더라고요. 확실히 그런 안정감이 있어요.

그거랑, 작업을 할 때, 이현이 말대로 어떤 교류와 공유를 할 수 있다는 게. 관련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굉장히 즐겁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작업할 수 있는 기반도 좀 더 얻게 되고. 그런 점에서 무척 좋은 것 같아요. 팀으로서는 그런 장점이 굉장히 큰 것 같아요.

: 추가적으로, 팀이다보니까 사람들이 악플을 잘 못달아요.(웃음) 지금도 물론 뭐 잘 달긴 하는데, 확실히 상대적으로 개인한테 가는 악플보다는 잘 못달더라고요. 무언가 갖춰져 있는 단체로 움직이다 보니까. 그런 장점이 또 있어요.

"사진은 나와 타인에 대한 이해로 이루어지는 하나의 서사”

▲지혜님과 이현님은 두분 모두 페미니스트이자 퀴어이면서, 동물권에도 굉장히 관심이 많으시죠. 특히 이현씨는 직접 요리도 하실만큼 채식에 관심이 많은 페스코 베지테리언(*고기를 먹지 않지만 계란과 우유, 해산물은 섭취하는 채식주의자.)이시고.

결국 사진은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을 고정시켜서 기록하는 예술이잖아요. 치열하게 고민하며 사는 사람일수록 남들은 쉽게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보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두 분의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렇게 남다르게 포착한 지점들이 보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퀴어’, ‘페미니스트’ 혹은 ‘베지테리언’이라는 소수자로서의 나 자신에 대한 고민이 실제 작업을 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는지 궁금해요.

단계적 채식을 실천중인 이현씨는 채식 레시피를 연구하여 자신의 SNS에 직접 만든 요리사진을 올리고 있다.

: 저는 페미니즘을 접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제 정체성(바이 섹슈얼)을 깨달았고, 동물권에도 관심이 생겨서 채식을 시작하게 됐어요. 그런 식으로 페미니즘을 만나면서 나에 대한 고민을 되게 많이 하게 됐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제 사진은 되게 직설적이거든요. 부연설명을 안들어도 될 만큼 직관적이고. 누구나 하는 생각을 고스란히 담은 이미지들이 많아요.

▲잘 알죠, 카타르시스를 일으키는(웃음). 막 브래지어를 불에 태워버리고(웃음).


Figure 22 박이현(유토피아), <자유>, © 박이현

: 네(웃음). 그래서 <자유>나 <코르셋> 같은 제 사진들이 인기가 많은 이유는 제가 특별히 잘 찍어서 라기보다, 그런 이미지들이 사람들의 공감포인트를 잘 집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하는 생각들이고,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하지만 어쨌든 그걸 시각적으로 표현해낸 건 제가 처음이잖아요. 사진으로 가려운 곳을 긁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지혜씨는 어떠세요?

: 저는 페미니즘을 접하기 이전부터. 스스로의 정체성을 남들보다 좀 빨리 안 케이스에요. 저는 제가 퀴어인 것도 중1때 처음 알았고. 사람을 구성하는 정체성이라는 게 굉장히 다양하지만 어쨌거나 저는 비교적 좀 빨리, 어릴 때부터 세부적인 고민들을 굉장히 많이 하며 자랐어요. 나는 어떤 사람이고, 사회적 맥락안에서 어떻게 구성될까.

김지혜(유토피아), ‘애정의 온도’, ©김지혜

또 그런 생각들을 그냥 흘려 보내는 게 아니라, 스스로 저 자신에 대한 키워드를 만들어서 나열해보는 습관이 있어요. 나를 이루고 있는 이런 요소들을 가지고 내가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거기서부터 다시 고민을 시작하고, 조사하고, 공부를 하고. 그걸 토대로 남들과 대화하면서 어떤 ‘서사’를 완성해 나가요.

조금씩 그런 방식으로 작업 주제가 구체화되면서 이미지까지 가는 거거든요. 작업하는 방식이. 저는 사진도 하나의 이야기와 같다고 생각해요. 어떤 서사를 완성하는 데 있어서 나를 구성하는 키워드들이 어떤 포인트가 될 수 있을지, 그런 고민들을 많이 하고. 그게 사진 속에 잘 녹아 나온 경우엔 좋은 결과물이 되는 것 같고요.

▲사진이라는 매체를 그런 식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또 새롭네요. 이야기로서의 이미지.

: 저 말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생각을 굉장히 많이 해요. 그렇게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는 습관도 사진에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은데. 예를 들어서 저는 비건(Vegan)은 아니지만 보리(반려 토끼)를 키우면서 동물권에 눈을 뜨게 됐거든요. ‘이런’ 관점으로 사람들이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한 번쯤 돌이켜보게 돼요.

