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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암시했던 소름 돋는 그때 그 순간

  • 입력 2018.07.23 09:20
  • 수정 2018.07.23 09:55
  • 기자명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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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당시 박근혜 씨를 지키려 기무사가 계획한 내란 음모가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한 67페이지 자료에는 기무사가 계엄에 성공하기 위해 국정원과 국회, 언론 등을 장악하려 했던 세부 계획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을 탱크와 장갑차로 진압하겠다는 계엄령 문건을 보면 아찔합니다.

촛불집회 당시 상황을 다시 보면 계엄령에 관한 징후를 이곳저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소름 돋는 순간들을 모아봤습니다.

"군대여 일어나라", "계엄령 선포하라"

▲ 2016년 12월 31일 오후 서울 덕수궁 대한문앞에서 열린 탄기국(대통령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 주최 집회에서 군복을 입은 참가자가 ‘계엄령을 선포하라’ ‘군대여 일어나라’가 적힌 손피켓을 몸에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습니다. 이후 보수 단체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에서는 "군대여 일어나라", "계엄령 선포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이 등장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그저 보수 단체 측의 허무맹랑한 주장으로 치부했습니다. 그러나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보고 나니 느낌이 달라집니다. "계엄령 선포하라"는 말이 단순히 감정적인 주장이 아니었던 게 아닐까, 의심을 불러일으킵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했던 장성 출신의 극우 인사들은 촛불 집회를 가리켜 북한과 종북 세력의 활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김진태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도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라고 쓴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사람이 고등학생이 아니라 전직 통합진보당 간부라며 촛불집회에 불순세력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무사 문건을 보면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위수령을 선포해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보수단체와 새누리당의 종북, 불순 세력 개입 주장은 계엄령 선포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됩니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 수사에서 우리가 그저 헛소리로 받아넘겼던 보수 단체의 주장이 어떻게 나왔는지 그 배경도 함께 조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계엄 해제권은 추미애 대표에게 있다”

▲ 2016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이 계엄령까지도 준비한다고 말하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계엄해제권이 국회에 있다며 유언비어라고 주장했다. ⓒSBS 화면 캡처

2016년 11월 18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이 계엄령까지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정진석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계엄선포권은 박 대통령에게 있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계엄해제권은 추 대표에게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 제77조 5항을 근거로 들며 “제1야당 대표가 혼란을 부추기는 유언비어 재생산에 앞장서다니 개탄할 일”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2018년 7월에 밝혀진 기무사의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 시 조치사항’ 문건을 보면 자유한국당(새누리당) 의원들의 계엄 해제 표결 불참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만약 한국당 소속 의원 93명이 표결에 불참하고 야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체포됐다면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는 무력화됐을 겁니다. 계엄령이 정말로 선포됐다면 정진석 의원의 말과 달리 계엄령은 해제되지 못했을 겁니다. 계속 유지되면서 대한민국이 암흑 속으로 빠졌겠죠.

파면 선고 후에도 청와대에서 버텼던 박근혜

▲ 2017년 3월 10일 헌재의 파면 결정이 났음에도 박근혜는 이틀 동안이나 청와대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한국일보 뉴스 화면 캡처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 파면 결정을 선고합니다. 헌재의 파면 결정이 선고됐으니 박근혜는 청와대에서 즉시 나갔어야 합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틀이 지나도록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고 박근혜는 계속 청와대 관저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당시 언론은 삼성동 사저의 정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청와대에서 나올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그사이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가 대규모로 충돌하는 등의 사태가 벌어졌다면 기무사 문건대로 계엄령이 선포됐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청와대에서 나오지 않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쩌면 친위 쿠데타를 통해 자신의 권력이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체포 1순위는 문재인, 추미애, 박원순

▲ 2017년 2월 25일 문재인 전 대표, 추미애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이 촛불집회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보면 국회의원을 체포해 의결 정족수를 미달시키는 방법과 함께 집회 시위 금지 및 반정부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을 선포하고 위반 시 구속수사하겠다는 경고문을 발표한다는 세부 계획이 있습니다.

반정부 정치 활동 금지 포고령이 내려졌다면 체포 1순위는 강력한 대선 주자로 손꼽혔던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입니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쿠데타 과정에서 김대중, 김영삼 등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정치 지도자를 긴급 체포하거나 자택 감금했던 과거 사례를 본다면 문재인 전 대표가 계엄령의 가장 걸림돌이 됐기 때문입니다.

국회의 계엄해체 표결을 막기 위해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체포됐을 겁니다. 또한, 서울 시내 위수령을 선포를 반대했을 박원순 서울 시장도 체포됐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촛불을 들었던 당신은...?

▲2016년 11월 7일 JTBC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야권 SNS와 정부 비판 블로그를 사찰했다고 보도했다. ⓒJTBC 화면 캡처

2016년 11월 7일 JTBC 뉴스룸은 '“청와대 최순실 사단, 야당 정치인 SNS 사찰” 의혹도'라는 기사에서 최순실 사단이 포진된 청와대 뉴미디어정책실이 야당 정치인과 정부를 비판하는 블로그들의 포스팅을 실시간으로 보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무사 문건을 보면 '보도 매체 및 SNS 통제 방안’이 있었습니다. 보도 검열단 및 언론대책반을 편성 운영하고 SNS 등을 통제하겠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필자의 이름(아이엠피터)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본 블로그의 포스팅들에 대해서 “선동성 트윗이다”,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리려 한다” 등의 의견도 덧붙였다고 합니다. 만약 계엄령이 선포됐다면 필자도 최소 블로그 폐쇄 등의 조치를 당했겠네요. 문재인, 추미애, 박원순 등의 거물 정치인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도 체포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에서 특히 분노했던 부분은 광화문 광장에 탱크와 장갑차 등을 동원해 진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촛불집회 당시 필자도 아이들과 함께 서울 광화문 광장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시민들이 그랬었습니다. 계엄령이 선포돼 광화문 광장에 탱크와 장갑차가 진입했다면 그 시민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왔던 수많은 아이들 또한 엄청난 일을 당했을 겁니다.

이번 계엄령 검토 계획은 내란음모죄이자 반헌법 행위입니다. 강력한 처벌을 촉구해야 합니다.

직썰 필진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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