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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한 내 목소리가 극혐인 이유

  • 입력 2018.07.13 09:46
  • 수정 2020.08.14 12:34
  • 기자명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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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녹음기 따위로)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때 이상해하고 민망해합니다. 이 현상은 아주 일반적인 것으로 심지어 “음성 직면(voice confrontation)”이라는 학술 용어도 존재합니다.

왜 우리는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요?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땐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혹시 정말 내 목소리가 이상한 걸까요?)

아아아 정녕 내 목소리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설명은, 우리가 평소 말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때는 '공기를 통해 귀로 전달되는 음파'와 '뼈를 통해 전달되는 음파'를 모두 듣게 된다는 것입니다.

뼈의 진동에는 소리로는 전달되지 않는 저음이 포함되어 있죠. 그래서 우리가 (뼈의 진동이 제외된)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때는, 자기 목소리가 생각보다 고음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설명은 우리가 자신의 목소리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녹음된 목소리가 자신이 생각했던 목소리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에섹스 대학의 심리학자인 실케 폴맨 박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신의 목소리는 자신의 생각보다 더 고음이며, 따라서 자신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않기 때문에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 수 있습니다. 목소리는 자신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누구도 자신의 실제 모습을 지금까지 잘못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내 목소리가 이랬다고..?" ©조선일보

자신이 미키 마우스와 비슷한 목소리를 가졌다는 사실은 물론 충분히 스스로에게 실망할 이유가 될 겁니다. 하지만 몇몇 연구들은 목소리의 높낮이 차이가 이 현상의 전부가 아님을 말해줍니다.

2013년 한 연구는 사람들에게 서로 다른 목소리를 들려준 후, 각각의 목소리에 점수를 매기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목소리들 중에는 그 자신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목소리가 자신의 목소리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자신의 목소리에 아주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훨씬 오래전에 이루어진 훌륭한 연구가 있습니다.

1966년 심리학자 필 홀츠만과 클라이드 루지는 “음성 직면” 현상의 이유가 '내가 생각한 목소리와 실제 목소리의 고저 차이' 외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이 너무 적나라하게 듣기 때문이라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언어 외적 요소(extra-linguistic cues)”라 불리는 개념과 관련이 있는데요. 우리가 녹음된 우리의 목소리를 들을 땐, 자신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여러 음성적 특징들이 녹음된 목소리를 통해 비로소 객관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자신이 얼마나 긴장했는지와 얼마나 망설이는지,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슬픔과 분노 같은 요소들이 있습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당황하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은 자신의 목소리에서 자신도 모르게 여러 가지 자신에 대한 정보를 신호로 표현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후속 연구를 통해 두 번째 언어를 16살 이후에 배운 이중언어 사용자들의 경우 자신이 말하는 모국어를 들을때 특별히 더 불편해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목소리의 높낮이 차이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었죠.

우리가 목소리를 통해 표현하는 여러 신호들의 종류는 매우 방대하며, 우리가 이를 의식적으로 완벽하게 조절할 순 없습니다.

소리를 내는 후두(vocal larynx)는 인체에서 근육대 신경의 비율이 가장 높은 부위로 그만큼 많은 조절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녹음된 목소리를 들을 때는 이를 전혀 조절할 수 없습니다. 이는 마치 목소리를 마음대로 날뛰게 두는 것과 비슷합니다.

그러니까, 어? 이게 아닌데..? 하는 느낌인 것. ©MBC

맥길 대학의 뇌과학자인 마크 펠은 감정의 의사소통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는 홀츠만과 루지의 연구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녹음된 목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그 목소리를 평소 우리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듣게 됩니다… 나는 이 과정에서, 우리가 자신의 목소리에 대해 받는 느낌을 다른 사람이 나에게 느낄 것이라 생각하게 되며, 한편 그 느낌이 자신이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 하는 사회적 특징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고 봅니다.”

즉, 우리가 자신의 목소리가 “미키 마우스”처럼 고음이기 때문에 놀랄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로 이를 꺼려하는 이유는 바로 언어 외적 요소들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이들은 당신의 그 고음 목소리에 놀라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당신의 목소리에 대해 내리는 냉정한 평가(내 목소리는 이상하다는)를 다른 이들 또한 내릴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사실 우리는 다른 이의 목소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고, 따라서 당신의 목소리를 신경 쓰는 사람도 당신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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