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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권리? 김경수 ‘흠집내기’? 말이 앞서는 드루킹 특검

  • 입력 2018.08.09 16:06
  • 기자명 임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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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사건의 실체를 ‘정치 자영업자의 개수작’에서부터 ‘대통령까지 낀 무시무시한 정치 스캔들’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 중 무엇으로 판단하든지 간에 드루킹 특검을 정치 특검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박스당 800원 아끼려고 종로까지 가서 박카스 사 온다는 얘기는 참 실소를 금치 못할 수준이다.)

특검이 1시간 운전해 가서 사온 박카스

정치인을 수사한다는 건 다분히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거물 정치인일수록 더하다. 특히, 이런 정치적 사건에서 늘 문제 되는 것 중 하나가 피의사실유포의 문제다. 어떤 사건에서든 피의사실을 누설하지 않는 게 당연한 원칙이다. 그런데 큰 정치 사건에서는 이 원칙을 무조건 들이밀기 어려운 면이 있다.

예를 들어 박근혜 국정 농단 사건 같은 경우 법원 판결까지, 또는 법정 공방이 어느 정도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동안 국정농단을 사실상 방치하고 보수와 개혁 진영의 극한 대립을 방조하는 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피의사실을 발표할 경우엔 위법성이 없어지는 법이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그 ‘알 권리’나 ‘공공의 이익’을 검찰도 특검도 유리한 대로 써먹는 경우가 많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가 대표적일 것이다. 최근 드루킹 특검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사건의 실체나 죄목과 다소 동떨어진 내용을 계속 언론에 흘리면서 “뭔가 있다”는 인상을 주려 급급한 모습이다.

'드루킹 특검'을 이끌고 있는 허익범 특수검사

예를 들어 김경수가 드루킹에게 정책 자문을 구했다는 것이 그가 피의자임을 직접적으로 증명한다 할 수 있을까? 김경수의 주장처럼 다양한 경로로 정책 자문을 구하는 건 정치인으로서 당연하다 말하면 그만이다. 드루킹이 지금은 수작이나 부리는 정치 자영업자로 밝혀졌지만, 그때는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 등의 이름으로 나름 번듯한 조직을 가진 자생적인 단체로 여겨졌으니까.

물론, 이런 사기꾼을 못 걸러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실망할 법하지만 현인인 척하는 정치 사기꾼들은 드루킹 말고도 여전히 SNS에 널려있기도 하다. (제발 이런 사기꾼 나대는 소리 좀 안 나게 하라!)

이걸 피의사실과 직접 연관시키려면 드루킹이 최순실급으로 김경수를 농단하고 있다는 게 밝혀져야 한다. 실제로 언론플레이의 방향도 그쪽으로 보인다.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정말 김경수가 박근혜급의 백치고 드루킹이 하라는 대로 국정 방향을 잡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직 근거는 없다. 자라와 솥뚜껑의 유사성을 갖고 둘 다 같다고 우기는 건 곤란하다.

김경수급의 거물 정치인이 연루됐다면 피의사실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공개할 수밖에 없을 거로 본다. 다만, 합리적인 증거나 증언이 있어야 한다. ‘알 권리’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이지 피의자에게 불리하도록 ‘여론을 조성’하고 ‘군불을 때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결국, 성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입을 연 만큼 성과를 낸다면 그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행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충분히 합리적인 증거나 증언이 있어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개한 경우.

하지만 성과가 없다면 그건 여론을 조성하려 한 행위로 볼 수밖에 없다. 별거 없는데 그냥 군불 때려고 누설하는 경우. 이 정도 언론플레이를 하고 군불을 땠으면 적어도 김경수를 구속하는 정도의 성과는 내야 한다. 아직도 ‘스모킹 건’만 운운하고 있으면 안 된다.

여권 실세의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거나 심지어 구속되는 수준에 이른다면 대통령의 지지율도 흔들리는 게 당연하다. 팍팍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론을 조성’하고 ‘군불을 땜’으로써 지지율을 흔드는 건 다른 얘기다.

이런 군불 때기는 사법 질서에 대한 불신마저 가중한다. 한쪽에서는 “언론플레이로 또 민주당 정치인을 죽이려 한다”고 받아들이고 또 한쪽에서는 “이래 봤자 문재인 정권에서 김경수가 잡혀 들어갈 리 없으니 군불만 때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양자 모두 그럴듯한 의혹이다. 둘 다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한 편 뚝딱 쓸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을 통해 두 시나리오의 시놉시스가 동시에 제공되고 있으니. 특검이 두 의혹을 동시에 그럴듯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오늘 특검은 김경수를 2차 재소환한 것은 물론 드루킹과 대질신문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뭔가’가 나와야 하는 타이밍이다. 죽거나 죽이거나. 어느 쪽이든 제대로 된 결과를 보고 싶다.

직썰 필진 임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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