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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선택한 104세 호주 최고령 생태학자

  • 입력 2018.05.11 11:39
  • 기자명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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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안락사를 결심한 104세의 호주 최고령 생태학자 데이비드 구달 박사가 생을 마쳤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구달 박사는 10일 낮 12시 30분께 바젤의 라이프 사이클 클리닉에서 진정제와 신경안정제 등을 투여 받고 생을 마감했다. 그는 마지막 순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마지막 부분인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구달 박사는 안락사를 금지하는 호주의 법을 피해 지난 2일 스위스로 향했다. 스위스는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 중 하나다. 구달 박사는 올해 초에도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이후 '엑시트 인터내셔널'(Exit International)이라는 기관의 도움을 받아 스위스에서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그는 스위스 도착 전 프랑스에서 가족들과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손자와 작별 인사 나누는 구달 박사 ⓒ연합뉴스

구달 박사는 삶에 대한 의욕이 강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그는 100살이 넘은 뒤에도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퍼스의 이디스카원대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등 현역 활동을 해왔다. 영국 출신인 구달은 2차 대전이 끝난 후 오스트레일리아로 이주해 오랫동안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에서 근무했고, 평생 130여 편의 논문과 저작을 남겼다. 2016년 대학에서 그에게 “출퇴근이 위험하니 자택에서 연구해도 된다”고 말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대학 연구실에 출퇴근하며 일해왔다.

지난 8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구달 박사는 “5년, 10년 전부터 삶이 즐겁지 않았다. 움직이는 게 불편해지고 시력이 나빠진 것도 일부 원인이기는 하다”며 “내 삶은 야외 활동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밖에 나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내 나이가 되면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하고 점심때까지 앉아 있다. 그러고 나서 점심을 약간 먹고 다시 앉아 있다. 그게 무슨 쓸모가 있느냐"고 덧붙였다.

안락사를 앞두고 구달 박사는 죽음을 앞둔 사람답지 않게 갑자기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고 마지막 순간 듣고 싶은 음악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베토벤 교향곡 9번 환희의 송가를 꼽기도 했다. 그는 안락사를 금지하는 호주의 법률 체계를 비판하고 모든 나라가 안락사 입법이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직썰 에디터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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