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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 땐 서로 내꺼라더니.. 애물단지 전락한 새마을공원

  • 입력 2018.07.16 17:27
  • 수정 2018.07.16 17:41
  • 기자명 조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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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공원. 구미시 제공

20143월 구미 상모동에서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기공식이 열렸다. 축사를 하러 단상에 오른 남유진 시장이 이렇게 말했다.

“비가 오다 그쳤다. 이곳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이 있는 곳 아니냐. 위에 계신 박 전 대통령이 멈추신 것이다.”

남 시장에 이어 식사를 하러 나온 김관용 경북지사도 이에 질세라 “남 시장이 천기(天氣)를 잘 봤다며 추임새를 넣었다. 이렇게 경상북도와 구미시가 사이 좋게 손잡고 시작했던 새마을운동 공원이 최근 완공됐다.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옆에 24만여㎡ 규모로 조성된 새마을공원 조성 사업에는 총 907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새마을전시관 등 주요 건물은 지난해 말 공사기 마무리된 가운데 현재 녹지조성 등 마무리 시설공사가 진행 중이다.

새마을운동사업의 일부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더불어민주당 장세용 시장이 당선되자 보수-진보 단체들이 서로 유지-폐지를 주장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애국시민연합, 역사바로잡기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새마을운동 사업 폐지 반대를 주장하며 구미시청 앞에서 농성을 벌였다. 도로 맞은편에서는 구미 참여연대 등 진보단체 회원들이 새마을운동 사업 폐지를 주장하는 맞불 집회를 벌였다.

지난주 장 시장이 지역 보수단체와 면담에서 "시민들이 연간 60억원의 운영비를 걱정하고 있어 남는 공간에 경북민족독립기념관과 같은 시설을 넣어 경영 합리화를 시도해 보자는 취지로 얘기한 것"이라며 "테마공원 전체를 바꾼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여전히 양측은 물러서지 않고 있다. 장 시장은 10월 경 새마을사업과 관련된 구체적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새마을운동 공원 기공식에 참석한 전 김관용 경북지사(에서 4번째) 남유진 구미시장(에서 3번째).

경상북도 제공

사업운영 주체를 둘러싼 논란도 진행 중이다. 경북도와 구미시가 이 사업의 운영권이 상대방에게 있다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부터 연간 수십억이 들어가는 (구미시 추산 60억원, 경북도 추산 21억원) 이 사업의 운영 비용을 서로에게 떠넘기며 갈등을 빚어 왔다.

올해 초 두 지자체는 연간 수십억에 달하는 공원의 운영 비용을 절반씩 분담한다는 타협안에 잠정 합의했지만 운영 주체를 누가 맡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상태다.

경북도는 새마을공원 운영 주체가 구미 시장이기 때문에 구미시가 운영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구미시는 사업발주를 한 경북도가 사업주체가 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전임 김관용 지사와 남유진 시장이 각각 “(경북, 구미를) 새마을운동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녔던 것을 떠올리면 양측의 주장이 모두 옹색하다.

시민들은 애초에 정치인들이 포퓰리즘 행정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혈세 수백억원을 투입한 것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반응이다. 전임자들의 정치놀음으로 900억원짜리 애물단지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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