가령 제가, 페이스북에 ‘나 오늘 고기 먹었다’고 사진을 올리면. 그게 나한테는 밥이지만, 그 사진을 보면서 동물 시체라고 생각하는, 불쾌해 하는 사람들도 있겠구나. 이런 식으로 생각을 좀 더 넓게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지혜씨가 키우는 반려토끼 ‘보리’. ©김지혜

▲아, 그러게요. 내가 인스타에 맛있다고 올린 곱창 사진을 보면서 끔찍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분명 한 두 사람은 있을 수 있는데. 평소에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않죠.

: 그런 식으로. 내 정체성을 잘 알게 되니까, 나로 인해서 피해를 입거나 상처받을 수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좀 더 빨리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점들을 작업에 반영하면서 스스로도 많이 성장하고요.

▲왜 하필 ‘카메라’였을까. 사진 말고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은 많은데. 그림이나 음악, 춤 같은 게 아니라 ‘찍는 것’이어야 했던 이유. 세분이 각자 카메라를 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들이 궁금해지네요.

: 근데 사실 저는 저 자신을 사진으로만 표현하지는 않아요. 음악을 계속 했었고, 지금도 하고 있고. 글도 썼었고, 사실은 글을 제일 좋아했었어요.사진도 음악이랑 글처럼 그렇게 오랜 취미로 접해온 장르 중 하나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딱히 특별하게 사진만이 나를 가장 잘 표현하는, 대표하는 매체라고 생각하진 않는데.

어쨌거나 지금 사람들은 저를 ‘포토그래퍼’라고 생각해주시니까.(웃음)

저는 제가 표현하고 싶은 부분을 분야에 따라서 많이 나누는 편이에요. 음악은 사랑과 관련된 감정을 많이 담는 편이고. 글은 저의 우울을 많이 담는 편이고. 그리고 사진은 좀 더 직관적인 매체이기에 저의 생각적인 면들을 더 많이 담거든요. 어떤 사상적인 면들을.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시네요.(웃음)

: 저는 원래 주로 여행사진을 많이 찍었어요. 그런데 여행이라는 거 자체가 글이나 음악으로서는 다 와 닿지 않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감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는 아직 가보지 못한 어떤 세계에 대한 나름의 ‘증명’이 필요한데. 어떤 장면마다 내가 느꼈던, 이미지를 통해서 느꼈던 감정 같은 것들은 글이나 음악으로 다 전달할 수가 없으니까.

처음에 사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그런 갈증을 해결하고 싶어서였어요. 제가 본 사소한 것들, 작게 스미는 빛이나 뭐 그런 것에서 오는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곽예인(유토피아), ‘여행’시리즈 – Melbourne, 2017, ©곽예인

그런데 페미니즘 사진을 하면서부터는, 메시지를 던지는 데 있어서 글이나 다른 어떤 매체보다 훨씬 적합한 매체가 사진이라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에 ‘나의 소녀시절’이라는 사진을 찍었는데. 우리가 바랐던 것만큼 순수하고 귀엽고, 해맑기만 하지는 않았던 소녀시절의 기억을 다룬 작품이었거든요.

같은 내용을 짧은 글로도 담았는데. 둘을 비교하니까 정말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글은 차근차근 하나씩 설명해야 할 걸 사진은 단 한장으로 말하잖아요. 이 사람이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건지.

곽예인(유토피아), <나의 소녀시대>, ©곽예인

▲맞아요. 가장 선언적인 매체이기도 하죠, 그래서.

: 네. 그런 이유들로 저는 ‘페미니즘을 하기 위한’ 가장 최선의 매체로서 사진을 선택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장 직설적이고, 예술적이면서 동시에 대중적일 수 있으니까. 그 외의 영역에 있어서는 글이나 음악 같은 다른 장르들도 저는 여전히 병행하고 있어요. 요즘엔 그림도 배우고 있어요(웃음).

곽예인(유토피아), ‘나의 소녀시절’, ©곽예인

▲이현씨랑 지혜씨는요?

: 저는 제가 본격적으로 페미니스트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가, ‘강남역 살인사건’이 터졌을 때였는데. 굉장히 화가 많이 나 있었어요, 스스로. 그래서 뭐라도 하고 싶은 거에요. 목소리를 보태는 데 있어서. 근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해보니까 이미 오래전부터 나에게 익숙하고, 습관처럼 찍어온 사진이 있었던 거죠.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위해서 사진을 찍는 게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겠다. 그러면서 오늘날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그런 식의 사진들을 찍기 시작하게 된 거고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 또 할 수 있는 것의 범위 안에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아요.

