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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로 잘 먹고 잘살 수 있을까?

  • 입력 2018.08.30 16:37
  • 기자명 서울청년정책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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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노동도 자영업도 아닌 이른바 ‘경계에 서 있는 노동’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청년유니온(2018)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청년 취업자 중 안정적인 고용 관계가 성립되어 있지 않고 노동법의 적용으로부터 배제된 비전형 노동자의 규모는 현재 58만 5천 명에 육박한다. 우리가 가장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비전형 노동자는 바로 프리랜서다.

프리랜서가 늘어나는 이유

장지연(2017)은 오늘날 디지털 기술의 발달을 주원인으로 지목한다. 과거 산업자본주의 시대에는 노동자들을 대공장에 모아놓고 위계적 질서 속에 생산 노동에 종사하게 했으나 오늘날에는 굳이 이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노동에 대한 지배를 관철할 다른 방법들이 무수히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일종의 고용자가 플랫폼에 자신이 필요한 노동을 제시하고 이에 프리랜서가 응답하는 방식의 노동력 교환은 이제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이와 같은 노동력의 교환은 전통적 의미의 계약 기간, 근무지, 통상 근로시간 등의 법적 구속을 받지 않는다.

장지연에 따르면 이는 '지배하되 책임지고 싶지는 않은' 자본의 새로운 모델이다.

소위 '프리랜서'라 불리며 비전형 노동에 종사하는 청년의 비중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통계청

그러나 고용 관계가 다양해지는 이유를 '이윤추구 극대화와 책임 회피'라는 요소만으로 규정하는 것은 무언가 불충분해 보인다. '지배하되 책임지고 싶지는 않은' 것이 자본의 속성이라면 ‘권한(안정)은 누리되 지배받고 싶지는 않은’ 것도 노동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는 소득 수준과 안정성이 보장되는 가운데 자신의 노동방식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면 ‘경계에 서 있는 노동’은 위험한 줄타기가 아니라 매력적인 삶의 방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0세기 서구 산업자본주의의 역사는 이윤추구라는 자본의 속성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노동의 저항이 충돌한 가운데에 ‘현대적 노동법’과 ‘고용기반 복지국가’라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한국도 포함되는 21세기 디지털 자본주의, 노동과 자본의 새로운 대결은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고 어떤 합의를 만들어낼 것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일하며 출퇴근에 구속되지 않는 삶은 근사해 보인다. ©frsphoto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노동과 자본의 갈등이 대공장에서의 격렬한 몸싸움이었다면 오늘날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의 노동과 자본의 갈등은 계약서를 둘러싼 은밀한 논리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에 대한 사용종속성과 그에 따른 자본의 책임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 작업 과정에 대한 노동의 자율성은 어디까지 존중될 수 있는가? 플랫폼에 사용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가? 독립계약자의 자율적인 작업 결과물에 대한 클라이언트의 수정 요청은 몇 차례까지 허용될 것인가? 등등...

물론, 노동자 개인과 기업의 대결 구도라면 결과는 불 보듯이 뻔하다. 계약의 성립과 해석을 둘러싼 논리 싸움에는 변호사 비용이 소요된다. 기업은 이 비용에 대한 지급 여력이 충분하다. 하지만 노동자 개인은 그렇지 않다.

때문에 자본이 활용하는 디지털 기술이라는 날개가 태양과 너무 가까워진 나머지 결국 사회시스템 전체가 추락해버리는 디스토피아를 바랄 것이 아니라면 ‘경계에 서 있는 노동’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대안의 실현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프리랜서의 현실은? 수정 지옥과 마감 압박

프리랜서를 포함한 비전형 노동자에게 사회보험이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대폭 개혁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현행 사회보험은 노동법으로부터 명시적으로 혹은 모호하게 배제된 비전형 노동자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근로자와 자영업이라는 이분법을 넘어 중간지대를 제도화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이러한 방안은 노동법의 사각지대를 넓히는 위험요소로 볼 수도 있으나 적정한 수준의 보호 요건 성립을 전제로 노동자 개인의 자유로운 작업방식을 존중하는 긍정적인 요소도 착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자본주의에서 발현되는 노동의 변화 양상을 첨단에서 맞닥뜨리고 있는 것은 오늘날의 청년 노동자들이다. 그리고 미래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노동자들은 기존의 고용시스템에 속하기보다는 미래 시스템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 관계 변화와 일의 미래에 대한 공론의 장이 다양한 형태로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경계에 서 있는 노동은 점점 더 커지고 있으며 선을 넘어 영역이 되어가고 있다.

직썰 필진 서울청년정책LAB

(김민수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실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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