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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인권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

  • 입력 2018.07.27 15:01
  • 수정 2018.07.27 15:40
  • 기자명 임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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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인권 문제의 뿌리 '인신 구속'

군 인권 문제는 늘 뜨거운 감자다. 최근엔 인권 신장 움직임에 맞춰 이런저런 인권이나 평등 문제가 군 내에서도 많이 지적되는데. 군대라는 곳이 애초에 인권이 가장 밑바닥에 처박혀 있는 곳이란 걸 생각하면 속이 갑갑하다. "참으면 윤 일병이고 터지면 임 병장"이란 말은 군대의 참혹한 인권 수준을 말해주는 명언이다.

폭력도 폭력이고, 생활 수준이 (군대 밖과 비교해) 한 20년쯤 갑자기 후퇴해버리는 것도 문제고. 물론 모두 해결해야 마땅하지만 하나의 해결이 근본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연합뉴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뭘까. 병영이 인신을 구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며칠은 문제없다. 일주일쯤도 충분히 해 볼 만 하고. 한 달 정도 된다면 좀 힘들겠지만 버틸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일 년, 이 년 가까이 계속된다면 사람이 미칠 수밖에 없는 거다. ‘인신을 구속’한다는 말이 무슨 형사처벌 같긴 한데, 오히려 그래서 사실을 정확히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병영이 개인의 자유를 구속한다는 점을 보면 감옥과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나? 어떤 사람들은 국방의 신성한 의무니까 감옥과는 달리 생각해야 한다고 강변하는데, 그 얘기 자체가 오히려 군대가 곧 감옥이라는 반증밖에 안 된다(…).

인신 구속이 일으키는 문제는 극명하다. 당연히 일단 인신 구속 자체가 문제다. 자유를 속박하니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를 부정당한 셈이고, 당연히 다른 욕구를 추구하고 충족하는 데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원초적인 욕구에서부터 자기 계발, 자아 추구에 이르기까지의 고차원적인 욕구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여기에 인신 구속 상태로 집단생활을 강제하니 인간관계는 수직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고, 탈출구를 주지 않으니 정신을 좀먹는다. 부조리가 발생해도 이를 개선할 방법이 없다. 닫힌 사회에 감금당한 상황인데 대체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고발할 것인가?

고발해도 이러는데. ⓒSBS

물론 병영 부조리가 예전에 비하면 진짜로 많이 좋아졌다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이 너무 심각했던 까닭도 있고) 결국 ‘인신 구속’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똑같은 부조리가 일어나되 그 정도만이 개선됐을 뿐이다. 심지어 가둬두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는지 저녁 점호 같은 방식으로 이들, 장병이란 이름의 수형자들을 더 심하게 옥죈다.

물론 훈련은 철저해야 한다. 엄격한 규율도 필요하다. 하지만 일과 후를 과도하게 규율할 필요가 있나. 저녁 점호가 영내 악습의 원인이란 지적이 나오며 저녁 점호 폐지가 방침이 되기도 했지만, 군대는 수 년만에 은근슬쩍 저녁 점호를 부활시켰다.

군인은 늘 경계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허울 좋은 얘기도 있지만, 퇴근 후에 직장 상사가 카톡을 보낸다고 직업정신이 투철해지는 사람 있나. 쉬어야 할 때 쉬지 못하면 효율도 사기도 떨어진다는 건 너무 당연해서 논쟁거리조차 아니지 않나. 이 당연한 얘기가 왜 20대 초반의 어린 남성들에겐 적용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

인신 구속에 찬성하는 논리는 왜 잘못됐나

군대의 인신 구속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이유를 든다. 첫 번째는 외출을 확대하면 탈영의 위험이 있다는 것. 이건 한국이 얼마나 제도적으로 안정된 국가인지, 얼마나 경제적으로 발전한 국가인지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심지어 국가 지도자를 탄핵시킨 시위조차 '제도 안에서’ 극도로 평화롭게 이뤄진 나라인데. 경제적으로도 선진국이고, 모든 국민이 주민등록번호로 관리되고 있다. 탈영하여 범죄자로서, 비국민으로서 살 만한 나라가 아니다.

두 번째는 유사시에 대비할 수 없다는 것인데, 인구가 5200만 명인데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6000만 대를 넘는 나라에서 이 무슨 무의미한 얘기인지 모르겠다. 보급률이 110%를 넘는다. 평시에 갑자기 국지도발이 터지더라도 비상소집이 가능하고, 전시나 유사시에는 애당초 외출을 통제하는 게 당연하니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외출 중인 장병이 유사시에 군에 복귀하지 않을 게 걱정될 수도 있다. 탈영이 걱정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의 얘기인데, 그럼 애초에 무슨 포로들 잡아다가 인간 장벽 만들려는 것도 아니고, 이런 장병들 이끌고 전쟁을 대체 어떻게 하나.

국민이 군부의 고문관이냐?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사실 같은 개병제/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국가 중에도 이렇게 빡세게 병영 생활을 통제하는 나라가 잘 없다.

단순 비교하기가 좀 뭐하지만, 심지어 그 이스라엘조차 외출이나 휴가에 있어선 우리나라보다 낫다. 주말에는 대체로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하며, 휴가 일수도 훨씬 많고, 비전투 부대원은 출퇴근도 가능하다. 또한 훈련 및 작전 중이 아니면 휴대전화 소지도 자유롭다. 싱가포르도 국토가 좁아서 가능한 일이긴 하겠지만 자대 배치 후에는 출퇴근 근무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후진국 식의 통제 문화가 여전히 절대적인 것처럼 신봉되는 것엔 여러 이유가 있겠다. 그런 구시대적 사고가 소위 윗분들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고, 거기에 신성한 국방의 의무란 껍데기까지 뒤집어씌워 놓았으니. 기성세대 중심으로는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도 군인은 가둬놓아야 한다는 인식이 대세니 갈 길이 멀다.

주중 외출 확대해야 한다. 주말 외출도 당연히 확대해야 한다. 휴가 일수도 늘려야 하고, 영내에서도 저녁 점호 같은 폐습은 제발 좀 없애고. 장병들에게 충분한 자유를 줘야 한다.

훈련은 철저해야 하지만, 훈련이 끝나면 사람으로서 자유를 누려야 한다. 이 당연한 얘기가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는 이상, 군대는 언제까지나 ‘사회가 아닌 곳’으로 여겨질 것이고 인권 문제도 절대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

직썰 필진 임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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