: 저는 원래 글을 썼었는데요. 문창과 입시도 오래 준비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걸 접게 된 거에요. 어릴 때부터 이야기 만드는 거에 굉장히 집착했어요. 굉장히 좋아하고. 근데 그렇게 입시를 접고, 우울증도 얻게 되면서 지금은 취미로라도 아예 글을 쓰지 못하게 된 게, 3~4년 정도 됐거든요.

그러면 내가 ‘이야기’를, 글의 형태 대신 서사를 구성할 수 있는 매체가 뭐가 있을까. 고민 했는데 그 무렵이 마침 또 제가 처음 DSLR카메라를 사서 사진을 막 찍기 시작하던 때였어요. 그런 고민을 안고 카메라를 들게 되니까 이미지 안에 서사를 구성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때 또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었고요.

▲굉장히 인상적인 이야기네요. 쓸 수 없게 된 글 대신 내 이야기를 하게 해줄 수단을 찾다 보니 마침 손에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는 게.

: 남들은 글이나 영상으로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데. 이미 한 번 글을 잃은 나는 과연 어떤 식으로 이미지 안에서 내 인생과 생각들을 담아낼 수 있을까. 그걸 계속 고민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페미니즘 사진을 찍게 되었어요. 저는 지금의 제가 사진작가가 되고 싶어하지만, 언젠가 또 다른 것을 시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어쨌거나 저한테 중요한 건 매체 그 자체보다도,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그걸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김분홍(유토피아), On my Own, ©김분홍

▲세 분 한테 있어서 ‘찍는다’라는 말은, 어떤 의미를 갖나요?

: 제가 되게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아는 분이 해주신 얘긴데. 사진을 찍는다는 건, "직사각형 프레임 안에 찍는 사람이 좋아하는 모든 걸 담는 것이다"라는 거에요. 저는 그래서 처음에 사진 시작할 때도 그냥, 딱히 철학적인 건 없었어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것, 애정하는 것들을 담았거든요. 기억하고 싶은 것이나.

갑자기 감성적인 얘기로 흐르는 것 같아 민망하지만(웃음), 저는 저 스스로가 주변 사람들한테 "나는 과거의 좋은 기억을 먹고 산다"고 얘기해요. 우울증이 어릴 때부터 상당히 심하다 보니까. 그럼에도 살고 싶어서 선택한 삶의 방식이 과거의 좋은 기억을 양분 삼아 사는 거죠.

그런 면에서 사진은 나의 좋은 기억, 아름다웠던 장면들을 효과적으로 가둬 두는 공간이 아닐까. 저한테 찍는다는 건 원초적으로 그런 의미인 것 같아요.

: 저는 예인이처럼 말도 글도 잘 못해요. (저 스스로 느끼기에) 다른 능력치가 떨어지는데. 그나마 제가 잘 할 수 있는게 사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내 이야기를, 그래도 제대로 걱정없이 할 수 있는 공간이 사진 안에 있다고 생각을 해요. 내 이야기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방식이죠. 그래서 사진을 찍는 것 같아요.

: 저는 이건 모든 인터뷰에서 항상 얘기하는 건데. (사진은) 기록이랑 이야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는 사진을 일기 쓰듯이 찍는 타입이에요. 남들이 글이나 브이로그를 남긴다면, 저는 사진을 통해 하루 혹은 일주일, 한 달. 인생의 페이지들을 기록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해서 그게 모이면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한테 ‘찍는다’는 것은 기록하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위가 아닐까 해요.

▲7월 28일부터 8월 7일까지 ‘유토피아’의 이름을 건 첫 단체전시가 열렸죠. 팀을 결성하고 1년 만에 치르는 데뷔전시에 다들 감회가 남달랐을텐데, 어떠셨어요?

: 저는 와 드디어 해냈다. 이런 마음도 있고.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그걸 양분 삼아서 여기까지 왔구나. 페미니즘을 하면서도 거기서 더 작은 카테고리인 페미니즘 사진을 하면서, 이렇게 개인의 힘으로는 절대 일어날 수 없었던 것들을 함께 이뤄온 것이... 전시까지 왔다는 것이 뿌듯하고. 저희 스스로 기특하기도 하고요.

또 한편으로는 1년동안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으니까. 전시를 기점으로 쉼표를 찍는다는 느낌으로 재정비를 하고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반성적인 측면의 생각도 있어요. 그런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어요.

: 저는 전시를 한 번도 안해봤거든요.

