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6일 조선>은 ‘기무사 간부, 기자들에 “도륙 학살이 현재 심정” 이메일’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기무사 산하 연구소 소장이 언론에 이메일을 보내 정부의 기무사 개혁에 불만을 토로했다는 내용입니다.

조선> 뉴스9 신동욱 앵커는 "기무사 산하 국방안보연구소 소장이 오늘 언론에 이메일을 보냈습니다."라고 말을 했고, 조선> SNS 계정도 신 앵커의 말을 옮겨 공유했습니다.

그러나 방송에서 조선> 안형영 기자는 ‘기무사 산하의 국방보안연구소장은 오늘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와 기자가 이메일을 보내 기무사 불만을 토로한 연구소를 다르게 말한 것입니다.

도대체 ‘국방안보연구소’가 맞을까요? 아니면 ‘국방보안연구소’가 맞을까요? 결론은 ‘국방보안연구소’가 맞습니다.

국방보안연구소 소장은 이메일에서 ‘점령군인 국방부가 기무사의 건강한 부위까지 칼질을 해서 조직을 식물인간으로 만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장이 주장하는 것처럼 국방보안연구소는 건강한 조직일까요?

국방보안연구소는 2014년에 창설됐습니다. 만들어진지 불과 4년도 되지 않은 조직입니다. 이 연구소가 박근혜 정권 시절 창설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창설 당시 국방부는 “최근 군내외의 보안위협이 진화하고 다양화되면서 국방보안환경의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특단의 보안대책의 하나로 국방보안연구소를 창설하게 됐다”라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당연히 국방에서 보안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특단의 보안대책을 한다면서 굳이 기무사령부 직할기관으로 법까지 개정하면서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요?

기무사 계엄문건에 작성에 관여했던 국방보안연구소

2017년 국방보안연구소는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와 ‘국방 사이버 안보역량 강화’를 위해 업무 협약을 맺습니다. 그리고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와 공동으로 ‘2018 국방 안보 및 보안 컨퍼런스’를 개최합니다.

안보 관련 협약이나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정도라면 굳이 기무사 직할 부대로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요?

2018년 8월 14일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수사하는 민군 합동수사단은 기무사와 국방보안연구소, 기무사 예하 부대 1곳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이들 기관이 계엄령 문건 작성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국방보안연구소 소장은 언론에 이메일을 보내 ‘건강한 부위’를 운운했지만, 실제로는 계엄령 문건 등을 작성한 의혹을 받고 있는 조직인 셈입니다. 이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방보안연구소 소장은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한 것입니다.

실수인가 의도적인 왜곡인가?

신동욱 앵커는 SBS에서도 오랫동안 앵커를 한 베테랑입니다. 그는 정말 기자가 취재한 내용을 모르고 실수로 연구소 이름을 헷갈렸을까요?

‘안보’와 ‘보안’이라는 두 단어를 놓고 보면 ‘안보’라는 말이 더 크게 다가옵니다. 실제로 기무사 개혁 과정에서 매번 나오는 말이 기무사는 국가 안보에 꼭 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기무사가 말하는 '안보'는 진짜 안보일까요? 권력자의 안위를 위해 일해왔던 기무사가 이제 와서 안보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언론이 계엄령 문건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기무사 직할 기관장의 이메일을 검증 없이 보도한 것은 그들이 기무사 개혁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를 말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