▲아, 정말요? 이건 또 반전이네요. 이현씨 사진이 어떻게 보면 유토피아에서 가장 유명한데.

: (웃음) 아무튼 제 삶에서 ‘전시’라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사진을 찍는 제 개인 차원에서도 ‘첫 전시’라는 게 굉장히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고. 일단 그냥 그 전시 자체가 우리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으로 느껴졌어요.

우리 되게 멋있지 않니 얘들아?(일동 웃음) 되게 멋지다 우리. 뿌듯한 기분. 우리 잘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들. 다같이 뭔가를 해냈구나. 어쨌거나 전시를 목표로 만든 그룹이었으니까요. 해냈다는 느낌이죠. 많은 우여곡절이 있기도 했고.

: 여기까지 달려오는 데에도 힘이 들었지만, 그냥 이 전시 하나를 준비하는 거 자체만으로도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모든 일들만큼이나 힘들었거든요. 작업적으로 개인적인 고민도 많아지고, 의견충돌도 많았고요. 좀더 이 전시를 바탕으로 해서 저희 내부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100인의 페미니스트> - 싱어송라이터 오지은, © 김지혜

▲1년 동안 ‘유토피아’안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하면서 세 분 모두 하고 싶은 것들이 많이 생겼을 것 같아요. 전시를 기점으로 또 많은 것들이 달라질 텐데. 앞으로는 포토그래퍼로서 각자 어떤 사진을 하고 싶으세요?

: 저는 우선 유토피아 내에서 사랑받았던 작품인 <여자들>을 연작 형태로 발전시키는 걸 구상하고 있어요. 제가 여행을 굉장히 자주 다니니까.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재단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여성들을 사진에 담아서 <여자들>을 시리즈처럼 낼 생각이에요.

저희 작품을 보시면 어떤 작가이건 간에 대부분의 이미지들이 유사한 맥락 안에 놓여 있어요. 저의 좌우명이기도 하지만 ‘너 하고 싶은대로 해’라는 어떤 구호 같은 것들인데. 저는 그런 메시지를 좀 더 살릴 수 있는 내용의 개인작업을 새로 할 것 같고. 지금 이현이랑 둘이서 같이 준비하는 작업도 있고요. 앞으로 계속 그런 식의 연장선에 있지 않을까 싶어요. 공부도 계속 하고요.

: 원래 저한테 사진은 취미에 더 가까웠는데. 유토피아 하면서 사진에 좀더 진지한 마음이 생겨서. 더 깊이 공부를 하고 다양한 사진을 찍기 위한 고민을 많이 하려고요. 저는 주로 코르셋에 대한 작업을 많이 해왔는데, 아직 못한 얘기들도 많거든요. 앞으로는 그런 남은 이야기들을 더 풀어나가고 싶어요.

: 앞에서도 말했던 부분이지만 저는 원래 디렉팅이 들어가지 않은, 어떤 연출없이 힘을 빼고 찍는 그런 작업을 계속 해왔거든요. 앞으로는 아마 사진 스타일을 조금 바꿔서 이런저런 디렉팅 요소가 들어간 이미지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그리고 여행 사진집을 계획 중인데. 아마 작게 텀블벅을 론칭하게 될 것 같습니다.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말이 떠오르네요. ‘우리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싶었던 전시를 정말로 열었습니다. 생존하는 데에는 성공한 거 잖아요. 이제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서 더 큰 사고를 치기 위해 ‘유토피아’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유토피아의 새로운 1년에 대한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 일단, 작품활동의 방향적인 면에 있어서는.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팀인만큼 그 가치들을 이미지로 구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멤버 각자가 좀 더 깊은 차원의 공부를 하게 될 것 같고요. 유토피아 내부적으로는 어쨌든 저희가 처음엔 1년을 목표로 했던 팀이다 보니까. 1년을 맞이해서 팀을 떠나는 분들도 계실 거 같고. 비워지는 인원 수만큼 리쿠르팅도 다시 하게 될 것 같아요.

가장 중요한 운영적인 면에 있어서는. 팀 차원에서 멤버들을 케어하는 부분 위주로 재정비를 할 예정이에요. 저희가 점점 여러 언론에 노출이 되고 또 혐오세력들도 저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서. 이런 부분에서 바로바로 법적대응이 가능하도록 팀 전담 변호사를 붙일 계획입니다. 지금 여러 가지 루트로 로펌 및 변호사분들과 컨택 중이고요.

전체적으로 아마 지금까지의 1년과 확실히 다른, 좀 더 다듬어지고 체계적인 형태로 가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전시 이후로 새로워질 유토피아의 모습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끝)

직썰 필진 20Time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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